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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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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표범

[김종배의 it] 의원총회 격돌은 '몸풀기'

가수 조용필 씨가 읊었다. '묻지 마라'고,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고. 마찬가지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회의장 문을 잠그려(열려고)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절박한 친이(친박)의 단호한 외침을 듣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그건 관심사가 아니다. 국가 중대사에 대한 거대 여당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들어야 할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관심사가 아니다. 이미 다 아니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또 들은 주장이니까 의원총회장 문이 닫히든 열리든 대수는 아니다.

관심사는 따로 있다. 표범인지 하이에나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행태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 한나라당 안팎을 어슬렁거리는 친이-친박의 행태다.
▲ 한나라당 의원총회 모습 ⓒ연합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주장했다. 청와대가 친박 의원들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계인 정몽준 대표가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양쪽 모두 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 또는 의원총회 모두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타격전이다.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펴는 게 아니라 상대 진영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전이다.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 약점의 틈새를 벌리려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선전전이다.

태세가 이렇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다'는 각오다.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 하기에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는 의지다. 친이-친박 모두 이렇게 사생결단의 태세로 나온다. 공존의 토대 위에서 공론을 펴는 게 아니라 퇴치를 목표로 공격을 가한다. 토론이 아니라 토벌을 꾀한다.

그래서 관건이 아니다. 의원총회의 결과는 관건이 될 수 없다.

홍사덕 의원을 비롯한 몇몇 친박 의원들이 '뒷조사' 주장을 내놓는 순간 저지선이 형성됐다. 행여 당론이 변경되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그건 공작의 결과이기에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할 디딤돌이 만들어졌다.

정몽준 대표가 '박근혜의 회동 제안 거부' 사실을 전하는 순간 과녁이 설정됐다. 끝까지 친박이 당론 변경을 거부하면 그걸 '박근혜의 독선과 아집'의 소산으로 몰아붙일 빌미가 갖춰졌다.

타격전은 계속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의원총회장 안팎의 격돌은 몸풀기에 불과하니까, 본게임은 국회 상임위 회의실과 본회의장에서 펼쳐지니까 적어도 두 달 이상은 끝없는 타격전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친이-친박의 격돌은 기술전이 아니라 체력전이다. 현란한 논리가 승부를 가르는 게 아니라 튼실한 맷집이 성패를 가른다. 상대의 진을 빼 논리를 펼칠 여력을 빼앗는 쪽이 고지에 오르는 지구전이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다 해도 '오늘도 배낭을 매고'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소모전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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