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핏빛 봄…진짜 국민투표 할 일은 따로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핏빛 봄…진짜 국민투표 할 일은 따로 있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생명의 강들이 처참히 죽어가네

참으로 심란한 봄날이다. 폭설이 거듭 쏟아져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서해에서 군함이 두 동강나서 침몰하는 참사도 일어났다. 일부 '보수' 세력은 이참에 전쟁이라도 해야 한다는 듯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격렬히 주장하면서, 안 그래도 심란한 세상을 더욱 더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천안함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은 경찰의 비밀 감시에 분노하면서 '두 아들을 절대 군대에 보내지 않겠다'는 글을 써서 공개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 우리는 이 글을 열심히 읽고 우리 군대와 병역의 현실에 대해 깊고 넓은 논의를 이제라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참사로 그야말로 모든 국민이 가슴을 졸이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국민이 가슴을 졸이고 분노하는 일이 이미 강행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4대강 죽이기'이다. 다이너마이트, 포클레인, 불도저, 트럭 등 온갖 중장비들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강에 들어가서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수많은 생명체와 그들의 서식지가 마구 파괴되고 있다. 생명을 지키는 소임을 맡고 있는 성직자들이 분노하며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소생의 봄에 생명의 강들이 처참히 죽어가고 있다. 세계 유일종인 단양쑥부쟁이의 서식지와 같이 귀한 곳도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 '4대강 죽이기'는 생태 위기에 가슴을 졸이는 모든 사람이 경악하는 '지구 죽이기'이다.

▲ 포클레인과 불도저로 파괴되는 여주 남한강의 모습. ⓒ불교환경연대

찬찬히 따져 보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70퍼센트가 넘는 국민의 반대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과연 '4대강 살리기'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살리기'이다. 그것은 혈세를 탕진하고 국토를 파괴해서 토건족과 투기꾼의 배를 불리는 망국의 토건 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현세대와 후세대의 삶을 모두 크게 어렵게 만들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4대강 살리기'는 한시바삐 중단되어야 한다. '4대강 살리기'가 죽어야 진정 대운하가 죽고 4대강이 산다. '4대강 블랙홀'을 넘어서야 '생태복지국가'를 향한 '진정한 선진화'의 길이 열린다. '4대강 살리기'는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를 향한 질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대강 살리기'에 대한 반대가 '무지에 의한 반대'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전국에서 2000명이 넘는 교수들이 '4대강 살리기'의 실체를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살리기'라고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 김정욱 교수, 이준구 교수 등이 그 대표를 맡고 있다.

이 교수들이 정녕 무지해서 반대하는 것이라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텔레비전의 공개 토론을 통해 이들의 무지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한시바삐 공개토론을 통해 반대하는 교수들의 무지를 깨우쳐 주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주기 바란다. 정말 누가 무지한가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앞에서 분명히 확인하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대강 살리기'에 대한 반대가 '정치에 의한 반대'라고 주장한다. 천주교의 올바른 비판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어떤 신부의 말을 전하는 방식으로 강하게 반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대통령은 또 다시 '정치 공세'를 운운하며 정면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정치 공세'인가? '4대강 살리기'야말로 토건과 투기의 광풍을 부추겨서 정치적 지지를 얻고자 하는 '정치 공세'의 전술이 아닌가? '4대강 살리기'는 토건 정치를 떠나서는 결코 이해될 수 없는 기괴한 토건 사업이 아닌가? '4대강 살리기'는 후진적인 토건 정치의 산물일 뿐이다. '4대강 살리기'에 대한 찬성이야말로 '정치에 의한 찬성'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대강 살리기'가 '하천 정비 사업'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하천정비사업'은 2006년에 이미 97퍼센트가 끝난 사업이다. 이렇듯 이미 사실상 완전히 끝난 사업을 어떻게 끝난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시작할 수가 있는가? 그렇다면 일을 잘못한 공무원들부터 모두 철저히 처벌해야 하지 않는가?

'4대강 살리기'는 혈세의 탕진과 국토의 파괴를 극히 악화시키는 '토건 국가의 극단화'에 해당하는 사업이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4대강 살리기'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생명의 젖줄을 죽이고는 선진화는커녕 생존조차 제대로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토건족과 투기꾼이 막대한 혈세로 늘 잔치를 벌이는 나라에 멋진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것이지만 홍보의 문제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강', '철새가 찾지 않는 강', '자연 습지가 없는 강' 등의 주장을 전면에 내건 선전물을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유포했다. 그러나 이 선전물의 주장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인줄 모르고 이런 선전물을 만들었다면 참으로 무능한 정부요 정당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4대강 홍보물'은 아마도 국가 권력이 만들어서 퍼트린 '유언비어'의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로 칙칙한 4대강이 초록빛 강으로 변한다는 내용의 선전물도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 실체를 우리는 4대강에서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

▲ 완전히 파괴된 여주 남한강 바위늪구비 습지. ⓒ불교환경연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세종시'의 변경은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종시'의 변경은 서울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민투표의 사안이 아니다. 이에 비해 '4대강 살리기'는 모든 국민의 안위와 결부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투표의 사안이 될 수 있다.

'세종시'가 아니라 '4대강 살리기'야말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되는 망국의 토건 사업이지만 정녕 해야겠다면 반드시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받아야 하는 것이 '4대강 살리기'이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우리의 생명을 맡기지 않았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생명의 젖줄인 강을 죽이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소생의 봄에 생명의 강이 처참히 죽어가는 현실에 하늘이 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가 '국토 재창조'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신성모독이라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시를 자신의 신에게 봉헌한다고 해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신이 창조한 것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며 '재창조'라고 주장하는 신성모독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중대하고 실질적인 문제는 생태적 차원의 것이다. 자연의 상태를 대대적으로 변형하는 행위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서 거대한 재앙의 원천이다. 자연의 대대적인 개조는 심각한 생태적 재앙을 낳는다. '국토 재창조'는 '국토 대파괴'로 귀결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4대강 살리기'는 대재앙으로 귀결된 스탈린의 '자연 개조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

'4대강 살리기'는 생명에 대한 크나큰 위협이며, 생명을 기르는 농업에 대한 크나큰 위협이다. 마침 민주노동당에서 31일 '4대강 살리기와 농업의 위기'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팔당 유기 농업 단지를 찾아서 크게 칭찬했으나 이제는 팔당 유기 농업 단지를 완전히 없애려고 한다. 생명의 위기가 이렇게 악화되고 있다.

여기서 함께 성찰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세 과제의 안에는 다양한 하부 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무쪼록 널리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커다란 실천의 물꼬가 트이기를 바란다. 콘크리트 수로이자 콘크리트 호수인 서울 한강을 모범으로 삼아 '4대강 죽이기'가 맹렬히 강행되고 있다. 4대강을 위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첫째,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4대강 죽이기'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근에 김우룡 씨의 <신동아> 인터뷰에서 잘 드러났듯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사실상 대표적인 언론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과 진실을 아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워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과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실과 진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대단히 중대한 과제가 되었다. 모두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과 진실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서 활발히 실천해야 한다. 현수막을 내거는 것, 자료를 만들어서 널리 배포하는 것,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활용하는 것, 강연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것, 파괴의 현장을 답사하는 것, 서명을 하는 것, 모금을 하는 것, 항의 편지를 보내는 것 등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다.

둘째, '독도 지키기' 운동에서 아주 잘 하고 있듯이, '4대강 살리기'의 사실과 진실을 세계에 널리 알려서 그 중단을 촉구하는 여론을 세계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국내의 여론은 막무가내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4대강 살리기'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들을 파괴하는 '지구 파괴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는 '4대강 살리기'의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4대강 살리기'를 아주 좋은 것이라고 선전해서 큰 물의를 빚었다. 한국유네스코 전택수 위원장은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의 문화 분야 책임자였다. 우리는 UNEP와 유네스코 본부에 정식으로 항의해서 사실과 진실을 가리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세계적인 언론에 광고를 내거나 기사가 보도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올바른 농업·농촌·농민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산골에서 들판에 이르기까지 농수로의 콘크리트화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본래 농수로는 살아 있는 생태계로서 우리의 국토에서 실핏줄과도 같은 구실을 했지만 콘크리트 농수로는 그저 물의 이동을 위한 콘크리트 통로일 뿐이다.

이런 식의 반생태적 토건 사업은 결국 농업·농촌·농민을 피폐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농업·농촌·농민이 이 세상의 큰 바탕이라면, 자연과의 교감과 조화는 농업·농촌·농민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 자연과의 교감과 조화를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농업·농촌·농민은 그 존재이유 자체가 심각한 의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농약, 비료, 비닐, 기계, 전봇대, 콘크리트의 문제를 해결해서 아름답고 풍요로운 농업·농촌·농민을 이룰 수 있도록 생태문화적 개발의 연구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