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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공무원노조, '갈등구조 해소' 대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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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와 공무원노조, '갈등구조 해소' 대화 나서야

[기자의 눈] 국제 노동기준과 공무원 노사관계

  공무원노조법 시행 이후 공무원 노사관계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합법노조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정부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법 시행 3달이 다 돼 가지만 합법노조 전환 실적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공무원노조법, 연착륙 실패?' <프레시안>4월 9일자 기사 참조)
 
  이는 공무원노조법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노조법'이 국제노동기준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최근 재확인되면서 법외노조를 고수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 권승복) 등은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다.
 
  요컨대 공무원노조법 제정 과정에서 시작해 시행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공무원노조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 법을 수정하기 위한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의 이견
 
  지난달 29일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위원회(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 CFA)'는 공무원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을 우리나라 정부에 권고했다. 이 권고에는 5급 이상 공무원에게도 단결권을 보장해야 하며,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6급 이하의 공무원에게만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단체행동권은 물론 단체교섭권 중 본질적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협약체결권'을 부정하고 있는 우리의 '공무원노조법'이 국제노동기준에서 바라볼 때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정부는 비슷한 시기에 CFA가 일본 정부에 권고한 내용을 근거로 들며 "CFA가 기존에 내놓은 입장과 전혀 상이한 내용의 권고문을 보내왔다"고 해명하며 ILO 측에 강한 유감을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CFA는 지난달 29일 일본정부에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공공분야 종사자에 대해 파업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공분야 종사자에 대해서는 파업권을 제약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전공노 등 노동계는 정부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CFA의 (일본과 한국에 대한)권고를 잘 못 해석해 국제노동기준을 또다시 외면한 처사"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들은 최근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 사례를 모아 CFA에 일괄 제소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CFA의 지난달 29일 권고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 간에 논쟁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ILO와 CFA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ILO의 CFA가 지난달 29일 보내온 권고문 중 공무원 노동기본권 관련 부분
    
   위원회는 "공무원노조법의 채택과 발효에 주목하며 (한국) 정부가 다음을 통해 공무원의 완전한 권리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추가 조치를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다음의 구체적인 추가조치 내용을 권고문에 적시했다.
 
  1. 5급 이상의 공무원이 자신의 이해보호를 위한 조합결성 권리를 보장하고, 5급 이상 공무원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여타 공무원 조직을 약화시킬 정도로 포괄적으로 정의하지 않을 것.
 
  2. 소방공무원이 스스로 선택에 따라 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보장할 것.
 
  3.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과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사업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파업권에 대한 모든 제약을 제한할 것.
 
  이밖에도 CFA는 공무원노조법 제정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갈등으로 전공노 관계자가 해고된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이와 관련한 행정소송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공무원 노동기본권에 대한 ILO의 입장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ILO 협약은 지난 1948년에 만들어진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제87호 협약'이다.
 
  이 87호 협약은 모든 노동자에게 단결권을 보장해야 하며, 공무원에 대해서도 역시 단결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군대와 경찰에 대해서는 노동기본권 보장 범위를 각국의 법령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대와 경찰에 대해 예외를 둔 이유는 각국이 경찰이나 군대와 같은 특수한 공무원에 대해 단결권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ILO가 경찰이나 군대의 구성원에 대한 단결권 보장을 각국의 법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단결권을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 등에서는 군대에도 일정한 단결권을 인정하고 있고, 경찰에 대해서도 23개 국(2003년 기준)에서 단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에 대해서 87호 협약에는 구체적인 문구가 없지만, ILO 전문가위원회나 CFA 등은 '공공당국의 대리인인 공무원(civil servants acting in their capacity as agent of the public authorities)'에 대해서는 파업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기본권 제약할 수 있는 공무원 범위는?
 
  한편 1949년에 만들어진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제98호 협약'은 군대와 경찰 이외에도 일부 공무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국내법으로 유보해 ILO 협약을 둘러싼 해석상의 논란을 야기했다. 즉 노동기본권 보장의 예외를 경찰과 군대 외에 어느 범위까지 예외로 둘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1978년에 만들어진 제151호 협약(공공부문의 단결권 보호 및 고용조건의 결정을 위한 절차에 관한 협약)과 같은 해 성립된 제159호 권고(공공부문에서의 고용조건 결정 절차에 관한 권고)가 나오면서 상당부분 정리됐다.
 
  151호 협약에서는 "정책입안이나 관리 기능으로 간주되는 상위직 종사자 또는 고도의 기밀유지를 요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에 한해서만 이들의 단결권을 각국의 법률로 유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나머지 공무원의 경우에는 단결권이 유보 없이 보장돼야 한다고 정했다.
 
  또한 ILO의 CFA는 우리 정부에게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수 차례 낸 권고문을 통해 "국내법상의 특수한 지위와 관계없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단체를 설립하고 이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무원이 단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문했다.
 
  요컨대 ILO는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지만, 특정 직종이나 업무를 보는 공무원의 경우에만 노동기본권 보장을 각국 법률로 따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소방직 공무원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12일 소방직 공무원 김종렬 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소방직 공무원들이 노조를 구성하거나 가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법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현저히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소방직 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상 노동3권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하지만 단결권조차 박탈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문무기 연구위원은 "CFA에 제소된 사건을 살펴보면, 일본을 제외하고 소방직 공무원의 단결권 제한 등으로 논란이 있었던 사례는 거의 없다"며 "유럽의 경우 대부분 소방직 공무원에 대한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CFA도 지난달 우리 정부에게 보낸 권고문에서 소방직 공무원에 대한 단결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소방직 공무원의 노동3권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공무원노조법이 얼마나 국제 기준에서 동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구조 고착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국제노동기준은 '공무원노조법'의 한계를 너무나 분명히 드러낸다.
 
  일단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의 단결권의 범위를 6급 이하로 한정하고, 여기에다 지휘·감독직, 인사 등 행정기관의 입장에 서는 공무원이나, 교정·수사 등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까지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사실상 공무원의 단결권을 현저하게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무원노조법'의 특징은 자연스럽게 "공무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닌, 공무원을 여전히 통제하기 위한 법"이라는 노동계의 불만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전공노 등 법외노조를 고수하고 있는 일부 공무원노조가 합법노조로 전환을 기피하는 핵심 이유이다.
 
  여기에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국제노동기준의 구체적 내용이 우리 사회에 알려지면서 '공무원노조법'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공무원사회에 확산되고, 또한 정부가 각종 행정력을 동원해 공무원노조를 압박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구조는 반복 재생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공무원노조법 한계 인정해야
   
이처럼 공무원노조법을 둘러싼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은 공무원 당사자뿐만 아니라 행정력 낭비를 불러와 일반 국민에게까지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노조와 정부가 대립하면 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는 동원 가능한 행정력을 통해 법외노조 상태의 공무원노조를 힘으로 압박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노조 또한 국제기준에 비춰 과도해 보이는 노동3권 전면 보장을 요구사항으로 내놓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공무원노조법을 둘러싼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그로 인한 일반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공무원노조는  서로의 주장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공무원노조법'이 국제노동기준에 비춰 한참 뒤떨어진다는 점을 정부가 먼저 인정하고 국제노동기준에 일정 수준까지 부합하는 '공무원노조법' 의 대안 마련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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