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 기관에 두 명의 위원장이 출근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법원에서 '해임 효력 정지' 결정을 받은 김정헌 2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출근한 것. 3대 위원장인 오광수 위원장도 이날 먼저 출근했다. (☞관련 기사 : MB정부의 '묻지마 해임', 법원에서 또 '무효')
한 기관, 두 위원장?
해임 효력 정지를 받은 김정헌 위원장은 이날 아침,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문화예술위원회 건물로 출근했다. 하지만 이미 오광수 위원장이 출근해 있었다. 윤정국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은 "문화관광부에서 상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위원장은 오광수 위원장"이라고 출근을 막고 나섰다. 윤정국 사무처장은 "(지금의 상황으로) 문화예술위는 전 국민 앞에 우스운 꼴이 됐다"며 "조직이 망가지는 걸 꼭 지켜봐야 되느냐"라고 따졌다.
김정헌 위원장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것"이라며 "나도 위원장이기에 집무를 봐야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유인촌 장관이 불법으로 일을 처리해 생긴 일"이라며 "한 조직에 위원장이 두 명이 생기는 초유의 일이 벌어져서 직원들이 고생이 많다"고 했다.
결국 약간의 실랑이 끝에 김정현 위원장은 따로 마련된, 문화예술위원회 옆 아르코미술관 사무실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첫 업무 직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4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고 필요하다면 여태까지 받은 정신적, 인격적 피해의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월 해임 처분 집행 정지 결정 받아내
김정헌 위원장은 2008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해임됐다. 이후 2009년 12월 16일, 행정법원으로부터 자신의 해임 처분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1년 만에 승소한 것. 하지만 문화부는 이에 불복, 현재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다. 김정현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다.
김정헌 위원장은 문화부가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규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해임하자 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문화부는 지난 2008년 여러 사퇴 압력에도 당시 김 위원장이 물러나지 않자 문예진흥기금 운용 소실 등의 책임을 물어 그 해 12월 강제 해임했다.
앞서 유인촌 장관은 김정헌 위원장을 지목해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압박을 가했었다. 작년 12월 법원은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위법할 뿐 아니라 표적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해임에 이를 정도의 업무상 잘못이 없다"고 해임 무효를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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