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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 시대의 리더가 지도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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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분권 시대의 리더가 지도자 될 것"

[인터뷰] 안희정 "정동영, 손학규는 지나간 시대 지도자"

"대중적인 선거에 나서는 건 처음이세요?"
"네. 공직선거는 처음입니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2008년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을 제외하고는 공직선거는 처음일 뿐만 아니라 대학 운동권 시절에도 학생회장 한 번 나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1980년 급우들 '선동'하다 제적당한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반장 당선이 마지막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충청남도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안희정 최고위원을 만났다.


▲ 안희정 최고위원. ⓒ프레시안 (최형락)

안희정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형사처벌을 받고 거의 야인으로 지냈다. 386 세대 동료들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이른바 '탄풍'을 타 대거 국회로 진출할 때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그의 사무실 책장에 가득한 정치와 역사 관련 서적 사이로 눈에 띄는 '스키교본'은 당시 집에서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보던 책이라고 한다.

그가 법적으로 복권 된 이후인 2008년 총선, 고향인 충남 논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불법 대선자금' 전력으로 공천을 받지 못해 정치적 해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 최고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로써 무소속으로라도 나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돼 당에 자리 잡은 이후 2009년 4월, 10월 재보궐 선거에도 그는 '전략공천' 대상자로 이름이 꾸준히 거론됐다. 안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기회를 줬지만 안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중 선거에서 멀어져 있던 이유에 대해 안 최고위원은 "원칙과 상식"을 꼽았다.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준다는 마키아벨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정치를 하고자 하는 지역(충남)과, 분권 정치의 실현이라는 '원칙'을 저버리지 않고 기다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지도력은 여의도 정당 정치의 세력 싸움이 아니라 지방 정치의 성공 사례에서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외가 일상이 돼버리는 당 운영에 문제제기"

그가 국민참여당 등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아닌 민주당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동영 의원의 복당에 반대했던 이유도 "탈당 후 1년 후 복당이라는 당헌당규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예외가 항상 이상이 돼버리는 운영 때문에 문제제기를 세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대교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 "정동영, 손학규 문제는 우리가 지나간 시대의 지도자로서, 선배로서 잘 모시면 될 일이지 현실의 쟁점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새로운 지도세력이 어떻게 민주당을 끌고 가느냐가 문제지, 선배들과 멱살잡이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 최고위원의 '원칙'과 '새로운 리더십' 주장은 거침이 없으나, 그가 현실 정치가 그의 의도대로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행정도시 비효율이 문제면 청와대도 오면 된다"

그가 충남지사 민주당 후보가 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이는 역으로 당 내에 충남 지역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민주당이 충남 지역에서 기반을 잃었다는 뜻이다. 최근 세종시 논란에서도 민주당은 존재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표가 중심이다.

안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 폐지의 영광은 김용갑, 정형근 씨가 안을 때 비로소 국보법이 폐지되듯, 국가균형발전을 한나라당, 영남 출신의 박근혜 의원이 안게 되야 비로소 국민의 합의로 실현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안 최고위원은 또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이명박 대통령 주장의 핵심은 '비효율'인데, 청와대가 연기로 내려오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을 얘기하기도 했다.

▲ ⓒ프레시안 (최형락)
심대평, 이완구 전 지사 등으로 이어져 온 '관료 선호' 충남 민심도 그가 넘어야 할 벽이다. 안 최고위원은 "도민들이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온다"며 "새로우 선택의 즐거움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평가에 안 최고위원은 "야권 내에 이만한 지도부는 없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주장했고, 국민참여당 창당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도 그룹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다음은 지난 19일 안 최고위원이 소장으로 있는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야권 내에 이만한 지도부 없다"

프레시안: 지난 1년 7개월 간의 정세균 체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안희정: 민주당의 역사를 볼 때 위기의 순간에 민주당 지도부가 된 사람들이다. 2008년 7월 6일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사분오열, 지리멸렬한 민주당의 수습을 위한 대회였다. 동력을 얻기도 어렵고, 굉장한 힘의 불균형 관계인 여대야소 국면에서 민주주의 진영이 어떻게 힘의 결집을 이뤄낼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어려운 시기의 지도부였다. 그런 점에서 지도부가 민주진영의 힘의 재결집을 이룩하는 당장의 성과는 못 얻었지만 분열을 잘 관리했다고 본다. 분열과 쇠퇴기의 국면을 잘 관리했다는 평가는 분명히 받아야 한다.

프레시안: 당시 정세균 체제는 통합을 큰 가치로 뒀는데, 그 사이에 국민참여당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것인가?

안희정: 성공했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이 민주진영의 분열 속에서 지역당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 진영의 한 축으로 민주당을 끌어올리는 것 까지는 성공했다. 그런 면에서 아주 제한적 성공을 했다. 나는 적극적으로 평가를 하고 싶다. 사실 현재 야권 내에 이만한 지도부는 없다.

프레시안: 국정 이슈나 사안마다 '민주당이 너무 무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그동안의 대응 방식은 어떻게 보나.

안희정: 18대 국회를 220대 80으로 만들어놓고, 80석 야당에게 뭘 하라고 요구하는 것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대학생 운동회에 초등학생을 내보내 놓고 한 종목도 우승하지 못하느냐고 나무라는 것과 같다. 물론 구조적인 힘의 불균등 상태를 전제로 놓고 민주당을 평가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의 보수적 성향을 문제 삼는 개혁 진영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요새 말로 똘똘 뭉쳐 '엣지' 있게 싸우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화끈하고 선명성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지. 선명하고 화끈한 것으로 (모든 것을)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원내 의석수의 한계는 있을 수 있다. 다만 정당의 현대화를 추구하면서, 오히려 원내에 힘을 싣다보니 장외 리더십 발휘에 있어 소홀하지 않았느냐 하는 지적도 있는 것 같다.

안희정: 국회의 제도 정치는 의정 단상에 섰을 때 빛나는 것이다. 대중 공간에는 다양한 지도자들이 있다. 국민들이 대의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정당의 틀 외에 대안으로 제헌 의회를 구성하고 있나? 아니다. 거리에서 다양한 요구가 표출될 뿐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매번 그 현장에서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91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는 국회의원들이 노동 현장에 낄 여지가 없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 의원들이 거리에서 지도력을 갖는다면 그것은 혁명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그런 혁명적 상황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장외 지도력 부재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다. 민주당 의원들은 제도 정치 안에 있다. 수영 선수를 데려다가 육상 트랙에서 뛰게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좀 더 잘하라는 지적이지, 민주당 의원들이 불철저한 투쟁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신상품이 없다는 것"

프레시안: 정동영 의원이 복당할 때 공식 석상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

안희정: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에서 '정동영 의원'이라는 단어를 지워도 된다. 정동영 개인에 대한 투쟁이 아니다. 한국 정당사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자기들이 만든 당헌 당규라도 하나를 제대로 지켜보자, 그래서 그것이 원칙이 되게 해 보자는 것이다. 승자에게든 패자에게든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과 안희정은 (원칙이 깨져서) 수사 대상이 됐었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원칙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정당 정치인이 어떻게 서운하다고 탈당할 수 있나. 정 의원 개인의 소양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포인트는, 탈당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자는 취지에서 1년 경과 규정을 여야 모두 당헌에 두고 있는데, 그 당헌 하나를 지켜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예외가 항상 일상이 돼 버리는 운영 때문에 문제제기를 세게 한 것이다.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저버리고 복당이 받아들여진 이유는 뭘까?

안희정: 복당 심사위원회는 정동영 의원의 탈당 전력에 대해 사과와 반성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 말씀에는 일단 동의하기로 했다. 사생결단하고 싸워야 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일각에서는 비주류의 반발로 인해 당내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너무 걱정해 민주당 지도부가 소극적인 자세로 나간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한다.

안희정: 오히려 정동영 의원 문제가 쟁점이 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정동영, 손학규 문제는 우리가 지나간 시대의 지도자로, 선배로 잘 모시면 될 일이지 현실의 쟁점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뉴 민주당을 요구한다면 새로운 지도세력이 필요하다. 그 새로운 지도세력이 어떻게 민주당을 끌고 가느냐 하는 문제지, 선배들과 멱살잡이 할 문제는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그 문제는 넘어간 것이다.

프레시안: 방금 손학규 고문도 포함시켰다. 손 고문도 '지나간 시대의 지도자'인가.

안희정: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정동영, 손학규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에 신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신상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기존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지배 상품이 계속 팔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저는 문제의 방점을 당의 새로운 주도 세력과 도전 세력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쪽에 둔 것이다. 선배들이 물러나라, 그런 논의는 소모적이다.

프레시안: 국민참여당 창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의 정당 체제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진성 당원제, 민주당은 개방형 정당이다.

안희정: 당원을 들러리 세우거나 동원 대상으로 보거나, 특정 출마자의 지지 부대로 여기는 정당 문화에 반발해서 시민 참여 문화를 토대로 만든 당이 국민참여당이다. 그런 현실이 존재하고 있고, 그런 시민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깨어 있는 조직된 시민은 존재하지만 선거라는 공간에서 싸울 수 있는 선수는 부족하다. 시민 참여, 선수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구성 요소를 잘 통합하지 않으면 현실의 집권 정당을 만들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모든 야당을 현실 존재로 인정하고, 정책과 신념만 갖고 참여하는 시민 세력이 '선거 공간' 내에서 현실 가능한 정치 세력으로 성립하려면 굉장히 많은 응용과 변형이 필요하다. 참여당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진보진영이 어떻게 힘을 모아, 어떤 조직과 전략을 가져야 할지 고민한다면 그것은 제 고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당을 경쟁자로 존중하는 게 아니라 '다시 통합돼야 할 당'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역으로 분열을 더 조장하는 것일 수 있지 않나?

안희정: 가장 중요한 것은 주도 그룹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주도 그룹이 얼마나 많은 개방성을 갖고 지도력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한 집안에서 맏이가 가진 그것과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지금 현재 각 정당을 따로 만든다는 것은 '내가 힘을 키워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굴복 시키는) 방식으로 주도 그룹이 만들어지기 힘들 것이다.

"국가균형발전, 박근혜 의원이 안아야 국민 합의"

프레시안: 결국 야권의 리더십 문제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충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면서 '2인자의 역사를 접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안희정: 영호남의 패권 틈바구니에서 충청도가 가졌던 비애를 지적해준 것이다. 영남 패권과 호남 패권 등 지역 패권 내에서 충남은 그야말로 제 3세력이다. 충청도 지역으로 뭉치자고 하는 것은 영원한 2등 전략이다. 지역적 패권 문화를 충청도에서부터 깨야 한다. 그것을 충청 도민에게 말씀을 드린 것이다. 충청도가 멍청도 등으로 불리며 캐스팅보트라는 이름으로 센 쪽에 붙는 기회주의적 이미지가 있는데, 그에 따른 충청도민 자존심의 상처에 대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 것이다. 충청도에서만 알아주는, 동네 축구하는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알아주는 사람을 키우자는 것이다. '2인자로 가지 않겠다'고 하는 얘기를 '안희정이 크게 도전할 모양이다'고도 해석을 하는데, 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전국 지지 기반'을 가진 충청 인사는 한 때였지만 이인제 의원도 있었는데.

안희정: 이인제 의원은 최초로 전국적인 기반을 쌓을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정치권에서 왔다갔다 해버렸다. 그래서 오늘날 충청도가 더 힘든 것이다.

프레시안: 현재 세종시 논란에서 민주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이, 충청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인자의 역사'가 뒤집어지는 현실이 박근혜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안희정: 그것은 중앙 언론에서 하는 얘기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영광을 김용갑, 정형근 씨가 안을 때, 국보법은 폐지된다. 국가균형발전을 한나라당의, 영남 출신의 박근혜 의원이 안게 되면 비로소 국민의 합의로 실현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을 노무현의 치적으로써만 가두면 절대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같이 만들었던 박근혜 씨가 스스로 지킴이 역할을 잘 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 그런 국민의 사랑은 진보든 보수든 다 퍼먹어도 된다. 다만 국가 운영을 놓고 박정희가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면 저랑 또 관점이 다르다. 현안 문제를 놓고 어떤 사람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면 칭찬받아야 한다. 그 정도의 범위 이상이 아니다. 이쪽에서 조급증 낼 사안이 아니다.

프레시안: 박근혜 전 대표가 잘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경쟁 관계인데, 참여정부의 작품인 세종시 논란이 박 전 대표에 쏠리는 것이 억울하지 않나?

안희정: 현재 국민들은 민주당이 어떤 입장인지 다 안다. 만약 민주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언론은 다 그 사람을 주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은 분명하기 때문에 언론의 초점은 한나라당 표가 분열될지가 관건이 된다. 개인의 리더십 차이, 역량 차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평이다.

프레시안: 충청도 현장에서 보면, 세종시 문제에 대한 지역 주민들에게 민주당은 어떻게 받아들여지나.

안희정: 충남 여론조사를 보면 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함께 1, 2위를 다툰다.

프레시안: 지난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충남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안 최고위원 말대로라면 '2인자론'이 먹히는 거 아닌가?

안희정: 충청남도의 정치인들, 정치의 기성세대들이 지역적 연고에 입각해 기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도전 세력이 없다. 그래서 자유선진당이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충남도민들이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많이 나온다. 사람들에게 제 도전이 가능성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런 것 때문이다.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민주당 내에서 도지사 후보로 안희정 최고위원의 경쟁자가 없다는 것. 이것은 역설적으로 충남에서 민주당 위상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위축된 원인은 뭘까?

안희정: 민주당은 90년 3당 야합으로 호남 정당으로 고립됐다. 95년도 조순 서울시장 등 어떤 반전의 효과를 가져서 민주당이 호남의 고립당을 극복했던 정당처럼 착시 현상이 있는데, 사실 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늘 탈호남을 외쳤지고 김중권 등을 중용했지만 안 됐다. 민주당이 충청도에서 자기 뿌리를 갖기 어려웠던 지난 시간이었다. 이제 비로소 노무현, 김대중 10년의 역사를 지나면서 충청도 불모지 땅에서 착근해서 피기 시작하는 새싹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프레시안: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충청권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그것이 단지 행정수도 열풍 때문만이었을까?

안희정: 전혀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 영남을 제외하고는 충청, 강원, 제주 등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가지고 있었던 새로운 정치의 개념 자체를 국민들이 선호했다. 그래서 지지를 얻었다. 행정 수도 공약은 거기에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본다.

"비효율이 문제면 청와대가 내려오면 돼"

프레시안: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 결정으로 무산됐을 때 차라리 개헌으로 승부를 걸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안희정: 헌법 개정이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헌법을 개정한다는 것이 한 정권 내에서 법률안 상정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실질적으로 어렵다. 역사에서 헌법이 개정됐던 사례는 혁명적 상황 외에는 없었다. 4.19, 5.16, 6.10 등이다. 헌법 개정은 장기적 과제다. 그런데 위헌 소송을 받았다고 헌법 개정을 주장했으면 의제 설득력이 있었겠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최근에도 비효율이 문제이면 아예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공론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안희정: 개헌은 굉장히 장기적 과제다. 헌법 체제를 좀 더 장기적 과제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대표하고 가꿔야 할 대한민국의 이익은 단순히 사람만의 이익은 아니다. 환경 문제 등 사람 외적인 문제들도 있다. 단원제를 손 볼 필요도 있다. 점점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면서 인구 비례 의석 구조로만 가면 수도권이 모든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도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역의 가치가 반영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굉장히 많은 주제들을 함께 소화해내지 않으면 못 살아간다. 모든 영양 요소가 다 똑같은 것 아니겠나. 그러나 행정수도 문제만큼은 저는 어쨌든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원안대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여야 합의로 한 줄짜리 개헌이라도 해서 행정 수도 문제를 한번 실현해보자는 생각이 있다. 이와 별개로 지금 행정 수도를 반대하는 이명박 대통령 주장의 핵심은 '비효율'인데, 연기에서 청와대로 보고하러 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집무실을 분리해) 내려오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다.

프레시안: 안 최고위원은 '충청도 사람'의 이미지가 별로 안 보인다. 도회적인 이미지, 운동권 이미지다. 과거 충남 지사는 심대평, 이완구 등 관료형 이미지였다.

안희정: 그래서 새로운 선택의 즐거움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연령상으로, 문화적으로 봐도 새로운 선택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충청도에 대한 지나친 선입견이 있다. 충청도 출신들도 학생운동을 많이 하고 혁명적 인사도 많았다. 무수히 많은 독립지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최근 20여 년 간 김종필 전 총리와 심대평 의원의 태도, 결과적으로 '권력이 센 곳'에 함께 묻어가는 그런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것인데 사실은 안 그렇다.

프레시안: 도회적 이미지라 차라리 대전시장 출마가 낫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더라.

안희정: 시골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렇다. 요새 농촌 지역의 지도자들이 얼마나 세련됐는 줄 몰라서 그런다.

"정치 진입과정, 난 리어카 끌고 있다"

프레시안: 2002년 김민석 최고위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이후 탄핵 바람으로 386 세대 정치인들이 대거 국회 입성했지만, 광역단체장은 역할과 위상이 국회의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같은 세대 정치인들에 비해 안 최고위원이 앞서나가는 셈이다.

안희정: 나는 선배 정치 세대들로부터 주목받는 후배가 돼 공천 받고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물론 나 역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 역사적 에너지를 가장 많이 후원받고, 그 힘을 배경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치에 진입하는 과정으로 보면, 지금 리어카 끌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최고위원 도전하면서도 '친노가 당에 남아 무모하게 도전한다'는 소리 들으면서 도전했다. 당시 4등 했다. 71년 대선에 김대중 후보가 후보가 될 수 있던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유진산, 김영삼 의원이 대의원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랬었다. 그러나 도전하는 자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다. 차별화와 배신이라는 얼룩을 닦아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도 생겨나지 않는다고 봤다. 두 번째, 앞으로 대한민국의 지도력은 여의도 정당정치의 세력 싸움보다 지방 정치의 성공 사례에서 나올 것이다. 두 가지는 함께 가야 한다. 앞으로 여의도 정치의 세력다툼의 승자가 리더가 되는 게 아니라, 분권 시대의 리더가 정치적 발언력과 지지도를 확산시키게 될 것이다.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그런데 호남과 같이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지방정부를 꾸린 곳이 한나라당 단체장 지역에 비해 '민주당이 해서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줄 수 있나.

안희정: 평가를 좀 해봐야 할 것이다. 서천의 나소열 군수가 민주당 소속인데, 서천의 보건소와 복지 체제는 굉장히 섬세하게 다듬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지방 자치 분권의 수준이 냉장고에 재료를 하나도 넣어주지 않고 '니가 만들어라'고 하는 수준이다. 실제 솜씨를 뽐내볼 만한 여건이 안 돼 있다. 중앙 정부를 상대로 한 분권 투쟁을 해야 한다. 2010년의 당선되는 지자체장들은 이 요구부터 해야 한다. 그래서 분권 시대를 더 강조한다. 물론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자치 단체장이 독립적인 기획, 운영의 권한을 끊임없이 가지려고 하고, 시민 참여의 공간을 통해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맛을, 새로운 생산성을, 새로운 효율성을 지방 정부를 통해 보여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안 최고위원은 전대협의 '대부'라고 불리기도 하고 386 세대의 대표적 인사다. 그런데 지금 민주정부 10년을 지낸 후, 18대 총선에서 낙선도 많이 하는 등, 지금은 우리 사회에서 386 세대가 위축돼 있는 것 같다. 386 세대를 어떻게 평가하나?

안희정: 우리가 얘기하는 386은 정치와 여의도에 있는 몇 몇 사람들로 표현되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386은 기존 선배 세대와 다른 사회와 문화를 요구했던 세대들을 말한다. 이를테면 어느 기업에 있든지, 부당한 일로 압력을 받으면 그것에 대해 저항할 수 있었던 최초의 세대가 386 세대다. 그 흐름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다. 안희정, 이광재가 대통령을 만든 것이 아니다. 아버지 세대는 '꿩 잡는 게 매다' 이런 시대였다면 우리 세대는 옳은 것은 옳다고 하는 시민의 합리적 역량을 만들었다. 전 세대에 비해 합리주의, 자유주의의 가치를 가졌다. 전 세대가 생존의 세대였다면 우리 세대는 가치의 세대다. 그런 강점을 가지고 있다.

"마키아벨리즘 벗어나야"

프레시안: 안 최고위원은 다른 동료들보다 뒤쳐져 왔지만 이번에는 '새 리더십'을 주장하며 본인이 직접 전선에 나섰다. 기존의 리더십에 대비해 본인의 리더십, 그리고 앞으로의 리더십은 어떻게 가야 할까?

안희정: 첫째는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꿩 잡는 것이 매'라는 (체념적인) 철학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준다는 마키아벨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믿음은 독재시대에, 헌법을 밟아서라도 권력을 잡는 그런 일이다. 정말 우리가 386이고자 한다면, 386으로써 앞선 세대와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런 점을 배제해야 한다. 말은 그렇게 쉬운데, 2008년 총선에서 제가 공천을 못 받았을 때 고민이 많이 되더라. 그러나 당시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참모로써 '무소속으로 나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재보선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안희정: 당 지도부가 기회를 줬지만 안 받았다. 자기가 세워놓은 목표를 가지고 자기가 선택할 수단을 너무 광폭으로 잡으면 안 된다. 제한되게 잡아야 하고 하고자 하는 목표의 맛을 잃지 않아야 한다. 나중에 산꼭대기에는 갔지만 허망할 뿐인 그런 권력 투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고할 때 '맑시즘에 휴머니즘은 사라지고, 마키아벨리즘만 간직하면 안된다'고 했다. 우리는 전략과 전술에 능통한 사람으로 살아남아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은 오늘날 한나라당의 재야 출신 선배들의 모습이 아니겠나.

프레시안: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에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으면 이번 도지사 출마에 대해 어떤 조언을 했을까?

안희정: 2008년, 공천 떨어지고 나서는 일부러 연락 안 드리고 안 갔었다. 일부러 근처에 안 갔었다. 양산 선거를 도우 뒤에 제 팬카페 회원들과 같이 봉하마을에 내려갔는데, 노 전 대통령이 나를 소개하면서 "내가 '제일', '가장', 이런 말을 안 쓰는데 이 친구를 보면 가장 슬프다"고 하시더라. 노 전 대통령에게 제일 먼저 배운 것이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원칙과 상식'이었다. 사람은 '된 사람'과, '안 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좀 된 사람이 돼야 한다. 그것이 원칙과 상식이라는 영역이다. 두 번째가 민주주의다. 정파의 이데올로기로써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파를 뛰어 넘는 그런 민주주의다. 그러다 보니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지지기반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었다. 진보의 실체가 뭐냐. '나만 진품, 너는 짝퉁' 이렇게 얘기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진 화두는 첫 째 원칙과 상식, 두 번째 민주주의다. 노 전 대통령은 늘 이것을 강조해왔다. 나도 이 원칙을 가지고 고민을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나보고 '지역 활동 열심히 하라'고 하셨을 것이다.

"노무현 배신한 행위 누가 면죄부 줬으면"

▲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대중선거는 처음인가?

안희정: 공직 선거는 처음이다.

프레시안: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5년을 평가하고자 노력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그런 평가에 대해 게으른 것 같다.

안희정: 평가는 둘째 치고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전 2030이나 국가 균형발전 정책 등이 이뤄지는 과정이 어땠는지, 저는 국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른다. 그것을 추적하려고 노력 중인데 대통령이 안계시니, 대통령 기록물을 볼 수가 없다. 그런 정보, 그 시대의 사실 관계만이라도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정부 10년이 왜곡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레시안: 기술적인 문제보다 평가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안희정: 민주당이 안고 있는 아픔이 있다. 그것을 극복해내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려웠을 때 차별화와 배신을 했던 행위들에 대해 누군가 깨끗한 면죄부를 줄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 되면 출발점이 될 텐데, 누구에게도 그런 사면권이 없다. 그것이 치유가 안 되기 때문에 사분오열로 비치는 것 같다.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 앞으로의 숙제다. 저 스스로가 뿌리를 내려 이 역사에 서 보겠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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