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120만 원에서 무려 118% 상승한 6804만 원으로 책정된 서울시의회 의원 세비에 대한 안팎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14일 운영위원회와 본회의를 각각 열어 세비관련 조례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경실련 "6800만 원이 웬 말? 5000만 원 이하로 재조정해야"**
경실련은 12일 "서울시의회가 시의원 보수를 책정하는 데에 서울시민의 의사를 반드시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며 "연 5000만 원 이하로 재조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서울시를 압박했다.
경실련은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과 함께 의원 정족수 축소, 의정활동의 생산성 제고, 지방의원 영리행위 금지 방안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오히려 의원 정족수는 4인이 증가했다"며 "지방의회 생산성 강화 및 지방의원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제도 개선 방안은 이뤄지지 않고 시의원의 보수만 급격히 높은 금액으로 책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원 전면 유급화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영리행위 및 겸직 금지 규정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뚜렷한 방안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자신의 직업을 '건설업자'라고 밝힌 의원이 10명에 달한다.
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은 "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에 속한 모든 지방자치학자들은 의정비가 결정되는 오는 14일 의회에 방청인으로 참석해 서울시의원들이 이를 어떻게 심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벼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소속 서울시의원인 심재옥 의원도 "시 재정이나 활동을 감안할 때 아무리 많아도 연 세비가 5000만 원 안팎이면 충분하다"며 "운영위원은 아니지만 14일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재옥 "시의원인 나도 누가 세비 책정했는지 모른다" **
지난 달 24일 서울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월정수당 417만 원, 의정활동비 150만 원 등 월 567만 원의 시의원 급여를 책정해 서울시장에게 통보했었다.
서울시의정비심의위원회는 "선진 외국의 사례와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역할 비교를 통해 이 같은 수준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서울시 국장급(2~3급) 공무원의 평균 보수 6908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책정한 의정비 수준이 너무 높을 뿐 아니라 그 책정과정도 불투명했다는 지적이다.
총 10명으로 구성된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이명박 시장이 추천한 위원이 절반, 시의회 의장(임동규, 한나라당)이 추천한 위원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위원들의 명단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재옥 시의원은 "경실련 등에서 명단 공개를 요구했지만 '본인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면서 "심지어 시의원인 나조차도 그 명단을 입수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 의원은 "위원회가 저명한 시민단체 활동가, 법조인,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는데 소문으로 한두 사람 이름을 들었을까 명단을 입수할 방도가 없었다"며 "시의회에서는 비공개가 아니라 미공개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14일 본회의에서 서울시의원들이 6804만 원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2명 가운데 이명박 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무려 88명에 달한다.
***지방의회도 양극화…증평군, 기존보다 200만 원 삭감한 1920만 원 책정**
한편 지방의원 세비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높다. 지난 7일까지 전국 62개 광역, 기초자치단체가 의원세비 수준을 결정해 행정자치부에 통보했다.
행자부 자료에 따르면 충북 증평군 의회의 경우 전국 기초의회가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2120만 원에서 오히려 200만 원 삭감된 1920만 원의 세비를 책정해놓고 있다. 충남 태안군 의회 역시 109만 원 삭감된 2011만 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서울시의원 세비 3분의 1 수준이나 노동자 평균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로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 상근직으로 전환해 지방토호 대신에 고급 전문인력을 지방의회로 끌어들인다"는 유급화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도권 지방의원 긴급 간담회'와 '시민단체, 전문가 긴급 공청회'를 연달아 개최한 민노당 이영순 의원은 "지역별 형평성과 유급화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각 지역의 편차를 감안하더라도 최저 3000만 원에서 최고 5000만 원 사이에서 세비가 결정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 같이 너무 높게 책정된 지역은 낮추고 너무 낮은 지역은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곳을 낮추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재정자립도가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낮게 책정한 지역에서 어떻게 재원 마련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이 의원은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방교부금을 내려 보내는 것처럼 재정자립도가 너무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의원 세비를 일정부분 보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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