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실적을 극찬하면서도 "혁신이 부족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를 '세일즈 머신'이라고 평가했다. 기술혁신 기업은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9일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36조2900억 원의 매출과 10조9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15.1%, 91.2%나 급증했다.
특히 분기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조2400억 원, 3조7000억 원에 달한다.
<FT>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발표 직전인 28일 오전(현지시간) 렉스칼럼에서 삼성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7분의 1을 차지하는 게 더 이상 놀랍지 않다"며 "파나소닉과 필립스 정도만이 삼성전자와 겨룰 만 할 것"이라고 호평했다.
<FT>는 그러나 한국 내의 과도한 기대감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이 신문은 "36명의 애널리스트가 '매수' 의견을 냈고 2명이 '보유' 의견을 냈다. '매도' 의견은 없었다"며 애널리스트들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애국심에 가까운 열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국내 증권사의 장밋빛 전망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특히 4분기 삼성전자 실적개선의 중추 역할을 했던 메모리 부문 실적 개선에 대해 "수년 간 예외적으로 강한 가격 정책을 썼다. 그 효과는 적어도 다음 2개 분기 동안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전망은 어둡다"고 했다.
"LED TV도 개척자는 소니, 삼성은 추격자"
<FT>는 이와 같은 의견을 낸 이유로 삼성전자가 낸 실적의 '질'을 꼽았다. 이 신문은 "삼성이 최근 수년 간 거둔 성공은 기술 리더십(technology leadership)에 기반한 게 아니라 신속한 대응(speed and agility) 덕분이었다"며 "그러나 결국에는 진정한 혁신의 부족이 수익성을 해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예로 <FT>는 삼성전자의 최근 히트상품인 LED TV를 꼽았다. 대중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삼성이지만 개척자는 소니였다는 얘기다. 삼성의 강점(신속함)이 잘 발휘된 성공적 사례이기도 하지만 장기적 기술혁신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당장은 잘 나가고 있지만 장기적 행보는 우려된다는 말이다.
<FT>는 "삼성은 올해 안에 세계 최대의 기술기업인 휴렛팩커드도 넘어뜨릴 태세를 갖췄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0위권에 들지 못하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R&D)는 여전히 낮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제품으로 소비자를 매혹시킨 지는 오래됐다. 가트너에 따르면 옴니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연초 3.0%에서 3분기 3.2%로 오르는데 그쳤다"며 "최지성 신임 CEO가 삼성의 이러한 '세일즈 머신'을 물려받았지만 옛 영광(encore)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이폰은 기술혁신 제품의 사례로, 옴니아는 삼성식 '신속대응' 방식의 사례로 빗댄 셈이다.
<FT>의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삼성 측은 "팩트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통상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10% 수준이다. 이 정도면 결코 적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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