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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기능 정지됐다, 위원장 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

[뉴스메이커] '영진위 정상화를 위하여' 토론회서 쏟아진 영진위 비판

"영진위는 위원회의 책무에 대한 고민이 과소해 밀어주기, 편의봐주기를 행하면서 비민주적인 선정을 일삼았고, 그 결과 공공성을 훼손하며 공적기관으로서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신뢰와 정당성을 상실했다. 위원들간 토론, 견제를 통한 자정 능력을 보이지 않아 위원회 체제의 이점을 살리지도 못한 채 역능 전반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용진 서강대학교 교수)

"영화-문화정책의 주요 기준을 '이념-경제적 차원'으로 전도시켰다. 문제는 이념이 단지 인적교체로만 이해되고, 경제가 돈으로만 이해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4기 영진위의 정책과 활동은 '이중의 실패'다. 더욱이 영진위의 방향 전환 예고는 위원장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인 바, 향후 영진위 정책 집행 과정에서 권력의 사유화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현용 영화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3월 9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128호에서 열린 '영진위 정상화를 위하여 : 영진위가 가야 할 길을 묻다' 토론회에서 쏟아진 영진위에 대한 비판들이다. 그나마 위의 인용들은 토론회 발제자들이 내놓은 비판들 중 핵심적인 부분들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 이날 쏟아진 영진위에 대한 비판은 '쓴소리' 수준을 넘어 영진위에 대한 영화계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드러내는 수준이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영진위가 인적, 제도적 양쪽 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영진위가 하루빨리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3월 9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128호실에서 본지가 주최하고 최문순 의원실이 후원하는 '영진위 정상화를 위하여' 토론회가 열렸다.ⓒ프레시안

최근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숱한 논란과 의구심의 중심이 되었던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 조희문, '영진위')는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그리고 임시국회에서의 증언 등에서 한결같이 '공모절차에 하자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정작 계속해서 지적되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 와중에 시네마테크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에 공모제를 시행하려다 반발에 부딪혔고, 그럼에도 공모제를 강행하다 지원자가 한 단체도 없어 일단 유보시킨 상태다. 그런가 하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파행으로 운영해 아카데미 출신/소속 감독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던 상태에서, 독립영화 감독들이 대거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에 보이콧을 선언했음에도 영진위가 판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감독들에게 일언반구 통보도 없이 영화아카데미 감독들의 영화가 시네마루에 상영되도록 프린트를 넘겨줘 극장 앞에서 감독들의 릴레이 상영거부 1인시위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 날 토론회는 이제까지 영진위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러한 사태들에 대해 영진위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철학과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보다 근본적으로 짚어보자는 취지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후원 하에 본지가 주최해 마련됐다. 본지 오동진 편집장이 진행을 맡은 이 토론회에 원용진 서강대 교수와 최현용 영화인대표자연대회의 사무국장, 그리고 이용배 계원조형예술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장으로 활동중인 차승재 한국제작가협회(제협) 회장, <효자동 이발사> 임찬상 감독과 <반두비> 신동일 감독이 토론자로 나섰으며, 객석에서 김혜준 전 영진위 사무국장과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고영재 한독협 전 사무총장 등도 발언을 보탰다.

원용진 교수는 발제에서 "영진위는 자신의 책무를 설명하고 책임질 수 있는 책무성(accountability)에 대한 인지 자체가 부족하며, 제3세대 인권이라 불릴 정도로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권에 대해서도 전혀 비전과 철학이 없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매체가 발전할수록 소외층은 더더욱 미디어에서 소외되는 바, 이러한 소외계층의 커뮤니케이션권에 대한 확보와 권능화를 유념해야 하는 곳이 영상미디어센터임에도, 영진위나 영진위 공모에 의해 새로이 사업자로 선정된 시민영상기구에는 이에 대한 고민이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 영진위 위원의 경험이 있는 원용진 교수는 "(의원들끼리) 격렬하게 대립하다가 한 의원이 다른 의원에게 서류뭉치를 던진 일도 있었다"고 자신의 위원 활동 시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영진위의 9인 합의 체제는 의원들간 토론과 견제를 통해 충분히 자정능력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현 영진위는 그러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언론의 지적 역시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현용 영화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강한섭 - 조희문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현 4기 영진위 체제에 대해 '문화와 산업'이라는 영화가 갖는 양가성과 관련해 영화진흥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비단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파행과 시네마테크지원사업에 대한 공모제 시도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제작지원사업, 민간단체지원사업, 마스터영화제작지원사업, 중형투자조합 출자사업으로 이어지는 2009년 공모사업이 일관되게 파행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최현용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더욱이 최근에 문제가 된 미디어센터나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지원사업 등에 대해서는 영진위가 2010년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을 작년 국회에 제출하면서 지원방식을 그저 '위탁운영자 선정 지원'으로 표기했다며, "이는 공모 또는 지정 어느 방식도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함에도 합리적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공모를 당연전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10년 예산서에는 해당사업의 지원대상을 각각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로 특정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최현용 사무처장은 조희문 위원장이 작년 11월 문화부장관 업무보고에서 '책임심사제와 위탁관리, 사후지원'으로 방향 전환을 예고한 것을 언급하면서, "책임심사제는 선정에 있어서 위원장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겨로가를 낳을 것이며, 위탁관리를 일반화하는 것은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관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각종 소위원회가 폐지되고, 사무국장이 오랫동안 공석으로 유지되는 것 역시 한마디로 영진위가 사유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결국 영진위가 정부의 다른 부처나 영화계와 소통하지 않은 채 위원장 독단의 사유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이런 파행들이 연이어 일어난다는 얘기다.

현재 영진위에 의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화아카데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용배 교수 · 감독은 "2009년 10월 부산영화제에서 아카데미 개교 25주년 기념특별전과 포럼을 다 준비해놓고도 영진위의 압력으로 결국 취소해야 했다"고 밝히면서, "현 정권 이후 출범한 조희문 위원장 체제의 영진위가 영화교육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도 없이 영화아카데미를 함부로 뒤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520명의 인재를 배출한 아카데미인 만큼, 어떤 정권, 어떤 외풍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한국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용배 감독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영진위가 영화를 '돈'으로만 환산하면서, 공공성이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철학이나 이를 지켜가야 할 자신의 책무는 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원용진 교수는 결국 "지금의 영진위 위원들로는 희망이 없다, 새로운 인사들로 위원회를 재구성해 새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현용 사무처장은 "공공법률에 의해 강조되는 독임제가 아닌, 현 영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9인 위원회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3기 영진위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김혜준 창조산업연구원 소장은 "공공기관의 구성원리 등이 사후견제가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공공기관 운영에 따른 법률에 의하면) 영진위원 중 두 명 이상이 내부감사를 청구할 수 있게 돼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또한 "이 일련의 사태의 단초는 문광부의 유인촌 장관이 제공한 것임에도 지난 서울아트시네마와 감독 및 영진위, 문광부 대담 자리에서도 그랬듯 유인촌 장관이 마치 거대중재자가 된 듯이 행동하고 있다"며 꼬집기도 했다.

▲ ⓒ프레시안
한편 토론자로 나선 차승재 제협 회장은 "현장 영화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것은 한국영화의 '현실'인 반면, 미디어센터나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등은 한국영화의 '미래'이기 때문에 현장 영화인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차승재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화의 미래를 짊어진 이들이 파란물을 들였다가 빨간물을 들였다가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을 이으면서, "현재 공모파행 등에 대해 과정상, 절차상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결국 이념이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바로 핵심이라는 것. 차승재 회장은 "설사 지난 10년간 아무리 잘못했다 해도 쓸 만한 것들이 있을 텐데, 이를 통째로 부정하는 표현이 바로 '잃어버린 10년'이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위원으로 활동해서는 한국영화계에 단절과 퇴행만 있을 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영화인들은 개인적으로 어떤 신념을 갖든 그리 정파적이지 않은데, 강한섭-조희문 위원장 체제가 인력풀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다른 이들을 배제하고 공모를 하려니 최근의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객석에 있다가 마이크를 잡은 고영재 한독협 전 사무총장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영진위가 아닌 문광부가 먼저 치고 나오고 영진위는 뒤로 빠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영진위는 문광부의 꽃놀이패"라고 통렬하게 비판하며, "영화인으로서 수치스럽다"고 강조했다. 영진위가 제 기능을 전혀 못한 채 문광부가 벌이는 이벤트에 동원되는 수준 그 이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는 이용배 감독이 발제에서 "아카데미 신입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영진위의 기능에 마비가 왔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궤를 이루는 주장이다.

▲ 토론회를 후원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왼쪽)과 격려차 토론회장에 참석한 천정배 의원.ⓒ프레시안

토론회를 후원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이) 도덕적 수준이 다른 사람이라 일하기 어렵더라"고 말을 떼면서, "영진위의 구성 법률이 미비해 영화인들의 전문성과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은 데다, 영비법이 있음에도 영진위원장은 공공기관 운영법률에 따라 임명돼 영비법상으로는 9인 위원회 체제이면서도 사실상은 위원장 독임제로 흘러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관련 법안을 정비하고 특히 영비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는 것. 한편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천정배 의원은 "임시국회 때에도 드러났지만 영진위가 벌이는 사태들은 한마디로 범죄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계속 주시하며 끝까지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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