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국 곳곳의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광역자치단체장 예비후보들이 무상 급식 추진을 약속한 데 이어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원희룡 의원도 초등학생 무상 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대통령은 "급식비 문제는,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하고, 그 돈으로 서민을 도와야 한다"며 "복지 예산을 늘리고 싶어도 북유럽 나라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상 급식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렇게 무상 급식을 둘러싼 갈등이 뜨거운 상황에서 재정 자립도 1위 서울시의 2009년 무상 급식 예산이 '0'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18일 "2009년 서울, 대구, 울산, 인천, 강원 지역은 무상 급식 예산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정 자립도 1위 서울시, 무상 급식 '0원'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의 조사 결과를 보면,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2009년 한 해 동안 무상 급식에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광역시·도 중에서 16, 15위로 재정 자립도가 제일 낮은 전라남·북도가 무상 급식에 각각 64억1300만 원, 211억5000만 원을 지원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1인당 지원금 현황을 놓고 보면 서울시의 성적은 더욱더 초라하다. 재정 자립도 15위인 전라북도 학생은 1인당 7만3750원을 받았다. 학교 급식에 친환경 먹을거리를 공급하고자 지원하는 연간 183억300만 원의 예산까지 염두에 두면, 이 지역 학생은 지난 한 해 1인당 13만8000원을 조건 없이 받았다.
반면에 재정 자립도가 1위인 서울 학생은 1인당 700원에 불과하다. 전라북도와 비교했을 때, 200분의 1 수준인 것이다. 그나마 학교 급식에 친환경 먹을거리를 공급하라며 지원한 10억 원도 없었더라면, 서울 학생은 1년 내내 서울시의 학교 급식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할 뻔했다.
서울시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공급하라며 지원하는 예산도 전국의 광역시·도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전라남도(16위·293억9600만 원), 전라북도(15위·183억300만 원), 제주도(14위·46억4500만 원) 등과 크게 대비된다. 인천(3위·51억200만 원), 경기도(518억3000만 원)와 비교했을 때도, 5분의 1에서 50분의 1 수준이다.
▲ 재정 자립도 1위의 서울시가 2009년 무상 급식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시민단체는 오는 6월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을 쟁점으로 불 붙일 예정이다. ⓒ프레시안 |
서울시장 선거…'친환경 무상 급식'이 핵?
이런 서울시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 지역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 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언했다.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친환경 무상 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의무 교육 기간 중 친환경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새 광주, 전남, 전북, 경남 등 여러 지역에서 친환경 무상 급식을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심지어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조차 무상 급식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친환경', '무상', '직영' 급식 중 어느 하나도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늦춰서는 안 된다"며 "오는 6월 2일 치러지는 각종 지방선거 기간 동안 '친환경', '무상', '직영' 급식이 서울시장,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의 정책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급식법, 서울시 조례 제·개정, 아동복지법 개정 등을 위해서 서울시민 50만 명의 서명을 5월까지 받을 계획이다. 또 이들은 서울시장, 서울시교육감, 교육위원, 서울시의원, 구청장 후보를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 급식 공약을 요구하고, 후보별 답변을 받아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밥값으로 아이들 줄 세우고 낙인 찍어서는 안 돼"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애들 밥 먹는 문제가 이렇게 정치의 주요 쟁점이 되기는 처음인 것 같다"며 "그만큼 차별 없는 행복한 교육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학교에서 만큼은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밥 먹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어이 밥값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낙인을 찍으며 상처를 줘야 한다는 무서운 논리에 상처 받을 아이와 부모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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