공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언론보도에 협조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노조는 "노조의 현장 취재 및 외부 언론활동은 사 측이 어떤 이유로도 제한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이에 앞서 노동조합 게시판에 공사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는 이유로 전직 노조 간부에게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또 공사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직무 재교육' 대상자의 선정 기준에는 "불법 단체행동 연루자"가 포함돼 있어 "공사의 노조 탄압이 도를 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직무 재교육 계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3% 퇴출제'를 포장해 실시한 서비스지원단의 다른 이름이다. 서울시의 '서비스지원단 발령 사태'는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부당한 인사명령으로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도시철도공사, "부정·비판·왜곡 보도 차단하지 않은 것은 성실의무 위반"
▲ 지난 2월 2일 <매일노동뉴스>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치이고 무인자동화 시스템에 밀리고"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프레시안 |
좀 더 구체적인 이유는 공사가 밝힌 징계 사유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월 2일 <매일노동뉴스>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치이고 무인자동화 시스템에 밀리고"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의 취재에 협조했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공사는 징계의결요구서에서 "언론기관의 취재 요청시 공사에 대한 부정·비판·왜곡보도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공사 홍보실과 사전에 반드시 협의한 후 취재에 응대해야 함에도 무단으로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대내외적으로 공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해당 언론이 연재하는 <현장을 가다>라는 기획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애 쓰는 도시철도 노동자의 업무 현장을 다룬 기사였다. 방화차량기지와 목동역 등 현장 취재를 통해 신문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이후 대폭 늘어난 차량점검 주기로 인한 위험성과 매표 업무는 모두 무인화하면서 역무원에게 외환은행의 신용카드를 팔게 하는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공사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고유사업 외 수익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서울 시민들은 '흑자' 도시철도가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철도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조 "언론 활동까지 통제하는 것은 노조 탄압…성명까지 징계하려나?"
해당 기사가 보도된 이후부터 공사 감사실은 언론에 인용된 사람을 찾아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취재를 도와준 노조 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시작됐다.
노조는 "이번 징계는 노동조합의 활동 가운데 하나인 언론 활동까지 통제하려는 노조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부정적 이미지'만 생각하고, 정작 문제의 본질을 가리려 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런 논리라면 공사의 정책을 비판하고 시민의 안전을 우려하는 노조의 성명도 징계 대상에 오를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당시 해당 기자의 취재는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 가운데 하나인 '현장조사'를 동행한 것이었던 만큼 "취재에 응한 조합원들은 언론사 취재였음을 인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들 조합원을 불러 감사실 조사를 벌이는 것은 "무리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언론 취재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홍보실에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사후 동향 보고도 하지 않은 것이 지침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량기지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지역인만큼 공사에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사는 <매일노동뉴스> 보도 이후 "부정·비판·왜곡보도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며 '언론 취재 시 대응처리 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에서 공사는 모든 언론사의 취재를 홍보실을 통해서만 하도록 정리했다.
노조 게시판에 공사 정책 비판하는 글 썼다고 '강등' 중징계 받기도
도시철도공사가 비판에 유독 민감함을 드러내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 1월에는 사내통신망의 노조 전용 게시판에 올린 글 때문에 전 노조 간부였던 정 아무개(42) 씨가 해임 바로 아래의 중징계인 강등 처분을 받았다.
문제가 된 정 씨의 글의 대목은 "스토리홍보 광고는 사장을 위한 전시광고이며 사장의 출세를 위한 행보", "회사생활과 봉사활동을 구분도 못하고 쉬는 날에도 불러내 일 시키고 돈 안 주는 사장은 저질" 등이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노동조합 선거에 나온 한 후보자가 직원용 게시판에 '사장놈'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곧바로 해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사람은 지난 2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고 최근 '정직 2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춰졌다.
언론 취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은 4명의 간부들에 대한 첫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열렸다. 공사 관계자는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으며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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