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님께 양심고백을 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불법시위단체를 옹호하는 국가단체이오니 정권의 안녕을 위해 처벌하거나 해체해 주십시오.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2008년 당신을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만든 촛불시위에 적극 참여하였음을 제가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촛불시위 때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동료 선후배 작가들과 함께 촛불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한국작가회의 깃발이 촛불시위 현장에 나타나기 이전에도 많은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여중생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었던 증거 사진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예술위는 국가재정법 44조와 88조에 근거하여 내린 행정자치부의 <2010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 집행지침>을 어겼습니다. 촛불시위 참여단체인 한국작가회의에 다른 참여 단체와 형평성을 무시하고 편법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려고 합니다. 아니 당신이 말한 '국격'도 없이 제발 돈을 받아달라는 것처럼 애걸복걸하는 듯 보입니다. 아래는 지난 3월 8일 한국작가회의에 보낸 예술위의 공문 가운데 일부입니다.
"우리 예술위는 이 지침을 준수하면서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귀 단체가 2008년도 '광우병대책국민회의'가 주최한 불법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한 것입니다. 미래의 행동을 제약함으로써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신념과 행동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 제한을 두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서의 형식과 일부 내용이 예술계의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확인서의 요청을 철회하고자 합니다."
이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법이 엄연히 있고 정부지침이 변경되지 않았는데 일개 위원회 조직이 제멋대로 일부단체에게만 확인서를 철회하겠다는 것은 촛불시위 참여단체보다 더한 반정부 조직임이 분명합니다.
함께 처벌할 사람이 있습니다.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인 유인촌입니다. 예술위가 작가들에게 양심을 팔라는 굴욕스러운 '확인서' 요구를 철회한데는 그 상급단체에서 군림하고 있는 유인촌 장관이 예술위의 처신이 올바르지 않았다고 언론에 입장을 밝히면서 이뤄졌습니다. 행정자치부 지침에 충실하던 예술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을 보면, 유인촌 장관이 예술위의 배후세력임이 분명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이 소중히 여겨 최장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하고 있는 유인촌은 배은망덕하게도 국가예산을 허투루 쓰고 있습니다. 멀쩡한 예술위 위원장을 불법적으로 내몰고 새 이사장을 선임했다가 결국에는 2명의 위원장에게 월급을 주는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한푼의 예산이라도 아껴 4대강을 파헤쳐 토건기업을 살려야 하는 판국에 말입니다. 아, 이게 혹시 이명박 대통령님이 요즘 말하시는 '일자리 창출' 정책의 일환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작가회의를 지원하려는 배후세력임은 잊지 마세요. 그러다간 정권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함께 저를 처벌하십시오. 저를 가압류 하셔야 합니다. 며칠 전 경찰청에서 불법시위 세력에 피해액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니 효과적(이 얼마나 국민을 상대로 돈을 거둬들여 국가예산을 늘이는 정책인가!)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사실 대통령님께 조용히 고백할 일이 있습니다. 저도 민사소송을 당해야 마땅합니다. 2008년 예술위에서 창작기금을 자그마치 1200만 원이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런 제가 감히 당신의 가슴을 아프게 촛불시위에 참여하였으니 기금을 당장이라도 돌려드려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를 어쩝니까? 작가의 수입이라는 게 너무도 보잘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2000만 원짜리 전세금이라도 당장 빼야하는데, 그곳은 아내의 명의니 저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집필실이라도 있으면 어찌 해보겠는데 아직 돈이 여의치 않아 이곳저곳 얹혀 글을 쓰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승용차라도 있으면 팔겠지만 그도 없어 늘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합니다. 작가들 처지가 그렇습니다. 대부분 저랑 형편이 비슷합니다. 기껏 가진 재주라고는 글쓰기인데, 그놈의 글이라는 게 '저항 정신'을 빼면 쓸 줄 아는 게 없으니, 당신을 위한 '용비어천가'를 써서 대신할 처지도 되지 못합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제가 창작기금 받은 내용이 노동자들 이야기입니다. 육칠십년대 가발공장 봉제공장에서 시다로 일하며 저임금에 배고팠던 이들의 목소리에서 최근의 비정규직에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의 삶까지. 대통령님의 '기업 프렌들리' 정신에 벗어나 있습니다. 당신의 '절친'인 재벌들이 읽으면 뒤통수가 댕기는 글뿐입니다. 그러니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저에게 예술위에서 받은 기금을 회수하는 방법은 저항하는 노동자의 급여와 살림살이를 가압류 하듯 제 몸뚱이를 가압류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참, 하나 더 고자질 할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진 것도 없이 사는 작가들이 당신이 '하사'하겠다는 거금 3400만 원을 뿌리치고 '저항의 글쓰기'를 하겠다고 조직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촛불시위할 때는 이런저런 단체에 가려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국작가회의의 실체가 분명해졌습니다. 저항의 글이 올라오는 순간 중앙대학교에서 진중권 교수를 쫓아내듯 저항의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을 발본색원하여 밥줄을 끊으십시오. 미네르바처럼 아예 교도소에 처넣든지.
더불어 작가들의 이전 행적도 조사해야 합니다. 당신이 집권하자 국방부에서 불온서적 리스트를 만들듯이 말입니다. 작가들의 글은 사실 '저항 정신'이 빠지면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이 무엇입니까? 군사정권에 맞서 저항한 자유실천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아닙니까? 대통령님이 이제껏 관대하셔서 작가들의 실체를 못 보신 겁니다. 노동자와 서민 대신 재벌과 투기자본을 위해서라도 '저항 정신'이 투철한 작가들의 '이성'을 가압류 하십시오. 작가들이 말하는 자유와 평등은 당신이 집권하여 유난히 검찰과 함께 외친 법정신에 위배되니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까 두렵습니다. '저항 정신'이 투철한 작가들의 분노에 전복될 수도 있으니, 이 작가들의 책들을 추적하여 분서갱유하십시오.
이명박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무뎌진 작가정신을 깨우쳐주신 당신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지난 집권 3년 동안 제 가슴에 새겨진 교훈이 많아 말이 길어진 것 죄송합니다. 한마디만 더 말씀 드리고 글을 맺을까 합니다.
작가들이라는 게 알량한 양심(작가회의도 그래서 삼천사백만원을 거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빚지고는 못삽니다. 당장 돈이 없어 제가 예술위에서 받은 1200만 원 기금을 당장 돌려드리지는 못하지만 나름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껌값이라 떡하니 수표 한 장이면 끝날 액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네요. 제 처지에 맞게 10원 짜리로 1원 짜리로 차곡차곡 모아 청와대 앞으로 가져가겠습니다. 저 홀로 안 되면 그 옛날 짱돌을 들었던 벗들과 함께 손에 손에 1원 짜리를 들고 청와대로 달려가겠습니다. (그럼 1200만 명인가?) 그때 놀라지 마십시오. 촛불 때처럼 인왕산에 올라 '아침이슬' 부르시며 눈물도 흘리지 마십시오. 단지 당신에게 진 빚을 갚는 일이니. 그날, 이번에 확인서를 쓰지 않은 무뢰함의 빚도 반드시 갚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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