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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요인'이 선거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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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요인'이 선거판 흔든다

[김종배의 it] '비리 심판'이냐 '비리 척결'이냐 가늠자

맞다. 일각의 분석처럼 여권이 초반 고삐를 쥔 게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교육·권력형 비리의 발본색원을 주문하고, 사정기관이 대대적 사정에 나서고, 한나라당이 '클린 공천'을 내세우면서 전세를 뒤바꿔버렸다. 야권의 '비리 심판' 프레임을 '비리 척결'로 뒤바꾼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희롱 전력자인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비롯해 이른바 '비리 혐의자' 공천을 계획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한나라당이 집중 공격하면서 능동과 피동의 위치마저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여권이 야권 공세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득의만만해 할 단계도 아니고, 야권이 선수를 뺐겼다고 한탄할 단계도 아니다. 아직은 초반. 기껏해야 잽만 날리는 탐색전에 머물고 있다. 지방선거전이 중반에 돌입해 난타전을 벌이면 전세가 어찌 변할지 모른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뉴시스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예정된 변수가 몸을 풀고 있다(우근민 공천 배제는 논쟁의 여지가 없으므로 배제한다).

4월 9일이 되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 바로 이것이 판을 흔든다.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 뿐만 아니라 방방곡곡의 선거판을 흔든다. 프레임을 흔들고, 전선을 흔들고, 다른 후보를 흔든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 여권이 치명상을 입는다. 여권의 '정치기획' 혐의가 더욱 짙어지고 검찰의 '공정수사'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사정 정당성이 손상을 입고 여권의 '비리 척결' 구호 옥타브가 떨어진다. 여권의 프레임이 칠레 지진 급의 진도에 흔들리는 것이다.

더불어 확장된다. '비리' 프레임이 '정권 심판' 프레임과 결합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명박 정부의 사정 칼끝이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을 야권이 부각시키면서 '정권 심판' 구호에 유용한 사례 하나가 추가된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지방선거전은 일방 독주로 흐른다. 야권이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해봤자 여권의 '비리 척결' 화두에 말리는 결과만 빚기에 그렇다. 사정 칼끝이 야권 인사를 겨누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을 줄여주기에 그렇다. 선거판과 사정판을 마구 뒤섞어버리는 것이다.

더불어 빠진다. 최대 격전지의 분위기가 빠지고, 민주당의 거점전략이 빛 바래고, '노무현 신원'을 꾀하려는 친노 세력의 부활전략이 힘을 잃는다. 나아가 유력 후보가 사라진 자리에서 야당 사이의 자리다툼을 격화시키면서 후보 단일화 동력을 끌어내린다.

이렇게 보니 확연하다. 능동과 피동의 위치가 또 한 번 뒤바뀌어 있다. 법원이 능동태고 정치권이 피동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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