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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한미FTA 반대' 집회…민중진영 총집결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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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한미FTA 반대' 집회…민중진영 총집결 양상

대학로에서 '1차 범국민대회' 이어 광화문까지 행진

그동안 대통령 탄핵, 미군 철수 등 우리 사회 현안들에 대해 다소의 입장차이를 보여 오던 민중운동 진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빠르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양상은 15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제1회 범국민대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여론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한미 FTA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항한 민중운동 진영의 조직적 반대활동이 앞으로 더욱 급속히 강화될 전망이며, 정부여당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한미 양국 정부 간 FTA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 올해 가을 이후에 현 정권과 민중운동 진영 사이에 큰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15일의 범국민대회는 지난달 초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에 대해 영화인들이 들고일어나면서 촉발된 한미 FTA 반대 운동이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민중운동 단체들이 망라된 전면적인 민중운동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이번 범국민대회를 계기로 민중운동 진영의 FTA 반대 운동에 일반 시민들이 어느 정도 호응하고 참여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 1만여 명 모여 '한미 FTA 반대!' 함성**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일대는 반나절 동안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로 넘쳐났다. 이날 정오부터 서울대학교 병원 후문, 마로니에 공원, 대학로, 방송통신대학교 앞 거리 등서 노동자, 농민, 영화인, 학생, 장애인단체 등이 각각 사전대회를 진행한 데 이어 사전대회 참석자들이 오후 3시 30분부터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한데 모여 '제1회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모두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6000여 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라고 이름 붙여진 순환총파업을 최근 마무리한 민주노총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도 상당수 참여했다.

범국민대회는 직업, 소속, 나이, 성별의 한계를 넘어 진행됐다.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대회는 각 부문 단체 대표의 연설, 노래패 등 문예운동단체의 노래공연과 마당극 공연 순서로 진행됐다.

범국민대회는 각 부문 단체들의 공동투쟁 결의를 담은 상징의식을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됐다. 이어 대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한미 FTA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선전물을 나눠주었다.

행진의 종점인 광화문 일대에는 이날 오후부터 44개 중대 40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돼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까지 행진을 마친 후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이제부터 '전 민중적 대항쟁'에 나서자" 잇단 촉구**

이날 범국민대회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오종렬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대회사에서 "각계각층에서 쌀개방 저지 투쟁, 한-칠레 FTA 저지 투쟁, WTO 반대 투쟁, 비정규직 철폐 투쟁 등을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하나로 뭉쳐 한미 FTA를 저지하는 '전민 대항쟁'을 시작하자"고 외쳤다.

김세균 교수학술공대위 대표도 '전민 대항쟁'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미 FTA를 추진하는 힘은 거대하기 때문에 이들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전 민중적인 항쟁이 필요하다"고 오종렬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대중동원 능력이 있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전민 항쟁의 최일선에서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문성현 민노당 대표는 "미국에 맞장뜰 수 있는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며 "민중의 권익과 나라를 위해 민노당이 앞장서겠다"고 공언했고,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80만 조합원이 필사적으로 투쟁해 민중의 승리를 안아 오겠다"고 호언했다.

***"한미FTA, IMF 열 개가 한꺼번에 닥치는 것과 같다"**

이날 대회에서는 한미 FTA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발언도 많이 나왔다.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미 FTA는 IMF 외환위기 열 개가 한꺼번에 닥치는 것"이라고 했고, 지금종 문화연대 대표는 "한미 FTA는 서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의 공공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권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경제, 금융, 교육의 주권이 없는 나라가 돼 미국의 52번째 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김영삼 정권이 '개방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가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며 "현 정권도 FTA 추진으로 비참한 말로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인 대표로 나온 영화배우 안성기 씨는 "한미 FTA가 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반드시 저지하기 위해 모든 영화인들이 함께 적극 (반대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민중운동 진영의 응집력, 앞으로 더욱 강화될 듯**

한편 이날 범국민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한미 FTA를 계기로 빨라지고 있는 민중운동 진영의 결집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견해 차이로 그동안 민중운동 진영이 주요 현안들에 대한 대처에서 다소의 갈등을 표출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런 변화는 일단 한미 FTA 자체가 포괄범위가 매우 넓어 각 부문단체의 이해관계에 모두 걸린다는 특수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민중운동 진영에서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단체의 이해관계를 넘어 연대하고 단결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1996년 말 노동법-안기부법 개악에 대항한 투쟁 이후 최초로 모든 부문단체들이 총집결했다"고 말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민중운동 단체들은 올해 11월까지 반 FTA 투쟁을 위한 운동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현 정권의 한미 FTA 체결 기도를 좌절시킨다는 계획 아래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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