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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감독 155인, 새 독립영화전용관 보이콧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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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감독 155인, 새 독립영화전용관 보이콧 선언

[뉴스메이커] "새 전용관서 내 작품 틀지 않겠다"며 영진위 규탄

독립영화 감독들이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 독립영화의 대부이자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송환>의 김동원 감독을 비롯, 독립영화 감독 155명은 어제(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이번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 선정 과정이 불공정했던 데다 졸속, 편파의 과정으로 독립영화를 차례로 철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당성 없는 현재의 독립영화전용관에서 내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등 특히 작년에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감독들은 물론,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탈주>,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감독, <장례식의 멤버> 백승빈 감독, <어떤 개인 날>의 이숙경 감독 등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내놓은 감독들 역시 참여했다. 최근 충무로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에서 작업을 해온 김영남 감독(<내 청춘에게 고함>, <보트>)과 부지영 감독(<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신동일 감독(<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 등의 이름이 눈에 띄는 것도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들을 만들어온 국내 대표 독립영화 감독들 다수는 물론, 아직 학생의 신분을 유지하며 미장센영화제, 인디포럼,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등에 자신의 장, 단편을 상영한 바 있는 젊은 신진 감독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들 중 양익준, 이충렬, 신동일 감독 등은 오늘(18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도 연단에 올라 한목소리로 영진위를 규탄했다.

성명서에서 독립영화 감독들은 1년 단위의 공모제 시행이 "사업연속성과 정책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근시안적 제도"라고 비판하는 한편, 최근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 공모가 불공정한 편파/졸속 심사였다고 규정하면서 "이 공모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진위가 납득할 만한 응답이 있을 때까지 한다협의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해 무기한으로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완장 찬 자들의 천박한 공명심에 휩쓸려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최근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진행되온 파행을 지적하는 한편,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가 저들의 논공행상 재물로 전락했다"고 밝히고, "시네마테크 전용관과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예고된 파행운영 앞에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 말미에서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자 공모 과정과 현재 파행 운영중인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정상화 과정 또한 예의 주시하겠다"면서 "작금의 공모 사태와 같은 후안무치가 이들 동료들에게 이어진다면 우리는 기꺼이 어깨를 내주고 함께 싸울 것"이라 밝혔다. 이는 영진위에 대한 대규모의 조직적인 연대 저항을 펼칠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독립영화가 상영될 공간이 드문 상황인 만큼, 독립영화 감독들의 이같은 선언은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작품을 걸고 하는 '절박한 결단'으로 해석돼 더욱 주목을 모은다. 한다협이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역시 앞으로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은 물론, 국내 독립영화계 전반에 격변이 예상돼 우려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이 사태를 초래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및 영진위를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하는 독립영화 감독 155인이 서명한 성명서의 전문이다.

[성명서] 불공정한 독립영화전용관 선정에 반대하는
독립영화감독 100인 연대 성명





"졸속/편파심사를 통해 선정된 '(사)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에 의해 운영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우리의 창작물이 상영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것은 성명을 내는 현재부터 발효되어 영진위 측의 납득할 만한 응답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지속되는 보이콧 선언."

독립영화는 목하, 철거중입니다. 기어코 저들은 백주대낮에 민낯을 드러낸 채 침탈에 나섰습니다. 수치가 있어야 할 자리에 발본색원의 악랄한 결기가 서려있습니다.

신년벽두부터 독립영화계는 양수 같은 보금자리 두 곳을 빼앗겼습니다.

2년 2개월간 독립영화배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던 인디스페이스와, 출범 이후 8년간 독립영화 창작 지원 사업과 시민 대상 영상 미디어 교육의 근거지로서 국제적으로도 전례 없는 성과를 올려왔던 미디액트가,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이하 영진위)의 느닷없는 '독립영화전용관/영상미디어센터 운영주체 1년 단위 공모제 전환' 결정으로 간판을 내리고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그 '공모'라는 것이 진행되어 온 양태에도 구린내가 진동합니다. 졸속으로 치러져 결국 선정자를 내지 못했던 1차 심사에서 각각 차하위, 최하위를 받고 탈락했던 단체의 임원들이 2차 심사에서 버젓이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고, 이름만 바꾸었을 뿐 1차 때와 그 구성원과 추인세력이 동일한 신생유령단체들이 이들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것입니다. 반면 1차 심사에서 각각 최고점을 받았던 영상미디어센터의 기존 '미디액트' 운영진과 독립영화전용관의 '인디포럼작가회의'는 2차 심사에서 나란히 최저점수를 받고 탈락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헛웃음을 터뜨릴 이 방약무인한 심사에 대해, 책임기관의 수장은 납득할 만한 해명 한 마디 없이 '공정했다'고만 말합니다. 몰염치와 졸렬함도 이쯤 되면 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겠습니다.

권력에 빚진 바 없으므로 권력에 기댈 일 없었던, 그리하여 당대의 이전투구 정치/자본논리와 그 천박한 논공행상에 휘둘리지 않고 다만 제 자리에서 제 몫의 창작에 골몰해 왔던 독립영화계 마저 관치의 거수기로 만들려는 저들의 알량한 저의는 적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여기에서 더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문화예술계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완장 찬 자들의 천박한 공명심에 휩쓸려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가 저들의 논공행상 재물로 전락했습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예고된 파행운영 앞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침탈은 우리가 넋 놓고 있는 사이에 우리가 딛고 설 수 있는 한 뼘의 땅마저 삼키려 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100인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골리앗 상판의 마지막 바리케이트를 올려쌓는 심정으로 결의합니다.

우리는 졸속/편파심사로 얼룩진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업체 공모결과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위와 같은 졸속/편파심사를 통해 선정된 '(사)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에 의해 운영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우리의 창작물이 상영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은 성명을 내는 현재부터 발효되어 영진위 측의 납득할 만한 응답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지속되는 보이콧 선언입니다.

우리는 나아가 사업연속성과 정책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근시안적 공모제도를 철회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에 기초한 합리적인 사업자 선정 체계를 원점에서부터 재구축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향후 예정되어 있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자 공모 과정과 현재 파행 운영 중인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정상화 과정 또한 예의 주시하겠습니다. 작금의 독립영화관/영상미디어센터 공모 사태와 같은 후안무치가 이들 동료들에게 이어진다면 우리는 기꺼이 어깨를 내주고 함께 싸울 것입니다.

2010. 2. 9.
독립영화감독 100인 일동

연대서명인(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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