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법정 스님, 길상사에서 '아름다운 마무리'

11시 52분께 입적…마지막까지 성장 위주 정책·탐욕 질타

'무소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법정(78) 스님이 11일 오후 1시 52분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정 스님은 이날 낮 입원 중이던 서울삼성병원에서 병세가 악화되자 자신이 창건한 성북동 길상사로 옮겨 결국 운명했다. 그는 폐암이 발병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병이 악화했다. 특히 그는 매년 길상사 법회를 서너 차례 거르지 않고 참석했으나, 지난해 4월 19일 법회를 마지막으로 법문을 하지 못했다.

▲ 법정 스님. ⓒ조세현

법정 스님은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등 스무 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해 불교계의 대표 문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1997년에는 길상사를 창건해 2003년까지 회주를 맡았다. 그는 이곳에서 대중을 상대로 법문을 해왔는데, 이 법문도 불교계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명문으로 회자되었다.

법정 스님은 <불교신문> 편집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등을 역임했다. 1970년대에는 불교계 인사의 현실 참여가 드문 상황에서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씨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하고 유신 철폐 개헌 서명 운동을 펼치는 등 민주화 운동에도 참여했다.

법정 스님은 지난 12월 14일 길상사 창건 11주년 법회에서 "성장 위주의 정책과 무절제하고도 부도덕한 경제 팽창은 한정된 자원으로 지속될 수 없고, 이는 천연자원을 착취하고 미래 세대의 몫을 빼앗은 나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최근의 경제 위기는 탐욕을 경고하는 것이자 분에 넘치는 풍요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