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청렴위원회(위원장 정성진)는 23일 "비용 부담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공무원들은 직무관계자와 절대 골프를 치지 말라"는 대대적인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청렴위가 이해찬 전 총리의 '황제골프'에 대해 "이미 사임해 공무원 행동강령 적용대상이 아니다", "신고서가 언론보도 내용만 인용해 직무관련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조사의사가 없음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포괄적 직무관련 규정, 사실상 골프 금지령?**
청렴위가 마련한 '골프 및 사행성 오락 관련 공직자 행위기준에 대한 지침'에 따르면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직무 관련자와 골프와 화투, 카드, 마작 등 사행성 오락을 해서는 안 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골프를 칠 경우 사전에 기관장에 보고해야 한다.
청렴위는 골프를 칠 수 없는 직무관련자의 범위로 ▲민원을 냈거나 신청하려는 개인, 단체 ▲인허가 취소, 영업정지 등으로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은 개인, 단체 ▲수사, 감사, 감독, 검사, 단속, 행정지도 대상인 개인과 단체 ▲재결, 결정, 검정, 감정, 시험, 사정, 조정, 중재 등으로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는 개인과 단체 ▲징집, 소집, 동원 등의 대상인 개인과 단체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 예정인 개인과 단체 등을 총망라했다.
또한 청렴위는 '직무관련 공무원 간'의 골프도 엄격히 규제했다. 직무상 명령을 받는 하급 공무원이나 인사·예산·감사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무원 등은 각자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상급자가 전액을 부담할 경우에만 골프를 허용키로 했다.
청렴위는 "'골프금지 지침'에 따라 전국 행정기관 328곳과 공직 유관단체 476곳이 행동강령 운영지침을 마련해 시행토록 함과 동시에 이르면 바로 다음 달부터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행실태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렴위의 이런 골프 규제책은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서 "3ㆍ1절 골프파문을 계기로 정부 부처 장ㆍ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접대골프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뒷북'을 친 것에 대한 후속대책이다.
***청렴위 골프금지 규정을 '황제골프'에 적용해 보니…**
청렴위가 발표한 '골프지침'을 적용해보면 이해찬 전 총리, 이기우 전 차관과 골프를 친 부산 지역 기업인들과 대학총장은 모두 '직무관련자'에 속한다. 또한 이 전 차관도 이 전 총리의 '직무관련 공무원'이므로 상급자인 이 전 총리가 그린피를 전액 계산했어야 했다.
그러나 청렴위는 '골프금지 지침' 발표 하루 전인 22일에는 "이 전 총리는 이미 사임했고 신고서가 미비함으로 국가청렴위의 조사대상이 아니다"고 면죄부를 줬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 사건은 이미 실정법 위반혐의로 검찰 수사단계에 있고 골프접대 당시 국무총리였음으로 당연히 공무원 행동강령 적용대상이었던 상황"이라며 "이해찬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청렴위를 비난했다.
노 의원은 또 이 전 총리에게는 '황제골프'에는 '면죄부'를 준 청렴위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파문에는 발 빠르게 움직여 '이중잣대'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황제테니스'나 '황제골프'나 모두 조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게 노 의원의 주장.
노 의원은 특히 "이해찬은 면죄부, 이명박은 조사대상이라는 것은 청렴위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결사 노릇을 자청하는 격"이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노 의원은 "이런 이중 잣대 적용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시름 덜어주기"라며 "청렴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20일 이 시장의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에 대한 참여연대의 신고 이후 발 빠르게 조사에 착수한 청렴위는 23일에는 서울시에 관련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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