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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많은 4대강 사업, 기약 없는 '재자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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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많은 4대강 사업, 기약 없는 '재자연화'

[손호철의 발자국] 38. 충남 공주 : 4대강 사업은 '녹차라떼 반(反)그린 노가다 뉴딜'이었다

'녹차라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우리의 4대강에 생긴 별명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 곳곳에 보를 만들자, 물의 흐름이 멈추면서 여름이면 녹조가 강을 뒤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금강보 근처의 금강은 다행히 녹차라떼가 사라지고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있자, 노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신영복 선생이 제일 좋아했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글이 떠올랐다. 최고의 선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뜻으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가로막히면 돌아가고 무리하지 않지만,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이야기다. 맞다.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강은 이 원리에 의해 흐르게 내버려둬야 한다. 4대강은 사람이고, 정치고, 강이고, 멈춰있으면 썩을 수밖에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가르쳐주고 있다.

▲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의 공주보 ⓒ손호철

"장마다 꼴뚜기 날까?", "같은 동굴에서 여우가 두 번 잡히지는 않는다." 행운은 매 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속담이다. "대통령 각하! 정부가 개인의 앞길을 막는다면 정부는 영원히 개인에게 큰 빚을 지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은 고려대 학생회장으로 한일회담반대 데모를 주도해 감옥을 다녀온 뒤 취직이 안 되자 박정희에게 편지를 썼다. 감명을 받은 박정희 덕으로 현대건설에 취직한 그는 초고속 승진을 하며 '샐러리맨 출신 사장 이명박 신화'를 만들었다.

정치에 뛰어든 이명박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청계천 복원 공약으로 히트를 쳤고, 취임 후 이를 완성시켰다. 내친김에 대선에 나선 그는 청계천 복원의 성공에 취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륙 수운으로 잇는 한반도대운하 계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실정 덕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어진 총선에서도 그가 이끌고 있는 보수 세력이 압승을 거두고 말았다. 장마다 꼴뚜기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은 대선 공약인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착수하려했지만 사업의 타당성 등에 대한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와 관련해,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가 불같이 일어나 굴욕적인 사과를 하는 등 국정 주도권을 상실했다. 할 수 없이 일단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축소했다.

▲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팔당유기농 농민 순례단의 기도회. 뒤의 십자가가 상징적이다. ⓒ손호철

곧이어 그동안 누적되어 있던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폭발하여 월스트리트 발 세계 경제위기가 터져 나오고 말았다. 엄청난 경제위기 앞에서 각국은 1930년대 대공황 극복에 성공한 뉴딜정책에 기초해 경기부양을 위한 새로운 뉴딜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을 경제위기를 극복할 한국판 뉴딜이라며 밀고나갔다. 특히 수해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수질을 개선시키며 수변 복합공간 조성으로 지역발전을 이끌어내는 '그린 뉴딜' 사업으로 포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4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를 만들어 6월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7월 영산강 유역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야당과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답게 속전속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22조 원을 퍼부어 한강의 이포교, 여주보, 강천보를 시작으로, 금강, 낙동강, 영산강에 총 16개의 보를 만들어 물을 가뒀고 영주댐, 보현댐, 안동댐과 임하댐을 연결시켰으며 강 상하류를 연결하는 1728킬로미터의 자전거길을 건설하는 등 4대강과 그 주변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2011년 10월 추진본부는 공사 완공을 선언했다.

▲ 남한강의 여주보 공사현장을 한 환경운동가가 내려다 보고 있다. ⓒ손호철
▲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대회 ⓒ손호철

주목할 것은 1930년대의 뉴딜도, 2008년 경제위기 속에 여러 나라들이 내놓은 '뉴 뉴딜'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듯이, 건설공사에 돈을 쏟아 붓는 '노가다 뉴딜'이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뉴딜이 공황을 이기기 위해 여러 건설 사업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핵심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실업으로 구매력이 없어 공황이 온 것에 주목, 노사협약을 제도화하는 등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사회복지를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와그너법을 제정해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2008년 이후 선진국들이 실시한 '뉴 뉴딜' 역시 4대강 사업 같은 '노가다 뉴딜'이 아니라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고 중산층 이하의 세금을 깎아줘서 빈부격차를 완화시키고 대중의 구매력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시키려는 '사회적 뉴딜'이 대세였다.

대조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엉뚱하게도 4대강 사업을 '그린 뉴딜'이라고 주장하며 무려 22조원의 예산을 이 공사에 퍼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은 22조 원만 해도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퍼부은 결과가 이명박의 주장처럼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시켰다면 그래도 이해해 주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의 경우, 결과는 환경을 살리는 '그린 뉴딜'이 아니라 '반(反)그린 뉴딜'이었다. 한 마디로, '반그린 노가다 뉴딜'이었다. 아니 22조 원의 결과가 짙은 녹색의 녹차라떼였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의 그린 노가다 뉴딜', 즉 '녹차라떼 노가다 뉴딜'이었다.

▲ 4대강 공사 결과로 생겨난 금강 녹차라떼 ⓒ최병성 목사 제공

홍수 예방도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2013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전인 2008년 4대강 지역 홍수 피해액은 523억 원이었지만 공사 완공 후인 2012년에는 그 피해액이 8배인 4167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금강의 경우 피해액이 4대강 사업 후 16배나 늘어났다.

이후 환경부는 그동안 실시된 4대강 사업평가위원회와 감사원 감사 결과 등에 기초해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가 오히려 홍수위(홍수기 때 수위)를 일부 상승시켜 홍수 소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이명박은 촛불항쟁으로 자신의 후임인 박근혜가 탄핵을 당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부정부패 등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역시 장마다 꼴뚜기가 날지는 않는 법이다.

촛불 덕분으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의 재자연화'라는 목표 아래 2017년 5월 4대강 보 수문을 열어 1년간 모니터를 해 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이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이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7년 금강보와 세종보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했고 부여 백제보의 수문을 탄력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금강은 수질이 급격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수 세력의 텃밭인 영남을 가로지르고 있는 낙동강의 경우, 낙동강보는 제대로 열어보지도 못했고, 함안보는 1년이 아니라 1개월 간 열었다가 닫는 등 수문을 제대로 열지 않았다. 낙동강의 제일 남쪽에 있는 창녕함안보를 따라 걸어봤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3월초인데도 불구하고 보 위쪽 물색깔은 보 아래쪽 물과 달리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

▲ 낙동강의 수질 악화가 가장 심각해 강정고령보의 모습은 녹차를 풀어놓은 것 같다. ⓒ최병성 목사 제공

환경부는 2019년 금강의 세종보, 금강보 일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천보는 항시 수문을 개방하라고 권고했다. 이로부터 다시 근 2년이 지난 2021년 1월에서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죽산보, 금강보에 대해 해체와 부분해체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그 해체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 전체로는 해체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강 인근 지역주민들의 경우 농업용수, 공업용수의 조달에 용이하기 때문에 수질 악화와 상관없이 보 유지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강과 영산강의 보 해체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한강과 낙동강은 보 개방, 해체를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보 문제와는 별개로 엄청난 양의 준설로 낮아진 강바닥을 복원하고 4대강 사업으로 단절된 본류와 지류를 연결시키는 등 4대강의 재자연화는 할 일이 태산 같다. 특히 다음 대선에서 4대강 사업에 우호적인 보수 세력이 집권할 경우 4대강의 녹차라떼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정권이 정말 '촛불정권'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말에 "기가 막히다"라는 말이 있다. 몸의 에너지인 기의 흐름이 막혀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기가 막하면 몸이 중병에 걸리듯이 이 땅의 기인 물이 막히면 땅은, 그곳에 사는 우리는, 병이 날 수밖에 없다. 한국 고유의 인문학적 지리학, 정확히 이야기해 산과 강의 학문인 산하학(山河學)의 정수가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란 말이다. '산은 물을 나누는 경계이다', 의역을 해 '산을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남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한다. 나는 수문 개방 후 녹차라떼가 사라진 공주보를 떠나 진짜 녹차라떼를 마시러 공주 시내로 향했다.

▲ 최근 걸어 본 낙동강의 합천창녕보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녹색을 띄고 있었다. ⓒ손호철

후기 : 최근 일부 보수언론이 환경부의 수질조사 결과 수문 개방 후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며 보 개방과 해체를 비판하고 있다. 허나 이는 보를 개방할 경우 그동안 강바닥에 쌓여있던 쓰레기 등이 강이 흐름에 따라 흘러나가며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간과한, 잘못된 비판이다.

2021년 4월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3년간 4대강 16개 보중 개방한 11개보에 대한 관찰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발표에 따르면 보를 많이 열수록 녹조가 감소했고 멸종위기 야생 생물이 다시 발견되는 등 수상 생태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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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화가를 꿈꾸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로 진학했다. 독재에 맞서다 제적, 투옥, 강제 징집을 거쳐 8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게 기자가 됐지만, '1980년 광주 학살'에 저항하다 유학을 갔고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하며 진보적 학술 활동과 사회운동을 펼쳐왔다. <국가와 민주주의>, <한국과 한국 정치>,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 등 이론서와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레드 로드-대장정 13800KM 중국을 보다> 등 역사 기행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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