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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이기고 싶은가? 합쳐 싸워라"

[의제27 '시선'] 연합정치의 새 틀: 자유-노동 연대

1992년 총선이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친노동당을 표방하였던 가디언(Guardian)은 "영국은 철저한 보수주의 사회"임을 통탄하는 사설(4.11)을 실은 바 있다. 우여곡절과 양측의 상호 불신,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내부 강경파의 계속되는 반발 등에도 불구하고 자유-노동연합(Lib-Labism)이 영국 정당정치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은 데에는 두 당의 인식 공유, 즉 보수당의 압도적 힘과 보수당의 재집권을 '재난'(disaster)으로 인식하였다는 것이 근본 바탕이 되었다(Times(타임), 2006.8.31).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자유민주당의 지도부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하였던 팀 라젤(Tim Razzall)이 '강한 적에 맞서 합쳐 싸우기 전략'(two against one strategy)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영국사회에 대한 통철한 파악에 근거한 것이었다. 물론 2006년 영국의 이라크 파병으로 파탄이 났지만, 자유-노동연합이 지속될 수 있었던 또 다른 동력은 당의 현대화를 외치며 중도세력을 포섭하기 위해 큰 천막(Big Tent)을 선언하였던 토니 블레어 수상의 정치적 의도였다.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이여! 언제까지 아웅다웅하다 말 것인가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대연합이네 진보대연합이네 다양한 주장과 실천들이 모색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논쟁들은 과거와 진일보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왜냐하면, 과거의 연합정치는 지역 맹주 사이의 정치적 타협(DJP연합)이거나 후보 사이의 최종 결단(노무현-정몽준 연합)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지역과 인물을 매개로 한 당시의 수평적 연합은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과제를 고려한다면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지만 정치와 정당발전이라는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민주대연합, 진보대연합, 공동지방정부라는 담론 역시 하나같이 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세력들의 단기 손익계산서에 근거한, 따라서 그 철학과 내용이 일반 국민들의 감동과 동감을 모으기에 턱 없이 빈약하고 조야하다. 민주대연합론은 반MB라는 상황적 필요성만을 앞세우고 있고, 진보대연합론은 자신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위성만을 강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진보-개혁의 연합정치는 가능할까? 지난달 12일 선거연합을 논의하는 토론자들. ⓒ뉴시스

민주정부 10년의 한계를 넘어설 대담한 상상력과 실험, 자유-노동의 진보연합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세력은 날선 칼날을 서로에게 들이대며 저주와 조롱을 일삼기 시작했다. 2001년 총선을 앞두고 영국 자유민주당의 당수 케네디(Charles Kennedy)는 블레어의 첫 임기 실적은 대단히 실망스럽지만 보수당의 재집권은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자유-노동연합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역설하고 나섰다. 노동당 역시 차별성이 크지 않은 정책 분야에 자유민주당 각료를 임명하면서, 공격의 초점을 보수당에 맞추었다. 우리에게는 보수권력이 철저하게 한국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에 대한 자각도, 진보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도, 제 나름 문제가 있는 경쟁자이지만 그래도 함께 가야할 파트너로서의 최소한의 배려나 포용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의 자유-노동 연합은 한반도에서 진보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담대한 도전이자 희망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양 정당의 독자적 존립과 선의의 경쟁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공동으로 보수의 철옹성과 같은 중앙정치와 지방권력을 축소시키는, 좌우가 균형적으로 공존하는 정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역사적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세력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보수가 독점하고 있는 광대한 영토를 개척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알량한 땅 따먹기와 제 살 깎기에 힘과 열정을 소진하여 왔다. 또한, 그것이 진보정치인 까닭은 과거의 지역연합이나 후보전술, 일시적 선거연합 등 수평적 공간정치와는 질이 다른 정당과 정책 중심의 수직적 계급연합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자유-노동 연합은 또한 담대한 실험이자 한국 현실에 뿌리를 둔 비전이다. DJ도 노무현도 때로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 때문에 때로는 구조적 조건에 압도되어 한국사회의 발전적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데 실패하였다. 오히려 지난 10년은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세력이 등을 지게 된 분열의 시대였다.

공동지방정부 구상을 자유-노동연합의 출발점으로 활용하자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연두기자회견에서 제안한 바 있는 공동지방정부는 자유-노동연합을 실험할 단초가 될 수 있다. 제1야당의 대표가 공식적으로 제안하였고, 다행히 5+4라는 협의체가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둔 상태에서 이미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자유-노동 연합이 제대로 형성·유지되기 위해서는 정당간의 상층 연합이 아니라 두 정당이 독자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각 정당의 성찰적 내부 개혁과 외연 확장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연합정치의 경험이 전무한 우리의 현실에서 자유-노동연합은 대권이나 총선보다는 지방선거에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매개할 방식은 두 세력 사이의 제도화된 정치협약(political pacts)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거구제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전면 개편하는 것에 합의하라. 그 동안 두 세력은 이 문제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열의와 헌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재 의석 조건과 여론 눈치 보느라 공론화조차 하지 못하였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의 현재 당론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변경하고 진보정당과 공동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인구 규모나 경제발전 정도를 고려할 때 국회의원 수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조·중·동조차 빤히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의석수의 현실화 또한 정면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지역225 : 비례 125, 총 350석). 자유-노동 연합의 첫 번째 조건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괜히 진보정당만을 키워줄 것이라는 소아병적 인식과 과감히 단절하는 것이다.

둘째, 자유-노동 연합의 성사 조건 중 하나는 더 큰 정당, 즉 민주당의 통 큰 양보이다. 공교육 혁신에 적합한 교육감 선거 전부를 포함하여 수도권과 호남 지역 비례대표 의원의 일정 비율을 5+4에서 합의하여 추천하는 인사로 충원하는 것이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는 가장 현실적이며 합리적 방안이다. 이를 통한다면 교육 영역에서의 정책 수렴과 지방의회의 다원적 구성이 가능하다. 선거 이후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현재의 법적, 제도적 상황에서는 아예 불가능하다. 현행 공무원법상 기초 자치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범위는 6급 비서실장, 7급 비서, 운전기사와 여비서 등 4명뿐이다. 고위공무원단 제도도 없고 개방형 직위제도 없으며, 과거처럼 산하기관에 맘대로 낙하산 인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지방정부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셋째, 울산·창원·거제·마산 등 노동밀집 지역(labor-belt)에서 진보정당 후보로의 단일화와 초당적 지원이다. 물론 이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두 당의 통합을 전제로 한 정치적 리더십이 관건이다.

반MB와 마찬가지로 반신자유주의 노선 또한 그것만으로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가 아니더라도 자유-노동 연합은 진보의 공동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시도이다.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오바마의 의료개혁안이 공화당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오바마의 2010년 예산안을 공동 캠페인을 통해 강력하게 뒷받침하였던 자유-노동 연합에 있었다("Liberal-labor coalition launches drive for Obama budget." Boston Globe(보스턴 글로브). 2009.3.4).

머리를 맞대고 시도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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