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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는 조폭의 똘마니였다…왕초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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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는 조폭의 똘마니였다…왕초는 누군가?

[화제의 책]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주의 죽음의 상징으로 기억하는 전 미국 대통령 케네디 암살 사건. 그러나 케네디는 한 때 '빨갱이 사냥'의 정점으로 기록되는 매카시즘 지지자였다. 역시 매카시의 친구였던 그의 아버지(조지프 케네디)는 광산 투기로 자산을 키운 사람이다. 그는 한 때 록펠러 가문 소유인 베들레헴스틸의 중역이었다.

케네디 가문은 미국에 '금융 왕국'을 세웠던 모건 가문과 반목했다. 히로세 다카시는 <제1권력>(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펴냄)에서 과감한 주장을 한다. 케네디 암살 사건의 실체는 '모건 가문과 록펠러 가문의 대결'이라고. 미국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든 공화당이 정권을 잡든,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이들의 뒤에는 결국 모건과 록펠러로 대표되는 재벌로 이어질 뿐이라고.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넘겨 버리기 어려울 정도로 <제1권력>은 방대한 사실(fact)을 나열한다. 이 책은 지난 1986년 고단샤(講談社)에서 출간과 동시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3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국내에 완역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평화운동가로 잘 알려진 히로세 다카시는 일본의 대표적 사회운동가이자 재야 지식인이다. 이 책은 그가 수년 간의 취재와 조사 끝에 '자본의 실체'를 다룬 첫 번째 책이다.

▲ <제1권력>(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펴냄). ⓒ프레시안
이 책은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현대사를 중심으로 대표 재벌인 모건 가문과 록펠러 가문이 세계사의 변곡점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증언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수많은 인물의 행적을 조사해 나열한다. 이 책의 내용을 사실을 넘어선 '진실'로 받아들이는 독자는 사실과 사실 사이의 '미싱 링크(Missing Link, 진화론에서 멸실된 중간 생물종)'를 채우는 저자의 주장에 감화됐기 때문일 터이다. 그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독자도 책이 주는 압도적 충격에는 섬찟함을 느낄 것이다.

세계 현대사를 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이 책의 힘을 두고 일본의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양질의 논픽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박력에 더 이상 문학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라고 평했다.

책에 소개된 각종 사례 중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탄생 과정을 묘사한 부분을 살펴보자.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전후 경제 개발 회의를 실질적으로 주관한 이는 체이스내셔널은행 총재 윈스롭 올드리치다. 그의 누이 어비는 록펠러 2세의 아내다. 이 회의에서 탄생한 기관이 IBRD(국제부흥개발은행)와 IMF다.

IMF 초대 이사장은 카뮤 기트란 인물인데, 그는 콩고의 우라늄 사업가였다. IBRD의 초대 총재였던 유진 메이어는 제2차 세계 전 이전까지 모건상사가 히틀러, 무솔리니를 키우는 자금줄로 활동했다. IBRD의 부총재였던 로버트 가드너는 훗날 모건상사와 합병하게 되는 개런티트러스트의 재무부장이었다. IBRD의 수석이사였던 유진 블랙은 모건이 거느렸던 ITT의 중역이었다.

그리고 모건상사에서 이후 분리된 모건스탠리가 IBRD에 투자한 자금은 약 11억1500만 달러였으며 이 투자금 대부분은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로 향했다. 양국은 아프리카와 함께 우라늄 최대 생산국이었다. 미국의 원자폭탄 독점을 허용한 유엔 산하 AEC 의장이었던 딘 애치슨은 모건 가문과 듀폰 가문을 고객으로 하던 변호사였다. AEC 위원이었던 바네바 부시는 카네기 재단의 재산 관리인이었다. 당시 이들 둘의 대표 직함은 미국 국무장관과 과학진흥국장이다. 미국, 나아가 세계 정치·경제 모두가 소수 재벌에 의해 조종당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규 교육을 받고 자라온 사람들 다수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2010년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세상이 새롭게 보일 지도 모른다. 대통령 이명박의 사위 한국타이어 부사장 조현범의 큰아버지가 효성그룹 회장 조석래다. 조석래의 아내는 한국제분 가문이다. 한국제분은 전 대통령 전두환과 사돈 간이다.

대통령의 집안은 국회의원 이상득의 아들을 통해 LG 가문과도 연결돼 있다. LG가(家)는 현대가문과 연결된다. LG 전 회장 구인회의 3남 구자학은 전 삼성그룹 회장 이병철의 2녀 이숙희와 결혼했다.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의 장인은 전 내무부장관 홍진기다. 전 장관 홍진기의 아들은 중앙일보 회장 홍석현이다. 전 국무총리 노신영의 아들은 홍석현의 누이와 혼인을 맺었다. 정-언-경의 권력이 모두 핏줄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 책이 '허구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그 범위가 전 세계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현실은 책이 말하는 사실관계를 보다 좁은 무대로 축소한 것에 불과하다. 히로세 다카시가 말하듯이,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집단도 극소수일 수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음모론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지난 2008년 국내에도 소개돼 큰 화제가 된 쑹홍빙의 저작 <화폐 전쟁>(차혜정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과 함께 읽으면 더 좋다. 히로세 다카시는 이 책에서 제1, 2차 세계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20세기의 운명을 가른 순간마다 모건과 록펠러 가문이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출간한 <붉은 방패>에서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며 <화폐 전쟁>과 마찬가지로 로스차일드 가문을 직접 거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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