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개최된 제8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로커>가 세계흥행역사를 바꿔놓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를 제치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반면 <아바타>는 미술상, 촬영상, 특수효과상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이라크 주둔 미군 폭탄제거반을 소재로 한 <허트로커>는 <아바타>의 제작비의 1/10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제작된 독립영화이며, 흥행수입은 <아바타>와의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올해 처음으로 작품상 후보에 10편을 올린 아카데미는 흥행성과 기술적 실험보다는 작품성 자체에 주목해 <허트로커>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 <허트로커> 촬영 당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모습. (제공_케이앤엔터테인먼트) |
캐스린 비글로의 감독상 수상으로 아카데미의 역사도 바뀌게 됐다. 즉, 82년만에 최초로 여성 감독상 수상자가 탄생하게 된 것. 그동안 리나 베르트뮬러(76년 <세븐 뷰티즈>), 제인 캠피언(93년 <피아노>), 소피아 코폴라(2003년 <사랑도 번역이 되나요>) 등 3명의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모두 수상에는 실패했다. <폭풍 속으로>, <블루스틸> 등 여성감독으로는 이례적으로 남성적 액션장르 영화로 재능을 인정받아온 비글로는 2002년 <K-19>의 대실패 이후 침묵해오다가 8년만에 <허트로커>로 멋지게 재기하게 됐다. 그는 이미 감독조합상 등 할리우드의 각종 조합상을 휩쓸어 이변이 없는 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할 것이란 기대를 모아왔다.
비글로는 시상식에서 "내가 너무나 존경하는 감독과 함께 후보지명을 받은 것 자체가 영광"이라면서 감격을 나타냈다. 비글로의 전남편이자 <아바타>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처의 수상을 축하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남녀주연, 조연상 수상자 4명은 모두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연기자들이다.
최대 이변은 역시 여우주연상. 로맨틱코미디로 팬들에게 각인돼온 샌드라 불럭이 아카데미 16번 후보지명 기록을 가진 메릴 스트립(<줄리 & 줄리아>)을 제치고 <블라인드 사이드>로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는 감격을 맛봤다. 불럭이 이미 골든글로브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의 전작들이 워낙 가벼운 오락물이기도 했지만, 이번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스트립과 헬렌 미렌(<종착역>)같은 탁월한 배우를 비롯해 캐리 멀리건(<언 에듀케이션>), 개버레이 시디베이(<프리셔스>) 등 놀라운 연기력의 신예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불럭은 무대에서 "정말 내가 이 상을 받은 건가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불럭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불우한 흑인소년을 양자로 삼아 성공시키는 백인 상류층 여성을 실감나게 연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크레이지 하트>에서 사랑을 통해 생의 의미를 되찾는 한물간 컨츄리 가수 배드 블레이크 역을 감동적으로 연기한 제프 브리지스에게 돌아갔다. 1971년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라스트 픽쳐 쇼>로 데뷔해 40여 년동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로 활동해온 그 역시 아카데미에 5번 도전한 끝에 이번에 결국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게됐다.
남우 조연상을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 악독한 나치장교를 인상적으로 연기한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퍼 왈츠에게 돌아갔으며, 여우조연상은 <프리셔스>에서 재혼한 남편에게 성폭행을 당한 친딸이 임신하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자신만 생각하는 무정한 엄마를 연기한 흑인 여배우 모니크가 수상했다.
외국어영화상 역시 뜻밖의 작품에 돌아갔다.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까지만해도 칸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격찬받은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이나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은 아르헨티나 감독 후앙 호세 캄파넬라 감독의 <그들 눈 속의 비밀>이 수상했다. 검사로서 임무를 완수하고 은퇴하게 된 주인공이 25년 전 발생했던 강간살인 사건에 관한 책을 쓰는 과정에서 뜻하기 않은 상황에 휘말려 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카데미 영화 역사상 아르헨티나 영화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제82회 아카데미영화상 주요부문 수상자 및 수상작> 작품상 : <허트로커> 감독상 : 캐스린 비글로 (<허트로커>) 각본상 : 마크 볼 (<허트로커>) 각색상 : 제프리 플레처 (<프리셔스>) 남우주연상 : 제프 브리지스 (<크레이지 하트>) 여주주연상 : 샌드라 불럭 (<블라인드 사이드>) 남우조연상:크리스토퍼 왈츠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여우조연상: 모니크 (<프리셔스>) 장편 애니메이션 : <업(Up)> 단편 애니메이션 : <로고라마(Logorama)> 장편 다큐멘터리 : <더 코브(The Cove)> 단편 다큐멘터리 : <뮤직 바이 프루던스(Music by Prudence)> 단편 극영화 : <뉴 테넌츠(The New Tenants)> 주제가상 : <크레이지 하트>의 '더 위어리 카인드(The Weary Kind)' 음악상 : <업> 미술상 : <아바타> 의상상 : <영 빅토리아> 분장상 : <스타트렉> 촬영상 : <아바타> 편집상 : <허트로커> 음향편집상 : <허트로커> 음향믹싱상 :<허트로커> 특수효과상 : <아바타> 외국어영화상 : <그들 눈 속의 비밀(The Secret in Their Eyes)> -아르헨티나 후앙 호세 캄파넬라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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