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수 새 한은 총재 내정자. ⓒ뉴시스 |
어쨌든 김 대사는 대통령 측근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잘 헤아려 한은의 고유권한인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본래 기능인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조절'을 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경제수석 출신이고 대통령 신임을 받는 인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 실장은 "통화정책 운용을 정부정책에 따르면 한은이 경제부처 하나로 전락하는 셈"이라면서 "향후 한은 역할과 기능, 독립성 확립 여부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일본의 장기불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특히 금리정책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결여하게 되면 시차가 있을 뿐 국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중수-어윤대-강만수 중 최악의 카드"
김중수 내정자에 대한 더 큰 우려도 존재한다. 세 명 중 최악의 선택으로 차라리 강만수 특보가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셋 중 누가 되더라도 금리인상을 늦추면서 성장에 대한 지원을 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주어진 미션에 충실했을 것이지만 김중수 대사가 된 것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이 시장의 상황의 변화에 따라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기획재정부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강만수 특보라면 본인의 정치적 파워를 이용해 모피아(재정부 관료들을 칭하는 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현할 수 있다"고 강만수 특보의 장점에 대해 지적했다.
어윤대 위원장에 대해 김 교수는 "셋 중에 유일한 금융전공자이며 중앙은행 역할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라며 "또 후배나 제자들을 통해 한은 역할에 대해 신중한 의견을 들을 통로가 있어 정책 판단에서 보다 정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김 대사는 금융전문가도 아니고 정치적 파워도 없다는 것. 김 교수는 "가장 조용히 한국은행을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혹평했다.
김 교수는 또 "올해 한은이 해야 할 과제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출구전략을 위해 금리인상 타이밍을 잘 잡아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은법 개정을 비롯한 금융감독체제 개편에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향후 한세대 걸쳐 한은의 운명 좌우할 문제인데 이에 김 대사가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종 후보로 언급되던 어 위원장과 강 특보가 밀려난 이유에 대해서도 "민주당 등 밖에서만이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재정부가 가장 원하는 인사가 한은 총재가 됐다는 점에서 윤증현 장관을 포함한 모피아의 완벽한 승리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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