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소비자 권익 침해' 논란이 이어졌던 항공 마일리지 변경 여부가 다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 마일리지 약관이 소비자의 권익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경실련은 작년 9월 23일에는 대한항공을 같은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아시아나 항공도 고발한 것. 공정위는 올 상반기 중 마일리지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련 기사 : 항공 마일리지, 줄 때는 '듬뿍' 쓸 때는 '찔끔').
항공 마일리지는 승객이 항공기에 탑승할 때나 제휴서비스를 이용할 때 적립되는 포인트며, 통상 항공사들은 이 포인트를 항공기 탑승이나 쇼핑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경실련 "항공사 약관, 마일리지 활용 어려워"
경실련이 문제로 지적한 약관 조항은 크게 여섯 가지다. 우선 유효기간 조항으로 인해 대부분 승객이 마일리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게 경실련 입장이다.
경실련은 "항공 마일리지는 대한항공의 경우 적립일부터 5년, 아시아나항공 우수 회원은 7년 간 유효하고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며 "소비자가 항공 마일리지 적립을 통해 보너스 좌석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최소 5000마일(국내 편도 항공권 기준)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마일을 적립하기도 전에 마일리지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는 '소멸 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대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제166조와 배치돼 부당하다"며 "유효기간 적용을 적립시점이 아닌, 보편적인 사용가능 시점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일리지 쓸 수나 있나"
경실련은 또 항공사가 보너스 항공권 사용을 여유좌석 이용에 한정하는 원칙 때문에 유효기간 내 마일리지를 적립한 승객도 현실적으로 활용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소비자가 보너스 좌석제공을 요구해도 여유좌석이 없다는 이유로 보너스 좌석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항공사 마음대로 보너스 좌석을 임의조절하고 있다"며 "항공사가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소비자가 유상으로 적립한 정당한 재산 사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했다.
경실련은 또 "항공 마일리지는 항공기의 탑승이나 제휴서비스 이용 대가로 적립되는 유상서비스로 소비자의 재산권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속을 금지시켜 적립된 마일리지가 소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7년 7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항공 마일리지는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재산권이고, 따라서 당사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항공사의 일신전속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항공사는 기업의 고객서비스를 자산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마일리지는 고객의 '권한'이 아니라 항공사가 여유좌석이 났을 때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지난해 고발 당시 대한항공은 반박보도문을 내고 "마일리지는 경제적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보너스로서 현금으로 환급될 수 없다. 여유좌석 사용원칙은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는 근간이고 모든 항공사가 좌석제공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일리지 조항은 엿장수 마음대로?
경실련은 나아가 항공 마일리지 관련 조항은 항공사가 승객에게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승객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회원의 제반 실적이 잘못된 경우 사유와 상관없이 임의로 정정할 수 있다"며 "고객들은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항공사로부터 사전통지나 사후 통지를 못 받고 회원실적이 변경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휴사와 체결한 서비스 역시 사전 통보 없이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약관에 명시했다"며 "일방적으로 항공사가 마일리지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거나 중단해 소비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불공정한 약관의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가 항공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그로 인한 소비자권익 침해를 바로잡고 불공정약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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