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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교사 정치활동, '한나라당 지지'는 괜찮나"

"공무원노조ㆍ전교조에 대한 경찰 수사, 명백한 위법"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시국선언으로 촉발된 이들에 대한 수사가 정당 활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시국선언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수사를 벌였던 경찰이 최근 이들 노조의 일부 조합원이 민주노동당 등의 당원이며 당비 또는 후원금까지 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까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발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무엇보다 "대체 경찰이 어떻게 민주노동당 당원인지 여부를 알아냈냐"는 데 있다. 민주노동당의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경찰의 "불법 해킹 의혹"까지 불거졌다.

경찰은 뒤늦게 4일에서야 민주노동당의 서버를 관리하는 업체 등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 영장이 두 번째로 발부 받은 것이라 주장하지만, 민노당은 "정말 1차 검증영장이 있다면 사본을 보여달라"고 따져 묻고 있다.

4일 열린 '공무원,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및 경찰의 공무원노조, 전교조에 대한 수사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은 "경찰의 이번 수사 양태는 지금까지 나온 정치적 수사의 종합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정당의 투표 시스템에 대한 강제수사는 정당의 존립과 정당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명백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위법한' 절차로 얻는 증거의 효력 인정하지 않아"

이날 토론회에 나온 법률 전문가들이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똑같았다. 권영국 변호사, 변호사 출신의 이정희 의원,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모두 한 목소리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정치 활동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위법 여지가 매우 많다"고 주장했다.

일단, 시국선언과 관련된 수사로부터 시작해서 엉뚱하게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넘어간 경찰의 '별건 수사'의 정당성 문제다. 권영국 변호사는 "영장 하나 받아서 모든 자료를 다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은 명백하다"며 "당연히 별건 압수나 별건 수색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록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 하더라도, 그 영장에 명시된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에 한해서만 집행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하지 않은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2007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수집한 증거도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교수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엄청난 자료를 다 가져가서 다른 혐의를 찾아내기도 하는 방식의 수사는 우리 검찰의 전형적인 수사 기법인데 매우 위법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 경찰의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같은 교사라 할지라도,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의원을 지원 또는 지지한 활동은 경찰이 수도 없이 많이 눈감아 줘 왔다는 것이다.ⓒ연합뉴스

또 당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검증했다는 민주노동당의 인터넷투표 사이트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은 영장을 받아 검증했다고 하지만, 피의자들, 운영자인 민노당, 서버 관리업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영장집행의 참여를 보장받지 못했고 일시, 장소에 대해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의원은 투표서버에 대한 검증 자체가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헌법은 정당의 민주적 운영과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경찰이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수시로 정당의 투표함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누가 투표에 참여하겠느냐"며 "법을 이용해 법의 정신을 뒤흔드는 것이 이 정부의 법치"라고 비판했다.

"민노당은 안 되고 교사의 한나라당 지원 및 지지 활동은 된다?"

경찰의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같은 교사라 할지라도,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의원을 지원 또는 지지한 활동은 경찰이 수도 없이 많이 눈감아 줘 왔다는 것이다.

김행수 전교조 정책위원은 여러 가지의 사례를 직접 들고 나와 그런 의혹을 증명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 2008년 있었던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들 수 있다. 김 위원은 "공정택 후보에게 돈을 준 15명의 현직 교장과 교감은 형사처벌 또는 징계를 받지 않았는데 주경복 후보에게 돈을 준 혐의를 받은 전교조 소속 교사 22명은 기소돼 현재 재판 중에 있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입당을 정식 공문으로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2002년 11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한나라당 입당서가 첨부된 한나라당 입당 권유 공문을 보낸 것이 알려졌고, 이에 민주노동당 부산시지부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대한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가 한나라당 H 의원의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해 "임원은 20만 원, 각 시도회는 100만 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이 돈을 일괄적으로 거둬 H 의원에게 전달했지만, 이 역시 경찰도 교육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이 단체는 공문에 계좌번호까지 버젓이 적어서 내려 보냈다.

또 있다. 2005년에는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 임원 회의와 대의원 정기회의에서 시도 별로 금액과 인원을 할당해 한나라당의 L 의원에게 총 1억7000만 원, K 의원에게 1000만 원을 전달하기로 결정한 일도 있었다. 이 단체는 각 시도에 결정 내용을 전달했고, 시도회는 회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국정 감사 기간 전까지 보내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은 "물론 이 사건 역시 교육부도 경찰도 덮어줬다"고 말했다.

김행수 정책위원은 "친 한나라당 성향의 교원단체, 교장단, 사학법인들이 대 놓고 한 명백한 정치활동에는 눈감은 교과부와 검찰, 경찰이 전교조 일부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1년에 기껏 수 만~수십 만 원을 후원금을 냈다는 일부 자료를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요즘 유행하는 말로 1등 정당과 1등 교원단체만 봐주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가 곧 '정치활동 금지' 아니다"

보다 근본적 문제제기도 나왔다. 과연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 규제가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종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활동에 대해 가장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의 입법례를 보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정치활동 금지로 형성돼야 할 헌법필연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등은 일반 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모두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영국도 직무의 성격과 권한 및 책임에 따라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일반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한다.

그나마 우리와 비슷한 곳은 일본이다. 그러나 국가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일본도 선거운동, 정치자금 모금 및 기부, 서명운동 등은 허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설사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하더라도, 정당제 민주주의 아래에서 정부와 국가가 결코 동일시되는 것은 아닌 만큼 공무원은 헌법과 국가에 대해 충실할 의무만 있을 뿐 정부 정책에 무조건 충실할 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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