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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연장의 꿈',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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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연장의 꿈', 개헌

이명박-박근혜, '권력분점' 가능할까?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 주기를 일치시키고 권력구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내용의 소위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그 말 한마디에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정략'으로 전락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힘 빠진 권력이 임기 말에 꺼내든 개헌 카드는 이렇게 예정된 운명의 길을 걸어 결국 다음 권력과 차기 의회의 몫으로 넘기고 소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개헌을 언급했다. 집권 2년째가 되는 날, "남은 3년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기간"이라면서 과시한 의욕의 핵심이 개헌이라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과제가 아니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실려 있다. 3년차는 대통령의 힘이 여전히 펄펄할 때이거니와 이 대통령은 대단히 부지런한 스타일이다.

개헌카드의 속내

개헌은 블랙홀이다. 권력구조만 도려낸 개헌조차도 온 나라가 격랑에 휘말린다. 집권을 목표로 달리는 정치세력은 권력의 크기와 운용방식이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이 문제 앞에서 '생얼'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사생결단으로 흐를 게 뻔한 이 싸움을 이명박 대통령이 시작한 것이다. "정치 선진화"라는 옷을 입고.

싸움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다. 지난 대선 이후 박 전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권력구조를 바꾼다면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 형태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이명박계는 사정이 다르다. 권력 분산형인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선호한다. 얼마나 충실하게 제도적 검토를 한 결론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이를 접고 보면 이렇다 할 차기주자가 없는 이명박계의 속사정이 드러난다. 권력의 연장과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선 내각과 의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쪽이 친이계에 바람직하다.

지난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들의 적나라한 정치논리에 산통을 깬 적이 있다. 그는 "친이계는 박 전 대표가 현행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굉장히 커다란 정치적 부담, 일종의 공포감마저 갖는 것 같다"면서 "차제에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점토록 하면 총리만큼은 자기들이 가질 수 있어 결국 권력에 동거하고 (세력을) 지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개헌 구상은 합치점이 없다. 하지만 이강래 원내대표가 "정국 흐름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친이계는 다음 대통령이 틀림없이 박 전 대표가 되는 걸로 보는 것 같다"고 한 말에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 대통령과 친이계가 점화한 개헌은 차기 정부를 내다보고 보수 권력의 분점을 박 전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한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노무현표 개헌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던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표 개헌에는 신중한 이유가 얼추 잡힌다. 박 전 대표로서는 이 대통령이 차기 권력을 자신에게 넘겨 줄 의향이 있는지, 또한 자신의 권력운용 구상이 '분권형 제도'와 융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총체적 판단 뒤에 입장을 밝혀도 늦지 않다.

정권재창출 '동상이몽'

청와대와 친이계가 구상하는 개헌 시간표는 1년.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특별한 시간표가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으나, 이미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개헌을 한다면 앞으로 1년 안에 해야 한다"고 시점을 특정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금년 연말까지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올해 안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하면 내년 2월 초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의 주요 인사들이 밝힌 '개헌 시간표' 내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는 지속적인 충돌 요인들만 잔뜩 깔려있다.

당장의 현안인 세종시 논란에서 이 대통령이 수정 추진 의지를 꺾지 않는 한 이 대통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항전'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 논란이 결말에 상관없이 박 전 대표의 수도권 영향력을 감축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6.2 지방선거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 나아가 개헌의 향배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다. 개헌론은 사실상 지방선거 뒤, 여야가 개헌특위 구성 논의가 시작돼야 본격화 된다. 그러나 세종시 갈등의 와중에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적극 참여 여부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만약 두 사람의 갈등이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질 경우 여권의 원심력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대통령이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 개정을 과제로 제시한 점도 미묘한 갈등 요인이다. 수도권에 주로 포진한 친이계는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을 바란다. 한 세력의 지속적인 독점을 허락하지 않는 수도권의 특성 상,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선거제도는 친이계가 다음 총선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된다. 반면 영남권에 집중된 친박계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배타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친이계가 박 전 대표의 차기 권력을 보장할 의향이 있는지가 불투명하다. 정두언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직격했다. 박근혜계가 이 대통령의 권력 이양 의지를 의심하는 만큼, 친이계 역시 박 전 대표의 집권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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