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이정전 칼럼] 새만금 용도변경과 공공선택이론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민이 뽑아준 정부가 설마하니 나라를 망치는 정책을 추진하겠느냐. 정부가 열심히 하겠다고 나서면 믿고 밀어주어야지 반대해서야 쓰나"며 혀를 차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일부 보수성향의 일간신문조차도 이런 발언과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발언에 강하게 고개를 가로 저을 뿐만 아니라 그런 무책임한 태도야말로 정부로 하여금 국민을 더욱 더 우롱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며 오히려 역정을 내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도 있으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수두룩하다. 이른바 공공선택이론가들이 바로 그들이다. 공공선택이론은 최근 50년간 경제학계에서 가장 급부상한 이론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공공선택학회가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공공선택학회가 활발하게 학술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한국공공선택학회가 있다.

원래 공공선택이론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근처의 대학에서 개발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이런 대학의 경제학교수들이 정치권의 일상에 관하여 자신들의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들은 따끈한 사실들, 그리고 정치가들 및 관료들과 직접 어울리면서 얻는 생생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개발된 이론이라서 다른 경제이론과는 달리 매우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정치가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는 국민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는다. 공공선택이론가들은 우리의 그런 믿음부터가 아주 어리석기 짝이 없음을 설득하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정치가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며, 이런 점에서 장바닥의 장사꾼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정치가들은 입만 벌리면 국익이니 공익이니 외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각 부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익이 아닌, 부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니 '부처이기주의'라는 말이 언론매체에서도 뻔질나게 나돈다. 국민의 이익과 부처의 이익이 일치할 때에만 정부는 국민의 이익을 도모한다. 정부의 각 부처나 국가기관은 자신의 지위를 굳히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 내고 자가발전을 한다. 요컨대, 국민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감독하지 않으면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이익을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것이 공공선책이론이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적 메시지다.

공공선택이론가들의 긴 얘기를 듣고 나면, 그 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굵직한 개발사업들이 과연 정말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러워질 뿐만 아니라 의심해봐야 한다. 팽팽한 찬반양론으로 상당히 오래 동안 많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던 새만금간척사업만 해도 그렇다. 지난 1월말 정부가 확정 발표한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온갖 반대와 법정투쟁까지 무릅쓰며 강행해오던 새만금간척사업의 수정안이다.
▲ 쌀 재배를 위한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했던 새만금간척사업은 최종 확정된 계획안에 따르면 산업용지가 70%나 된다. ⓒ뉴시스

새만금간척사업은 원래 쌀 재배를 위한 대규모 농지조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간척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농림부(농림수산식품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이 사업으로 인하여 천혜의 갯벌이 없어지는 문제 그리고 수질오염 문제는 제쳐두자.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 국민의 쌀 소비가 매년 감소하는 통에 쌀이 남아돌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던 쌀 막걸리의 생산을 오히려 장려할 정도로 정부가 쌀 소비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순전히 쌀농사를 위하여 정부의 돈으로 대규모 논을 조성한다는 것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수십만 평 정도가 아니라 서울시 면적에 버금가는 광활한 지역에 논을 조성하는 사업이라고 일반시민들에게 설명해주면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니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부는 이 사업을 강행하였다. 쌀 생산을 위한답시고 농지를 조성해놓고 나서는 나중에 산업단지로 슬쩍 용도변경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때 농림부 고위층은 펄쩍 뛰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 쳤다. 주무 국장은 그런 용도변경 의도가 있다면 자신의 손에 장을 지지겠다면서 만일 훗날 용도변경이 추진된다면 자신이 앞장서서 끝까지 막겠노라고 큰소리까지 쳤다. 그 때 다수의 농업경제학자들도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미곡증산이 꼭 필요하며 따라서 쌀농사의 기반을 조성하는 새만금간척사업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수정안에 의하면, 조성될 토지의 70%가 산업용(관광·산업단지)이고 농지는 30%에 불과하다.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부가 이런 수정안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그 동안 추진해오던 새만금간척사업이 타당하지 못했음을 정부 스스로가 시인한 꼴이다. 사실 새만금간척사업은 정부의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국책사업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꼼수를 쓴 셈이다. 과거 농림부 고위층과 농업경제학자들이 펄쩍 뛰던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들이 다시 펄쩍 뛰면서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농림부는 원래의 새만금간척사업도 전문가들의 사전검토를 거친 타당한 사업이라고 변명할 것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새만금간척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치 얼마 전에 총리실에 설립되었던 세종시 특별위원회가 형식적인 것이었듯이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검토위원회 역시 결과적으로 통과의례에 불과하였다. 소수의 반대자를 양념처럼 끼워 넣은 위원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묻혀버리고 만다. 일반시민들은 그런 형식적인 위원회의 검토과정이 때로는 얼마나 웃기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새만금간척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과정에서 있었던 코미디 같은 실례를 한 가지만 들어보자.

새만금간척사업의 주목적이 쌀 생산을 위한 농지의 조성이었으므로 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그 농지에서 생산되는 쌀의 경제적 총가치에 달려있다. 쌀의 경제적 총가치는 쌀 생산량에 쌀의 가격을 곱한 값이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생산될 쌀의 양은 이미 계산되어 있다. 따라서 이 값에 쌀의 가격만 곱해주면 되는데, 문제는 어떤 쌀 가격을 적용할 것인가이다. 쌀 가격에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국제시장의 쌀 가격(국제시세)이 있고 국내 시장에서 통용되는 쌀 가격(국내시세)이 있다. 경제학 교과서를 따른다면, 쌀은 국제시장에서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이므로 국제가격을 쌀 생산량에 곱해서 쌀의 경제적 총가치를 계산해야 옳다. 경제학자들에게는 상식이라서 더 이상 얘기할 건더기도 없어 보이는데,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한 경제성 검토위원회에서는 그런 경제학 상식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새만금간척사업을 지지하던 전문가들이 이 위원회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쌀의 국제시세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 이 가격을 적용하면 당연히 새만금간척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사업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략 그렇지만, 당시 쌀의 국내시세가 국제시세의 3배 내지 5배일 정도로 국제시세가 아주 낮았다. 국제시세를 적용했을 때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은 새만금간척사업을 하지 말고 그냥 국제시장에서 쌀을 사먹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훨씬 더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새만금사업을 지지하던 전문가들은 이런 상식적 경제논리를 애써 외면하였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국내시세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들은 이것마저도 마다하였다. 국제시세의 3배나 되는 국내시세를 적용해도 새만금간척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사실을 이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내가격을 적용해도 새만금간척사업은 경제성이 없다는 공식 연구보고서가 1988년에 이미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을 지지하던 전문가들은 별도의 여론조사를 통해서 쌀 가격을 추정해보자고 제안하였다. 과학자임을 자부하는 경제학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제안이다. 쌀 가격이 시장에서 엄연히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별도로 가격을 추정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해서 쌀 가격을 추정한다는 것은 더더욱 이상하다. 객관성이나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문지를 어떤 식으로 작성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의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여론조사방법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위원회라면 몰라도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위원회에서 이 여론조사방법에 반대하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소수의 의견으로 묵살되고 말았다.

새만금간척사업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쌀 가격 여론조사를 주도하였음은 물론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론조사 결과로 추정된 쌀 가격은 국내시세의 약 2배에 이르며, 국제시세의 약 6배에 달하는 아주 높은 값이었다. 이런 높은 값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전문가들은 이 가격에 "안보미가"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붙였다. 외국 농업국들이 쌀을 무기로 삼아 우리나라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쌀은 국가안보에 직결된다고 이들은 강변하였다. 그렇다면 쌀이 무기화될 확률도 계산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이들은 못들은 척 하였다. 심지어 같은 농업경제학자들조차도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쌀 소비 감소로 쌀이 엄청나게 남아도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던 터에 새만금간척사업을 지지하던 전문가들은 국가안보를 들고 나왔다. 어떻든 그렇게 높은 안보미가를 적용해야 비로소 새만금간척사업이 경제적 타당성 기준을 간신히 턱걸이 할 수 있었고, 이 결과를 놓고 농림부는 새만금간척사업의 경제성이 전문가들에 의해서 입증되었다고 광고해댔다.

그렇다고 이번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간척사업 수정안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농지 대신에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면 수질오염을 비롯한 환경파괴가 더 심해질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거 시화호도 썩는 바람에 결국 바닷물을 유통시키기 위해서 방조제의 일부를 터주지 않았던가. 시화호 참사가 새만금지역에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환경오염은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환경오염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새만금간척지에 공단을 조성해봐야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지 않아도 가동률이 저조한 공단이 전국 곳곳에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만금간척지에 산업단지를 조성해봐야 결국 또 다른 유휴공단만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성이 없는 공단을 억지로 경제성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세종시 수정안처럼 국민의 혈세를 퍼부어야 한다. 정부가 새로 발표한 새만금사업 수정안(새만금종합실천계획)에 의하면 앞으로 2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4대강 사업에 약 22조 원을 쓸어 넣고, 세종시 개발에도 약 22조 원을 쓸어 넣는다면 이것만 해도 60조 원을 훌쩍 넘는다. 늘 그랬듯이 실제 투입액은 이 보다 훨씬 더 커진다.

2009년 9월 현재 공적부채(일반 정부채무+공기업채무+공적금융기관 채무)가 국내총생산의 70%에 이르는 710조 원에 이른다고 얼마 전 주요 언론매체가 머리기사로 일제히 보도하였다. 그만큼 국가채무가 걱정거리로 등장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추어볼 때 국가채무가 아직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증가율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무척 높다는 점이다. 공공선택이론가들이 극히 우려하는 것들 중의 하나는 국가재정의 급팽창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재정지출의 상한선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제안을 들고 나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제 우리도 이명박 정부와 같이 국민의 세금을 곶감 빼먹듯이 하는 정부가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