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2월 26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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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발자국]"검색결과 (전체기사 중 74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
'우리 안의 문귀동'은 사라졌나?
지하철 1호선 부천역에서 내려 약 15분 정도 언덕으로 올라가면 안테나가 달린 노란색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은 한국 여성운동사에게 길이 남을 역사적 현장이다. 몇 년 전 미투 운동이 세계를 휩쓸었지만, 이보다 30여 년 전에 바로 이곳 부천경찰서(지금은 부천소사경찰서로 이름이 바뀌었다)에서 한국의 '미투 운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권양, 우리는 그 이름을 부르기를 삼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이 사람은 누구인가? 온 국민이 그 이름은 모르는 채 그 성만으로 알고 있는 얼굴 없는 유명인사, 얼굴 없는 우상이 되어버린 이 처녀
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2021.06.16 08:52:17
50년 전 강제로 성남에 끌려온 빈민들이 일어났다
"야~ 이건 정말 천당과 지옥이네." 2000년, 아마도 한국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약 30만 명이 거주해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치안공백'의 무법천지라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는 브라질 리오의 악명 높은 판자촌 호시냐 파벨라에 들어가는 귀한 기회를 가졌다. 한 판잣집에서 끝없이 펼쳐진 판자촌과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리오 해변의 별장들의 대비를 보고 있자, 이 같은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1971년 (경기도) '광주대단지 사건'이라고 불러온 '1971년 성남(빈민)항쟁'이 생각났다. '천당 밑에 분당.' 이제는 옛
2021.06.14 08:29:06
분단의 상징 '38선'은 누가, 어떻게 그었나?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적과의 잘못된 전쟁." 1951년 오마 브래들리 합참의장이 미 의회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에 대항해 중국 본토를 공격하자는 맥아더의 계획에 대해 중국과의 전쟁을 압축해서 표현한 유명한 표현이다. 1980년대 미국 유학시절 '정책결정론' 수업 교재에서 이 이야기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대한민국을 적화통일로부터 구한 구세주'로 알고 있었던 맥아더가 사실은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로 끌고 갔으며, 맥아더가 남긴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져 갈
2021.06.11 06:19:22
도쿄에서 "조선독립"을, 미국에 "굿바이" 외친 '풍운아'
'탕 탕 탕!' 1947년 7월 19일 한 승용차가 혜화동 로터리 코너를 돌기 위해 서행을 하는 순간 한 청년이 차도로 뛰어들며 총을 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은 '풍운아' 몽양 여운형(1886~1947)이었다. 큰 키에 당당한 체격, 잘 생긴 얼굴에 뛰어난 패션 감각, 탁월한 언변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국제적 감각, 모두를 친구로 만드는 친화력, 만능 스포츠맨 등 한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을 거의 모두 갖추었던 몽양은 해방 이후 10여 차례의 테러에도 살아남았지만 결국 극우청년의 총탄에
2021.06.09 06:16:34
아버지‧남편의 '인형'을 거부한 한국 여성운동의 선각자
'에미를 원망하지 말고 / 사회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 네 에미는 과도기에 / 선각자로 그 운명의 굴레에 / 희생된 자였느니라' 수원 중심가에 위치한 한 광장의 입구 기둥에는 이 같은 글이 쓰여 있다. '에미'는 이 광장의 주인공인 나혜석(1896~1948)이다. '신여성'을 대표하는 나혜석은 이 기둥에 쓰여 있듯이, 한국 '최초의 여성 화가', '최초의 여성 소설가', '최초의 전시회', 독립운동가, 여성운동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여기에 쓰여 있지 않지만 '조선 최초로 구미 여행을 한 여성', '최초의 미
2021.06.07 06:08:05
조선 양반과 일본 사무라이가 국가 운명을 갈랐다
어재연. 들어본 사람이 별로 없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역사적 인물이다. 그를 만나려면 강화대교와 강화초지대교 중간의 바닷가에 있는 해안동로 삼거리 광장으로 가야한다. 그곳에는 키가 작은 동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어재연 장군의 동상이다. 150년 전인 1871년 신미양요 당시, 그는 이 삼거리에서 가까운 광성보에서 개항을 요구하며 쳐들어온 미군들과 싸우다가 동생 어재순과 함께 미 해병의 총검에 찔려 전사했다. 수도 한양에 가까운 바다가 섬이라는 이유로 몽고의 침입에서부터 저항과 수난의 장소가 돼야 했던 강화도는 개화기에도
2021.06.04 10:22:26
탈 많은 4대강 사업, 기약 없는 '재자연화'
'녹차라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우리의 4대강에 생긴 별명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 곳곳에 보를 만들자, 물의 흐름이 멈추면서 여름이면 녹조가 강을 뒤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금강보 근처의 금강은 다행히 녹차라떼가 사라지고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있자, 노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신영복 선생이 제일 좋아했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글이 떠올랐다. 최고의 선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뜻으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가로막히면 돌아가고 무리하지 않
2021.06.02 09:34:52
경부고속도로 타고 '산재왕국' 달려왔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 추풍령 굽이마다 한 많은 사연 / 그 세월을 뒤돌아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 그 모습 그립구나 추풍령 고개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한 때 유행하던 '추풍령 고개'라는 노래다.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고 간다니 무척 높은 고개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추풍령은 사실은 '낮아서 유명한 고개'이다.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 사이에 있는 이 고개는 해발 221미터로, 소백산맥과 백두대간 사이에서 가장 낮은 고개다. 그 덕분에 기반시설 건설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경부선과
2021.05.30 23:08:02
남북에서 저주받은 박헌영, 이제는 복권할 때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아프리카 등 식민지를 경험한 사회에 대해 프란츠 파농이 쓴 역사적인 대작의 제목이다. 이 표현을 한반도에 적용해 볼 때, '한반도에서 저주받은 자', '한반도에서 가장 저주받은 자'는 누구일까? 남북한의 적대적 상황 때문에, 남한에서 '빨갱이'로 저주하는 사람을 북한에서는 '혁명열사'로 칭송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이 '반동분자'로 저주하는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는 '반공열사'로 칭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저주받은 사람이 있다. 그는 조선공산당의 상징인 박헌영이다.
2021.05.28 09:18:53
'사상범' 잡아넣던 반인권법, '조두순 격리법'으로 부활?
"김상흠, 너 나와!" "제가 뭐 잘못했는데 그러세요?" 1974년 말, 부산의 한 달동네 서민주택에 경찰이 들이닥쳐 한 중년 노인을 끌어냈다.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끌려나온 사람은 몇 년 전 출소한 사상범이었다. 그는 지리산을 끼고 있는 경남 하동의 내로라하는 부농의 아들로, 일본 와세다대학에 유학을 갔다. 일제 하 많은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그는 민족해방과 사회혁명을 위해 공산주의에 빠졌고 해방 후 남로당 경남 도당위원장으로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이 됐다. 1953년 정전이 되자 그는 지리산을 탈출, 부산에서 지하당 재건
2021.05.26 09: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