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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은 양보가 아닌 더 많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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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선거연합은 양보가 아닌 더 많은 승리"

선거연합으로 이기자 : '빅 텐트'론 ② 방법과 경로

지난 글에서 선거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의 사전 준비 차원에서 두 개의 금칙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은 '그렇다면 본격적인 협상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단일화의 경로

지방선거는 6월 2일이고 선거운동 기간은 5월 20일부터 시작입니다. 2월 2일이면 광역단체장들이, 2월 19일이면 기초단체장들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해야 됩니다. 그러면 광역의 경우 2월부터 3월까지 약 두 달 동안 각 당의 후보자들이 일반 유권자들을 상대로 홍보물을 보내는 등 일정하게 예비적 선거운동을 할 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후보의 면면이 대개 알려졌을 시기인 4월 중순 이후에는 수도권에서부터 단일 후보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4월 중순 이후부터 한 달 정도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의 광역 및 기초 선거 후보를 결정해 나가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4월 중순의 어느 시점을 못 박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지지부진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4월 중순의 시점까지 완료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 지난해 연말 조찬 회동을 하고 있는 야4당 대표 ⓒ뉴시스

배신 전략을 협력 전략으로: 경선 방식의 추첨

그 방법으로 제가 주장하는 것은 경선 방식의 무작위 추첨입니다. 여러 방식 중에 하나를 추첨으로 결정하자는 겁니다. 그 배경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현행 선거법 상의 경선 방식은 같은 당내에서의 경선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러 당이 참여하는 합동 경선에선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당이 각자 선거법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공정성을 담보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또한 이번 후보 단일화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점입니다. 안산 재보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것도 결국 이런 문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했어야 한다는 게 여타 야당의 후일담입니다만, 양산-안산 간의 후보 조정과 달리 전국적 범위에서 벌어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디를 주고 어디를 받는다는 게 너무나 복잡해서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즉 민주당이 양보를 하고 싶어도 후보 조정 방식으로는 할 수가 없고 따라서 경선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두 가지 배경 때문에 후보 단일화 협상은 경선 룰의 합의를 통해 성사시킬 수밖에 없고 동시에 무작위 추첨에 의한 경선 방식 결정을 약속해두면 또한 두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저는 타당성을 주장합니다.

하나는 누구 입장에서든 공평한 안을 각 당이 내놓게 된다는 점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라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자면, 기본적으로 단일화에 참여하는 각 정당들이 자기에게 극히 유리한 안을 만들고 그 안이 다행히 추첨된다면 그 당으로선 최선의 상황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확률은 참여자가 많을수록 낮아집니다. 따라서 다른 당의 안이 추첨될 경우를 예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각자가 자기에게만 유리한 조항을 넣기보단 어떤 당의 안이 추첨되더라도 피차 게임에 참가해볼만한 수준으로 만들어 오길 서로 기대하게 되고, 이 때 합리적 선택은 상대방이 그러길 기대한다면 자신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됩니다. 게임이론으로 보자면 '배신 전략'이 아니라 '상호 협력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추첨이란 장치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협상이 시한부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의 안을 놓고 공정성 여부를 상호 검토하다 보면 안 자체가 하나로 수렴되어 협상에 의한 타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연합의 효과: 협의주의로의 전환

두 번째 효과는 단일화가 승강이 끝에 결국 안 되는 일은 없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동시에 과연 누가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인지 주시하게 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사실 선거연합이 성사된다는 자체가 엄청난 정치사적 사건입니다. 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정치연합이 어렵습니다. 권력을 공유해 본 역사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야당으로 머물기보다는 연합해서라도 여당이 되는 게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우리 정치 세력들조차 잘 모릅니다.

여당과 야당의 차이가 흔히 말하듯이 권력의 달콤함에 있지 않습니다. 정부 정책을 비판만 하면 되는 야당과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자신의 정책을 집행하고 그 성패에 대해 책임을 져보는 여당의 경험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통해 정치적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 정치 현실을 與든 野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서로 침해하지 않는 협의주의적 정치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국정 운영이란 게 왜 나의 이념과 나의 가치대로만 되는 게 아닌지 정치 세력이 알면 알수록, 소모적 정쟁은 줄고 정책 경쟁으로서의 정치는 자리 잡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야권의 선거연합에 대해 거는 기대가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자치단체장은 작은 행정부입니다. 작은 정부를 연합을 통해 집권한 개혁진보세력이 운영했을 때 어떤 성과와 한계가 나타날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추첨에 의한 경선 방식 결정'이 얼핏 들으면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장 합리적 방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단일화 이후

이렇게 서울 또는 경기도에서 단일화가 먼저 성사되고 나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그 이외 지역에서의 선거연합 참여자에 대한 공천권 배분입니다.

시한을 4월 중순으로 못 박는 이유도 서울(과 경기도)에서 단일 후보를 결정한 이후 후보를 배출한 정당 이외의 정당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민주당에 대해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주문이 많습니다. 기득권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세가 강한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 결과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고, 또 그래야 단일화 협상이 원만하게 종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일회적으로 끝날 연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빅 텐트'를 세우는 과정이기에 상대적 소수파에 대한 정치적 존중이 필수적이라는 점 등에서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두 가지 방법으로 소수자 존중 원칙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단일화 과정입니다. 그게 선거인단이 됐건 시민배심원제가 됐건 결정 단위를 구성해야 할 것인 바, 그 결정 단위에 의석이나 당원의 규모에 비례한 구성을 일절 주장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둘째는 단일화 이후입니다. 광역 단위에서 4월 중순 이후 후보가 결정되고 난 뒤, 후보를 배출한 정당을 제외한 여타 정당에 대해 연합의 성과를 공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 바. 만약 민주당이 서울이나 경기도의 단체장 후보를 배출한다면 그 외 이하 각급 선거에서 여타 정당에 대해 그에 대응하는 후보 공천권의 양도가 있어야 할 것이며, 그 대상은 야권 후보의 승리가 확실하거나 승산이 높은 지역이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여타 정당에서 후보가 배출된다면 민주당 후보에 대해 야권 후보 난립에 의한 표 분산을 막아줘야 할 것입니다. 또 이 점 때문에라도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진보 정당들 간의 대통합 선언이 긴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당의 대승적 길

수도권 광역단체장의 후보 단일화 이후, 나머지 후보 조정 문제는 원칙으로서 사전 합의가 필요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워낙 경우의 수가 복잡하기 때문에 4월 중순 이후부터 후보자 등록일인 5월 13일 이전까지 결정한다는 전제만 세워두면 될 것입니다. 이 때 지금 민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시민배심원제는 객관성과 민주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각 당 예비후보들 간의 합의를 받아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민배심원제를 통해 타당의 후보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와 각오를 민주당은 지금 해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진영의 종가는 민주당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타당의 후보를 내서라도 당선시킬 수 있는 선거구를 갖고 있는 것도 유일하게 민주당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선거연합은 민주당 몫을 여타 야당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선거연합을 하게 됨으로써 한나라당이 가져 갈 당선자를 우리가 빼앗아 올 곳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선거연합은 당연히 이길 곳을 양보하는 몇 군데 대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보합 지역에서의 승리를 취하는 전술입니다. 그게 선거연합의 묘미입니다. 거기다 민주진영 종가로서의 지위를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확인받는 대승적 길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의 자세 전환

당내가 때 아니게 어지럽습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도 될까 말까할 시점입니다. 어차피 지방선거 끝나면 재정비할 당권이고, 지방선거 전인 지금은 타당과 연대를 숙의해야 할 국면입니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집안 일로 내홍에 휘말려서야 어떻게 민주주의 회복을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받들고 천하의 대의를 세우겠습니까?

민주당의 각성과 분발, 발본적인 자세 전환과 대승적 행보를 요구하는 타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쓴 약과 귀에 거슬리는 말은 늘 이로움이 있는 법입니다. 민주당이 반MB 연합전선의 선봉에 서서 한나라당 정권에 맞서 이기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두 분 대통령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민주당의 역사적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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