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구청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심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고 민주당 입당을 밝혔다. 전북 무주 출신으로 '둘둘치킨' 창업 신화를 이룩하는 등 입지전적인 전력을 가진 정 구청장은 1998년 민주당으로 구의원에 당선된 뒤 열린우리당으로 서울시의원을 하는 등 줄곧 민주당 사람으로 지방의회에서 활동했다. 2004년 중구청장 보궐선거에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중구청장에 당선됐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을 입당한 전장하 후보와 함께 정 구청장은 '후보 스와핑'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2일에도 그의 홈페이지와 중구청장 프로필 '정치경력' 란에는 민주당 경력은 없고 '한나라당 서울특별시당 부위원장'만 명기돼 있다.
정 구청장은 '철새' 논란을 의식한 듯 "조건 없이 초심으로 민주당에 입당한다"면서 "나를 다시 따뜻하게 맞아준 민주당의 뜻이라면 평당원으로의 봉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정치적 뼈를 묻어야 할 민주당에서 중구와 중구민을 위한 지킴이 같은 존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혁신과통합위원회 최재성 간사는 "공천을 약속 받고 당적을 옮기는 경우가 아니라 당에 모든 뜻을 위임하겠다는 것"이라고 기존의 '철새'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주장했다. 정 구청장은 구청장 재출마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당 경선 등의 절차를 밟을 뜻임을 내비쳤다.
▲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 정동일 서울 중구청장(오른쪽)이 1월 18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정 구청장이 최근 선거법 위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입당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내 경쟁에서 밀리니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정 구청장이 유권자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한 혐의를 포착해 중구청 정산정보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정 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구청이라는 공공기관에 대해서 문자메시지 발송 건을 이유로 두 번씩이나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수사관행을 뛰어넘는 차원"이라며 "두 번째 수색 때는 내 사무실까지 수색하는 것을 보고 문자 메시지를 핑계로 나를 옭아매기 위해 다른 것을 찾고 있다는 의도를 확실히 판단할 수 있었다"고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몰았다.
정 구청장은 특히 "한나라당 내부 일부 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음해를 받았다"며 "'겉은 파랗고 속은 노랗다'는 식의 정체성이 다르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나경원 국회의원이 위원장이 된 이후부터는 '공천도 받지 못한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고백하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집권당의 중구청장이 됐지만 오히려 사업에서는 큰 위기를 겪었고 이제 정치적으로도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 구청장 대신 부인이 도맡아 운영하고 있는 '둘둘치킨'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 내부 경쟁에서 밀려나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게다가 중구는 중구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범구 의원이 지난 10월 재보궐선거에서 충북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중구에 민주당 유력 주자가 사라진 상태다.
정 구청장을 받아들인 민주당에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철거를 두고 시민들과 중구청이 상당한 갈등을 빚었는데, 당시 정 구청장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았었다.
민주당 안에서는 "'되는 집안에 사람이 몰린다'고, 정 구청장의 입당이 신호탄이 돼 더 많은 인재들이 민주당에 몰릴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한 당직자는 "우리 당의 등에 칼을 꽂았던 인물을 선거철이라고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받아들이는 원칙에서 어긋나는 일"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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