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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현실을 꿈꾸는 그들, 그리고 백수광부, 연극 '백수광부들'의 장성익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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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현실을 꿈꾸는 그들, 그리고 백수광부, 연극 '백수광부들'의 장성익 연출가

백수광부, 꿈을 꾸다

▲ ⓒ뉴스테이지

꿈꾸는 눈동자. 그의 눈동자는 모딜리아니의 <큰 모자를 쓴 잔느>를 닮았다. 어디를 보는지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는 몽환적인 눈동자. 그의 눈은 시종일관 그 무언가를 향해 꿈꾸고 있었다.

백수광부(白首狂夫)처럼 서서히 자신만의 꿈으로 잠입해갔던 장성익 배우. 배우가 아닌 연출로서 이번 작품을 만나게 된 그는 희망 없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꿈꾸는 눈빛을 멈추지 않았다.

▲ ⓒ뉴스테이지
"현실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며 사는 것보다 현실에 더 충실할 수 있어요. 물론 보상을 바라는 게 더 힘이 날 수 있지만 희망 없이 살아가는 게 더 철저한 현실 인식이라고 생각해요. 헌데 꿈을 자각하는 건 현실을 자각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실을 자각하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죠.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도 비상할 수 있는 자각몽처럼 깨어있으면 보다 나은 꿈을 꿀 수 있고 그게 곧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엑스레이 사진, 샹들리에가 얽혀 있는 천장에 걸린 나무의자, 싸구려 주점을 연상케 하는 사이키 조명등, 속을 훤히 드러낸 피아노, 그리고 영화제가 상영되고 있는 조그만 텔레비전. 영광의 순간들이 재현되고 있는 텔레비전의 상황과는 달리 현실은 분해되고 해제된 낡은 조합물들의 잔해들로 가득했다.

"어릴 때 꿈꿔왔듯 지금도 꿈을 꾸고 있죠. 흔히 깨어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람들, 즉 득도한 사람이나 선지자 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삶과는 차원이 다르데요. 그들은 이미 깨어있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기 이전의 삶은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 꿈처럼 느껴질 때가 많잖아요? 공연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들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지죠. 마치 내가 꿈을 꾸는 것처럼. 그런데 그들은 깨어있기 때문에 꿈을 만드는 거고, 우리는 잠을 자고 있기 때문에 꿈처럼 보이는 거죠. 잠을 자는 상태와 꿈을 만드는 상태, 전 꿈같은 현실을 살고 싶어요."

▲ ⓒ뉴스테이지
그는 한 발짝 한 발짝 강에 발을 디디며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백수광부가 강을 건너잖아요. 춤을 추는 건지 허우적거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감수하며 강을 건너죠. 미쳤냐는 얘기도 뒤로 한 채로 말이에요. 하지만 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 해요. 물속에 빠져야 강의 흐름을 알 수 있으니까요. 허우적거리는 것과 춤추는 것은 장르가 다르죠."

처음 연극을 접했던 순간 그는 뭔가 홀린 듯한 기분에 안개 같은 불안 속을 헤치며 지금껏 걸어왔다. 부유한 집안을 등지고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도시를 떠나온 '갈매기'의 니나처럼 꿈꾸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자기 눈을 뽑아서 등대에 박아놓죠. 시대의 제일 앞서서 등대가 돼 사람들을 인도하거나 멀리 볼 수 있게끔 있게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배우 모두가 장님이 되어 선글라스를 써요. 자기 눈은 모두 다 등대에 박아놓고서요. 자기 눈을 버려야 크게 볼 수 있어요. 내가 어두워져야 빛을 볼 수 있는 것처럼요."

사회로부터 소외된 외롭고 쓸쓸한 자들. 비주류이기에 희망 없는 삶이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지는 그들은 하지만 꿈의 마지막 조각이 발하는 빛을 조심스레 간직하고 있었다. 장성익 배우의 눈빛은 어둠이 내려앉기 전, 혼신을 다해 마지막 빛을 발하는 꿈꾸는 눈동자와 많이도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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