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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 연대'를 넘어서 '공정국가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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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MB 연대'를 넘어서 '공정국가 연대'로

[기고] 선거연합,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정치지형에서 상수(常數)일 뿐 아니라 절대강자다.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거의 모든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는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한국사회 주류(main stream)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한나라당이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물적 자원과 상징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의 전폭적인 지원을 일상 혹은 비상(선거)시에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이들의 충성심은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사회 주류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다, 좀처럼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열광적 지지자들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은 성장주의, 시장주의, 자유주의, 반공주의 같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치들까지 선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을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배시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선거연합이 필요한 이유

이처럼 강력한 한나라당을 상대로 진보, 개혁 진영이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보,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을 단일한 대오로 결속시키는 것 뿐이다. 선거에서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은 민주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의 '개혁정당'과 민주노동당 및 진보신당 등의 '진보정당'에 시민사회진영까지 포함한 선거연합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야권과 시민사회진영 전체의 선거연합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개혁정당'과 '진보정당', 시민사회 진영이 최소 수준에서 동의할 수 있는 국가발전모델을 산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재디자인할 청사진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 전체가 큰 틀의 합의를 이뤄야 선거연합을 위한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반MB(이명박)' 및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앙상한 구호만을 매개로 해서는 야권과 시민사회 전체의 선거연합이 성사될 수도 없고, 설혹 선거연합이 이루어진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반MB'는 현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겠다는 노림수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에서, '신자유주의 반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격과 내용 규정이 상이하며 따라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평가도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야권과 시민사회 전체를 규합할 수 있는 깃발로 기능할 수는 없다고 여겨진다.

백보를 양보해서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이 '반MB' 및 '신자유주의 반대'를 공통분모로 해서 선거연합을 꾀한다고 해도 진보, 개혁성향의 유권자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지는 의문이다. 물론 진보, 개혁성향의 유권자들이 현 정권에 대해 강한 혐오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정책패키지, 예컨대 세계화, 민영화, 자유무역, 노동의 유연성 강화, 규제 완화, 작은 정부, 복지축소, 감세 등 상당 부분에 대해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MB' 및 '신자유주의 반대'는 정서적 반감을 질료로 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반MB' 및 '신자유주의 반대'에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밑그림이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국가발전모델의 제시 없이 MB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만으로 진보,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과거의 선거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반MB' 및 '신자유주의 반대'를 매개로 한 선거연합은 선거전략상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권 및 시민사회 진영이 '반MB' 및 '신자유주의 반대'를 공통분모로 해 선거연합을 하고 이를 토대로 기적적으로 집권을 한들 한국사회를 개혁할 청사진이 없는 상태에서는 좌충우돌하다가 수구세력에게 압도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이런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결국 '반MB' 및 '신자유주의 반대'를 매개로 한 선거연합을 통해서는 정권을 탈환할 수도 없고, 탈환한 정권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지금보다 낫게 만들 수도 없다.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 혹은 체제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원칙과 정책들의 최소공약수는?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할 국가발전모델 혹은 체제대안은 이념을 초월해 상식이 있는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보편성, 손에 잡힐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 추구하는 가치와 그 가치에서 도출된 정책들 간의 정합성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할 국가발전모델 혹은 체제대안은 역동성, 안정성, 효율성, 형평성 등의 일견 상호 대립하는 것 같은 가치들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체제대안은 한국경제와 사회가 처한 특수성에 주목해 현 단계에서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대다수 구성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들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어떤 순서대로 해소할지에 대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해답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통일한국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가치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열쇳말이 공정성(fairness)이며 공정성을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생각하는 국가를 공정국가(fair state)라 칭하면 어떨까 한다. 공정국가는 출발의 평등과 반칙 없는 경쟁,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결과의 승인을 중요한 가치로 삼으며, 승자 재신임과 패자 부활전을 법과 제도로 보장하는 국가이다.

공정국가적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은 부동산 및 주식 등의 불로소득이 창궐하고, 교육ㆍ의료ㆍ금융ㆍ사회적 안전망 등의 측면에서 기회균등이 전혀 보장되지 않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불공정경쟁이 일반화된 사회다. 2010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구성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존재들은 '자본'이나 '신자유주의', '시장' 따위가 아니고 사회 전반에 만연된 '반칙'과 '특권'이다. 따라서 공정국가는 사회 전체에 일반화된 '반칙'과 '특권'을 해체하고 공정성을 복원해 효율과 형평,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들을 구현하고자 한다.

공정국가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3가지 원칙과 이 원칙들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패키지들을 가지고 있다. 3가지 원칙은 불로소득 근절의 원칙, 기회균등의 원칙, 자유경쟁의 원칙이다. 불로소득 근절의 원칙은 조세제도, 기회균등의 원칙은 사회제도, 자유경쟁의 원칙은 경제제도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불로소득 근절의 원칙은 불로소득은 근절하고 노력소득은 권장하는 조세제도의 원칙을 의미하는데, 사회적 폐단만 있는 토지 불로소득은 패키지형 세제개혁 및 토지공공임대제를 통해 완전히 근절하고 악성정도가 낮은 주식 불로소득은 자본이득세 신설 등을 통해 적정한 수준에서 환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재정운용의 왜곡, 토건형 산업구조의 고착화, 각종 부정부패의 온상 역할, 경제위기의 초래 등 경제와 사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친다. 주식불로소득 또한 주주이익 중심의 경영을 야기해 저투자와 비정규직 양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으며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같은 토지불로소득 및 주식 불로소득을 근절 내지 환수한다면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자못 심대할 것이다.

기회균등의 원칙은 지속적인 출발의 평등을 담보하기 위한 사회정책으로서 교육균등, 의료균등, 금융균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사회적 안전망(사회적 일자리 창출 포함) 등을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채택한다. 국가가 교육ㆍ의료ㆍ금융균등 등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평등한 출발을 보장하는 한편 각종 사회적 안전망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튼실히 구축해 일시적 낙오자들을 돌보는 동시에 항상적인 패자부활전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 원칙의 취지다.

자유경쟁의 원칙은 재벌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착취관계 근절, 신규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배려(법률 및 경영인프라 구축, 신용공여 등), 소속이 아니라 숙련에 따른 임금체계(비정규직 차별 철폐)마련 등의 정책수단들을 통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제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눈 밝은 독자들은 간파했겠지만 위에서 열거한 3가지 원칙은 '공정성'을 공통분모로 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예컨대 불로소득을 근절하면 창업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이 생산적 투자에 집중하게 돼 생산과 고용, 소비가 늘어 국민경제가 살찔 뿐 아니라 자유경쟁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환수한 불로소득을 기회균등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회균등의 원칙 가운데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 안전망 구축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기업들이 노동의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고 이는 자유경쟁의 원칙을 충족시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공정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3가지 원칙 안에는 건강한 시장경제, 복지국가, 법치주의 등의 이상과 가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기존의 좌파가 추구하던 평등ㆍ형평ㆍ분배 등의 가치와 우파가 추구하던 자유ㆍ효율ㆍ성장 등의 가치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물론 공정국가는 아직 완성태도 아니고 완전무결한 체제대안이나 국가발전모델도 아니다. 그러나 기존의 좌파와 우파가 지향하던 가치들을 발전적으로 지양하고 있다는 점,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착목하고 있다는 점, 총체적이고 수미일관된 철학과 원칙 및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지 않나 싶다. 출발이 평등하고 경쟁이 공정하며 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존중되는 국가, 일회적인 경쟁의 결과가 사회적 신분을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승자에 대한 재신임과 패자에 대한 부활전이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돼 자유로운 신분이동이 가능한 국가, 반칙과 특권이 폐절되고 노력과 기여에 의해 평가받는 국가, 자본과 노동이 상생할 수 있는 국가, 대한민국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향유하도록 보장받고, 자신의 노력과 성취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국가, 그런 국가라면 개혁정당과 진보정당, 시민사회진영이 동의할 수 있는 체제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모쪼록 공정국가 모델을 비롯한 체제대안들에 대한 논의가 진보, 개혁 진영에서 활발히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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