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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오늘, 한국 재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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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오늘, 한국 재벌의 미래

[화제의 책] 日 독립 언론이 파헤친 <토요타의 어둠>

A씨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격무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나 노동부도, 언론도 그의 죽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삼성의 힘은 나라 곳곳에 뻗쳐 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소명하기 위해 홀로 맞서 싸운다. 그러나 가족들은 모두 삼성에 관련된 사람, 아내는 외로운 싸움에 지쳐간다.

이 때 <OO일보>가 이 사실을 보도한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OO일보>는 '광고 없는 언론'이 목표다. 광고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유일하게 삼성전자의 치부를 건드릴 수 있었다. <OO일보>는 내친김에 삼성 하청 업체의 사연, 외주 노동자의 사연, 찬사 아래 숨겨진 삼성의 치부를 파헤친다. 이 내용은 <삼성의 어둠>이라는 책으로 묶여 세상에 드러난다.

▲ <토요타의 어둠>.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창해 펴냄). ⓒ프레시안
가상의 이야기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토요타'로 바꾸면 현실이다. <토요타의 어둠>(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창해 펴냄)은 세계 제일의 자동차 회사로 군림한 토요타의 치부를 파헤친 책이다. 앞서 서술한 모든 내용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삼성을 토요타로만 바꿔 읽으면 된다.

이 책의 지은이는 <MyNewsJapan>이라는 지난 2004년 창간한 일본의 독립 인터넷 언론이다. 와타나베 마사히로 대표이사는 책의 서문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는 '광고 수입 제로'를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으므로 토요타를 성역시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도 수시로 새로운 정보를 게재할 예정이므로, 토요타 관계자들에게 끊임없이 정보 제공을 요구할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아직 토요타가 리콜 사태로 휘청이기 전에 나왔다. 일본 현지에서는 최근 사태와 맞물리며 '토요타의 미래를 예견한 책'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토요타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나온 책이지만 당시에도 이미 리콜은 만연해있었음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적시생산(Just In Time)' 신화에 가려진 토요타의 비인간적 노동 환경, 토요타시에 사는 이들의 정신 세계를 개조해버리는 토요타식 지배, 하청 업체를 쥐어짜 만들어낸 거대한 이익, 비인간적 노동 착취 등을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주요 언론을 통해 접하던 화려한 토요타의 이면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격적이다.

그러나 책을 흥미롭게만 읽기는 무리다. '라이벌 국가' 일본 제일의 기업이 이렇게 못났다는 사실에 고소해하기도 어렵다. 토요타의 어둠은 바로 한국 재벌 기업의 어둠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모든 내용은 이미 한국 언론이 한국 재벌 기업의 어두운 면을 다른 기사로 접한 일이다. 책에 소개된 각종 사례가 눈에 익은 이유다.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요 재벌 기업들이 하청 업체를 쥐어짜 큰 이익을 내고 있다는 기사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노조 파괴 작전, 어용노조에 의한 노동운동 무력화 사례는 지나치게 익숙하다.

무엇보다, 재벌이 주는 광고에 목맨 주류 언론들이 재벌을 성역으로 삼고 있다는 현실까지도 김용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가 던져준 충격과 이후 연이은 주요 언론들의(심지어 진보 언론마저) 태도를 보며 한국인 대부분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후기를 인용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취재와 집필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 줄곧 떠오른 것은 구(舊) 일본군이다. (…) 그러나 군과 정부는 비판자들을 철저히 탄압한 끝에 1945년 8월 15일을 향한 파멸의 길을 걸었다. 바나나 껍질은 치워지지 않았고, 일본 역사는 그것을 잘못 밟고 넘어졌던 것이다. (…) 와카스키 씨의 말을 빌리면 '토요타가 바뀌면 일본이 바뀐다.' 그러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토요타의 오늘은, 견제 세력 없이 돌아가는, 한국 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한국 재벌의 내일이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역할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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