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뿌리박고 천 년을 이어 마다가스카르 섬을 지키던 바오밥나무가 장작으로 쪼개진 것도
그 섬에만 산다는 희귀동물 여우원숭이가 가난에 의해 팔려나간 것도
저녁연기 아슴아슴 피던 저 드넓은 김포평야에 신도시라는 콘크리트 기둥을 세운 욕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국토 전체를 금연으로 정하고 전 국민이 행복할 것을 목표로 국민총행복론을 향해 뛰는 부탄 정부가 있는가 하면
국토를 돈벌이 대상으로 여겨 어떻게 하면 허기진 조막손을 둥지에서 몰아내고 배부른 큰손만 휘황한 불야성으로 불러들일까 골몰하는 대한민국 국무회의도 있다
우리는 얼마나 삶 밖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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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용산이라는 곳에서 사람이, 뻔히 보는 사람 앞에서 사람을 그렇게 몰아내며 죽이는 걸 보면서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럴 수 있나 하겠지만, 미치지 않고도 저럴 수 있는 게 대한민국 사람 같은 개들인지 대한민국 개 같은 사람들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안다고 또 그게 뭐 울화통만 터질 뿐이지만 그런 식지 않는 분노가 있다고 또 저 개인지 개 같은 것인지 개보다 못한 인두겁인지 어찌하여 그런 빌어먹을 개들만 세상 떵떵거리는지 아 대한민국은 이제 용산 하면 미군기지도 전자상가도 아닌 용산참사라는 슬픈 언어만이 꽃떨기로 남아 있을지니
그들은 유년기 때 예감했을까? 나중에 자신들이 사냥개가 되어 평생 폭력자본을 위해 짖어대며 살아가리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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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철도 공사장 복공판 위로 차들이 달리는 동교동3거리에 용산 하나 또 있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이라는 참 따스한 이름을 가진 식당 두리반, 그 이름만큼이나 따뜻한 칼국수를 끓이던 숫저운 마음결엔, 그날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불길이 까맣게 핥아대고 얼음파편이 쓰러지고 또 고요였다가 풍랑이었다가
아! 언 손 품어주던 세간붙이들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그해 성탄 전날 개들의 습격으로 쓸려나가버렸고 가물치 눈빛처럼 반짝이던 전등은 옅은 불빛만 가까스로 매단 채 흘러내리고 복공판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음흉한 바람만이 유리문 틈새로 들어와 주인 여인의 수척한 손등에 엎어지며 비명을 토한다
가을볕에 몸을 맡긴 감잎 같은 나비잠을 절망 속에 다져넣으며 오늘도 그녀는 철거라는 싸늘함을 안고 스티로폼 위에서 벼룩잠에 쫓긴다.
▲ 홍익대학교 앞 '두리반' 식당은 그곳에 존재해야 한다. 누구도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을 의미하는 두리반을 걷어찰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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