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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위에 선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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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위에 선 MBC

[김종배의 it] MBC는 KBS와 다를까?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MBC는 시험대 위에 섰다.

방송문화진흥회를 향해 쌍심지를 켜는 것만으로는 다가올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해 결과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훼손한 점에서, 그 배면에 방송 장악 또는 길들이기 의도가 깔린 점에서 방문진을 비판하는 건 타당하지만 이것만이 실천적 대안인 것은 아니다. '익히 예상했던 일'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절대 되돌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엄기영 사장이 최종적으로 '사퇴' 모양새를 취한 점도 이런 전망을 강화한다. 그의 '사퇴'가 '되돌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방문진 입맛과 정권 코드에 맞는 인물이 사장 자리에 앉아 '방문진표' 본부장들과 함께 MBC 장악에 나서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MBC의 한 기자가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각 본부장들은 자기 뜻에 맞는 부장과 팀장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며 "사람이 바뀌면 내용이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라고('한겨레' 9일자 보도). MBC가 오르는 시험대가 바로 이것이다. 방송의 '공영성'과 '독립성'이 하나 둘 소리 소문 없이 스러지는 상황 말이다.

KBS에서 확인한 바 있다. '땡전뉴스' 데스크로 기능해 시청료납부거부운동의 대상이 됐던 KBS가 변신했다는 믿음, 비로소 공영방송으로 거듭났다는 믿음이 어설픈 것이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숱한 '하차'와 '편파'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작일선에 있는 기자와 PD가 변변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공영의 기초가 부실했음을 확인한 바 있다.
▲ MBC사옥 전경 ⓒMBC노조

이젠 MBC 차례다. MBC에서는 공영의 기초가 얼마나 튼실한지를 잴 차례가 됐다.

가능성은 있다. MBC는 KBS와는 조직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조직, 그래서 소통과 응집이 비교적 원활한 조직이 MBC다. 몇 번의 방송독립 투쟁경험이 여전히 살아있는 곳이 MBC다. 난관을 헤치고 나갈 힘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 바로 MBC다.

외부 요인도 있다. 이명박 정권의 공격 타깃이 된 곳이 MBC다. 지난 2년간 편향 대 공영이라는 구도에 내몰렸던 곳이 MBC다. 그만큼 방송의 공영성과 독립성에 대한 각인효과가 강하게 새겨진 곳이 MBC다. 물러설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 바로 MBC다.

하지만 모른다. 가능성은 그에 맞는 조건을 만나야 현실화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지의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

제작일선에서 '일상투쟁'을 전개해야 할 평사원의 특수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 대부분이 김대중 정부 이후, 더 넓게 잡아도 87년 6월항쟁 이후에 입사했고, 꼭 그만큼 내·외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웠다. 이 같은 특수성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제작 간섭에 대한 '자극·반발지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면역력'을 키우고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알 수 없다.

KBS에 비해서는 작지만 신문사에 비해선 큰 조직 규모 또한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클수록 조직은 수직화 되고 실적평가와 인사고과는 빡빡해진다. 규모가 방대할수록 조직은 계통화 되고 직종간 칸막이가 생긴다. 이런 요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그것이 '간섭'의 '선명도'를 높일지, '개입'의 '틈새'를 벌릴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말할 수 있다. '내일' 일은 알 수 없지만 '오늘' 일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MBC노조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방문진표' 본부장 출근저지투쟁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16일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MBC구성원들은 시험대를 정면돌파할 각오를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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