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자 후보(공무원노조), 김경자 후보(보건의료노조)는 임 위원장과 함께 지난 8개월의 보궐 집행부 임원을 지냈었다. 손영태 후보(전국공무원노조 전 위원장)도 이들과 함께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산별대표자들의 단결된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사퇴도 "현재 위축돼 있는 산별대표자들이 다시 한 번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산별대표자들이 '통합지도부' 구성을 위해 다시 한 번 나서달라는 촉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이미 2개의 후보조가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산별대표자들의 후보 통합을 촉구하는 것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월권이자 선거개입이다. 이 구도를 깨트릴 유일한 방법은 선거가 과반수 득표자 없이 무산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산별대표자들이 주도적으로 선거 무산을 위해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산별대표자들은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로 예정된 대표자회의도 취소됐다.
어쨌든 임성규 위원장에 이어 3명의 후보가 동시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이번 선거를 둘러싼 잡음은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선거 결과도 점치기 어렵게 됐다. 또 차기 집행부로 누가 선출되든, 제대로 된 집행력을 가지기까지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 민주노총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후보직과 현직 위원장 자리를 모두 내놓은 데 이어, 14일에는 3명의 부위원장 후보들이 또 사퇴했다. ⓒ연합뉴스 |
"산별대표자의 뜻이 무산되고 또 정파 구도된 선거, 나서지 않겠다"
3명의 부위원장 후보들은 이날 "우리는 산별대표자들이 임성규 집행부의 재출마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힘을 보태고자 출마했으나 임 위원장의 사퇴를 지켜보며 더 이상 우리의 생각과 역할을 찾기 어렵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산별대표자들이 의견을 모은 '통합 지도부'가 무산된 만큼, 자신들도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들은 다른 후보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들은 "산별대표자들의 중지는 3개조 출마와 임성규-신승철 후보조의 사퇴로 빛을 바랬고 이전과 같은 정파 구도 속에서 임원 선출을 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후보 사퇴가 한편으로는 무책임할 수 있다는 괴로움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상태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선거로 진행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경자 후보는 "산별대표자들이 뒤에 물러서 있을 때가 아니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도 산별대표자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손 후보는 "구체적인 방법은 산별이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한 산별대표자들의 입장 발표나 지금 선거 구도는 문제가 있으니 다른 방식을 찾든 해야 한다"며 "뒤에서 지켜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산별대표자들이 다시 선거에 개입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산별의 입장 표명? 어떤 것이든 선거 개입"
산별대표자들은 이런 주문에 일단 고개를 젓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임성규 위원장의 재출마를 강력히 권유했던 한 산별대표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산별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미 선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산별대표자들이 무엇이든 의견을 내는 것은 선거 개입이라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두 후보의 통합을 촉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산별대표자들의 결정이 현 위원장의 중도 사퇴라는 사태까지 이어진 데 대해서 그는 "불출마 선언이라는 대중과의 약속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도 잘못했지만 정파의 벽은 너무나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극적 단일화'? 가능성은 '제로'…최악의 경우 선거 무산
3명의 후보 사퇴에 대해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비판적 시선이 강한 것도 현재로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3명의 후보 사퇴는 선거를 어렵게 하는 것 외에 특별한 대안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 마디로 '대체 어쩌자는 거냐'는 말이다.
이미 허영구 후보조의 경우 선거 등록 이전부터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만큼, 남은 두 후보조가 극적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이어질 경우 현장과 대의원들의 회의만 깊어질 뿐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28일로 예정된 대의원대회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현재의 후보조를 놓고 다시 투표를 벌이게 된다. 지금 선거판이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 무산이다. 일종의 '무효표 만들기'가 암묵적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경우, 1차 투표의 다득점자를 놓고 다시 치러지는 2차 찬반투표에서도 찬성률이 50% 미만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선거는 차기 임원을 뽑지 못하고 무산된다.
이들의 사퇴로 현 집행부 가운데 다시 6기 임원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정의헌 후보(수석부위원장)와 배강욱 후보(부위원장) 2명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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