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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로스쿨, 건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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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고, 로스쿨, 건보료

[김종배의 it] 부정과 편법의 특별전형은 이제 시작

이제 보니 순진하다. 자율형사립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통과했다가 입학이 취소된 132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렇다.

맞대면 보인다. 이번에 새로 불거져 교과부가 실태조사에 나선 로스쿨 부정입학 사건과 비교하면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자들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로스쿨 부정입학자들은 '조작'하거나 '활용'했다. 한부모가족증명서, 장애수당대상자확인서, 자활근로자확인서를 제출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을 제출하도록 돼 있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했다. 지역보험의 경우 재산 조작으로 보험료를 낮췄고, 직장보험의 경우 재산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점을 활용했다. 그렇게 재산상황을 감추거나 비껴가 '배려'를 받았다.

반면에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자들은 손대지 못했다. 재산을 '조작'하지도 못했고 직장건보의 맹점을 '활용'하지도 못했다. 서울시 교육청이 동원한 실태조사 방법이 보험료 납부실적이었던 점을 감안하고, 이 방법만으로 132명의 학생이 걸러진 점을 상기하면 그렇다.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자 가운데에도 재산을 줄여 지역건보료를 낮추고, 재산이 많지만 월급이 적어 직장건보료를 적게 내는 학부모가 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설정하면 그렇다.

자율고 부정입학자들을 두둔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당국을 비판하고자 하는 얘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손놀림마저 엉성했던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교과부는 '나는X'은 살려주고 '기는X'만 패대기 친 것이다. '로스쿨급'의 편법을 쓴 학생은 자율형사립고를 다니게 하고 '엉성한' 학생만 내쫓은 것이다.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특별전형이 무한반복될지 모른다.

교과부가 그랬다.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에도 불구하고 전체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할당하는 특별전형제도를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례는 시행 초기의 혼란에 불과하며, 홍보가 되면 정착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귀족학교' 논란이 거세게 이는데도 교과부가 자율형사립고를 밀어붙였던 것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의지했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용어와 '전체 정원의 20%'라는 수치를 앞세워 '귀족학교' 비판을 희석시킨 것이다. 무너진다. 부정입학 사례에 놀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없애거나 비율을 줄이면 이 '희석제'가 희석되고 자율형사립고의 '정체' 논란이 다시 불거진다.

손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서 '학교장이 추천하는 자'를 빼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또는 한부모가족으로 한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로스쿨이 그렇게 했는데도 부정과 편법이 동원될 걸 보면 '돈 많은' 차상위계층과 '풍족한' 한부모가족이 언제 어디서 느긋한 미소를 지을지 모를 일이다. 국세청도 쉬 손대지 못하는 재산 조사를 학교장 보고, 자율형사립고 보고 하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사회적 배려'가 '사회적 편법'이 되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른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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