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이날 용산 참사 당시 진압 작전을 펼쳤던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장과 용산경찰서 경비과장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이날 변호인 측은 심문을 통해 철거 용역 업체 직원이 경찰 진압 과정에 참여한 배경을 집중 추궁했다. 또 참사 전날부터 현장에 있던 용역 업체 직원을 해산시키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
"용산 참사는 '치사' 혐의 적용 어렵다"
첫 항소심 심리인 이날 재판에서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화재 원인과 경찰의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 간 공방이 계속됐다.
피고인 변호인단은 "1심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가 적용돼 유죄가 인정됐다"며 "하지만 이 사건은 '치사' 혐의가 적용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화재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 '특공대의 진압 과정이 정당한 공무가 아니라는 점' 등 두 가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뉴시스 |
변호인단은 "용산 참사에서 경찰과 철거 용역 직원들은 같은 배를 타고 협동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주민 5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그런 점에서 특공대가 정당한 공무 집행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찰이 민사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건설사와 조합 편들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경찰의 과잉 진압이 이 사건의 근본 문제"라며 "만약 경찰이 일방적으로 진압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면 이런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압 작전 전, 길거리로 화염병을 투척한 일 등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망루 진입 이후 발생한 일들은 진압 작전 자체가 정당하지 않기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용산 참사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재개발을 놓고 건설사와 땅 주인에게 수 조원의 이익이 돌아가면서 정작 수십 년 간 재개발 지역에서 살아온 영세 상인들에게는 자신들이 투자한 돈의 절반도 돌아가지 못해서 일어 난 일"이라며 "그럼에도 1심 재판에서는 희생자들이 희생자들을 죽인 걸로 돼 버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특공대가 들어간 것을 두고 공권력의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일반 경찰이 들어갔다면 괜찮은가"라고 반문했다. 또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항소를 제기한 이유를 놓고 "1심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했지만 사안의 중대성, 죄질 등을 비춰보면 양형이 낮게 선고됐다"고 밝혔다.
"1심 재판 때 실체가 밝혀졌는지 의심스럽다"
용산 참사 항소심에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1심 때 대립각을 내세웠던 '공권력 투입 정당성'과 '발화 원인의 불특정'을 놓고 시종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1심 재판 당시 증인을 출석한 특공대원들 중 상당수는 "화염병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발화 원인을 화염병으로 특정하지도 못했다. 검찰 조사에서 화염병이 발화 원인이라고 진술했던 특공대원도, 최초 진술에서는 원인불명의 불길이 발화 원인이라고 진술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권력 정당성을 놓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과 소방대원 등은 법정에 출석해 "당시 상황은 진압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했었다. 특공대원 중 일부는 "내가 지휘관이었다면 진압 작전을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런 증언들은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이날 항소심에서 변호인단은 "재판이라는 건 합리적 의심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하지만 1심 재판 때는 그것을 이뤄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은 채택하지 않으면서 검찰이 제시한 진술은 모두 인정했다"며 "재판을 왜 하는지에 대한 회의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25일 검찰과 경찰이 제출한 재판부 기피신청 재항고를 "재판부가 이미 변경돼 의미가 없다"고 기각했다. 또 수사 기록 열람 등의 허가에 반발해 제기한 항고도 "재판장의 처분에 불과해 재항고 대상이 아니다"며 기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