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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심사, 이러고도 공정했다고?

[뉴스메이커] 심사위원과 사업자, 알고보니 한통속 '짜고 치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의혹은 과연 어디까지 불어날 것인가.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이 2월 1일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심사는 공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는 선정된 사업자와 심사위원 간 강력한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영진위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에 제출된 각 단체들의 공모 신청서를 분석한 결과,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이하 '시민영상기구')와 (사)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하 '한다협')가 모두 조희문 위원장이 법인 설립자인 (사)문화미래포럼 및 그 협력단체인 (사)비상업영화기구와 깊숙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심사위원 일부가 문화미래포럼 소속 회원들로 밝혀져, '짜고 치기'의 수위가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위가 '적정단체 없음으로 재공모' 결과를 낸 1차 공모 당시, 문화미래포럼과 비상업영화기구가 낸 서류와 시민영상기구의 서류가 법인명과 이사진의 명단만 다를 뿐, 사업계획서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사무국의 구성에 있어서도 문화미래포럼 서류에서 네 명 중 세 명(김종국 교수 포함)이 시민영상기구의 서류에 고스란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심사위원장이었던 복환모 호남대 교수가 문화미래포럼 회원이며, 심사위원인 김시무 영화평론가 비상업영화기구의 자문위원이라는 점이다. 시민영상기구의 장원재 이사장은 문화미래포럼의 문학분과 회원, 소장 직을 맡을 김종국 교수는 문화미래포럼 영화분과 회원이자 비상업영화기구의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한다협의 이사인 진승현 교수도 비상업영화기구의 전문위원 중 한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시민영상기구의 장원재 이사장은 한다협의 자문위원으로, 한다협의 최공재 이사장은 시민영상기구의 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결국 특정 단체의 법인설립자가 기관장으로 있는 공공기관에서 그 단체 소속의 심사위원들을 내세워 자신들의 관련단체를 사업자로 나란히 선정한 결과가 됐다.

선정된 단체들이 낸 사업계획서도 하나같이 부실한 데다 영진위가 발표한 심사총평과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먼저 시민영상문화기구의 사업계획서는 '미디어센터'의 역할과 위상, 비전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영진위는 미디어센터 사업자로 시민영상기구를 선정하면서 심사총평에서 '장비운영계획이 구체적'이라거나 '초보적으로 미디어에 접근하는 시민들의 체험교육 과정을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은 피상적인 설명으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커리큘럼도 미디어센터의 원래 목적에 맞게 특화돼 디자인됐다기보다는 일반적인 대학이나 단체의 영상제작 실습과정 혹은 이론 과정과 별 다를 바 없는 안이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또한 '특히 HD와 3D 기술교육까지 대응계획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시민영상기구의 사업계획서에는 HD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의아한 일이다. 3D에 대해서도 그저 현 미디액트의 뉴미디어 교육을 비판한다면서 "보완 : 차세대 3D 미디어, 홀로그램 미디어, 모바일 미디어 등 뉴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보완한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만 표현돼 있을 뿐이다.

한다협이 낸 사업계획서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다협은 지금의 독립영화가 '재미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고 스타감독도 없으며, 국내로만 한정돼 있다'면서, 자신들이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하게 되면 이같은 사항이 개선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작년 한 해만도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 등이 거둔 국내외적 성과를 모두 부인하거나 애써 무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진위 심사총평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해외배급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정작 사업계획서에는 부실한 설명으로 일관돼 있다. 조인을 완료했다는 '일본 세계교류협회'나 '프랑스 독립영화협회' 같은 단체에 대해 담당자 이름 한 줄 외에 이렇다 할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해외배급과 관련해 협력단체로 이미 협의가 완료됐다는 '다양성영화 배급협회'에 대한 설명도 전무한 상태. 사업계획서를 통틀어 그저 '발족 예정'이라고만 나와있다. 그런 단체를 통해 해외영화제 출품은 물론 "BBC와 CH4와 같은 해외 영화 채널 및 국내 영화 채널과의 연계하여 부가시장 진출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사업 실현성에 더욱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현재 시민영상기구는 필요한 인력 15명 중 6명만 확보한 상태. 그마저도 사무국의 팀장급 중 한 명은 근무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진 중 한 사람도 "이런 단체인지 몰랐다"며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한다협의 서류에 사무국원으로 기재된 이 중 한 명은 "전혀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1, 2차 서류에 모두 임의로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과 의혹만 더해가는 이번 영진위 사업자 선정에, "특정 단체에 지원금을 몰아주기 위해 공모제를 시행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영진위가 이번에는 또 무슨 변명을 내놓으며 억지를 부릴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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