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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양념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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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양념 정치인'이다

[김종배의 it] '웅덩이'가 아닌 '큰 물'로 갔어야

노회찬은 인기가 많다. 방송 시사토론의 단골 패널이자 각종 강연의 인기 연사다. 새로운 소통수단으로 떠오른 트위터 분야에서 최다의 팔로우어를 확보한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도통 오르지 않는다. '삼겹살 불판' 발언으로 대중 앞에 혜성 같이 나타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진보신당 대표를 맡은 지 2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지지율은 납작 엎드려 있다. 각종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고, 서울시장 가상대결에선 한명숙 전 총리에 크게 밀리고 있다.

왜일까? 야권의 그 어느 정치인보다 노출이 잦고 인기가 많은데도 왜 노회찬 대표의 '키'는 자라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 그는 '삽겹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재료인 '삽겹살'이 아니라 양념인 '기름장'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대중이 그를 알게 된 건 민노당 평의원이던 시절이다. 대중이 그를 확인한 건 진보신당 대표가 되고서다. 대중 앞에서의 그는 평의원이었고 군소정당의 대표였고, 대중은 그를 '감독'이 아니라 '해설자'로 간주했다.

대중이 그에게 환호하는 건 적절한 비유를 섞어 '바른 말'을 할 때다. 그의 '어록'을 통해 정치사회적 배설을 할 때다. 대중에게 전달되는 그의 말은 정치적 무게감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고, 대중은 그에게 정치적 '행위'까지 갈구하지는 않았다.

▲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 ⓒ프레시안
노회찬 대표의 '미발육'을 입증하는 반증사례가 있다. 손학규와 정동영이다.

각종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두 사람은 꼭 이름 석자를 내민다. 한 사람은 '철새' 전력이 문제 되고, 한 사람은 '지역주의 회귀' 행태가 문제 되는데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모노톤의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노회찬 대표가 명함을 못 내미는 반면에 잡티가 묻은 이들은 한 자리를 차지한다. 최근 추세만 놓고 보면 노회찬 대표보다 노출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이들은 한 자리를 차지한다.

결국 힘이 '급'을 규정한다. 좋든 싫든 이들은 정치를 움직일 힘을 갖고 있다고, 이들의 정치적 '행위' 여하에 따라 야권판이 달라지고 정치지형이 달라진다고 대중이 보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노회찬 대표는 힘이 없다고, 그가 아무리 '바른 말'을 해도 경기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해설자'의 언변에 불과하다고 대중이 간주하는 것이다.

노회찬 대표가 질적 전환점을 돌파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자신의 위상을 '해설자' 급에서 '감독' 급으로 올리지 않는 한 그는 제자리를 맴맴 돌 수밖에 없다. 질 좋은 '기름장' 취급은 받을지언정 '삽겹살' 대접은 받지 못하는, 외화내빈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이랬어야 한다. 그가 '급'을 올리려면 '큰 물'로 갔어야 한다. 엎어지든 깨지든 그곳에서 힘을 키웠어야 한다. '기름장' 신세를 우선 털어내고 '삼겹살'의 지위를 확보한 다음에 '국산' 마크를 노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이탈했다. '큰 물'에서 이탈해 '웅덩이'에서 물장구치는 걸 선택했다. '당의 가치' 명분에 밀려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거꾸로 '당의 가치'를 높이는 길일 수도 있는데 포기했다. 그나마 확보한 '자신의 가치'마저 깎일지 모른다는 우려감에 '도전'이 아니라 '방어'를 택한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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