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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대연합이 '정세균 대권연합'인가?"

[국민모임 토론회] "민주당 이대로는 안 된다"

"MB정권은 진화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오히려 '퇴화'하고 있다. (…) 민주당은 당장 눈앞의 이익 밖에 볼 줄 모르는 '삼류 장돌뱅이 장사꾼'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 현재의 패권주의적 민주당, 패권주의적 정세균 체제를 전제로 한 민주대연합은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른 세력을 들러리 세우는 '민주당연합', 아니 정세균의 대권욕에 진보개혁세력을 들러리 세우는 '정세균 대권연합'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을 들어도 별 할 말이 없게 되어 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14일 민주당 비주류 모임인 '국민모임'이 주최한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민주당과 정세균 대표 체제에 매운 비판을 가했다. 손 교수는 진보적 입장을 견지해 온 대표적인 정치학자다.

손 교수는 발제문에서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자기성찰 부족"을 지적하며 "뉴민주당 플랜이라는 정반대의 혁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엉뚱한 성찰, 엉뚱한 혁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민주당의 '우경화 노선'을 벤치마킹 한 뉴민주당 플랜을 버리고 "당의 노선을 진보 쪽으로 한클릭 이동해 좌경화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이어 지난해 10.26 안산 재보선의 야권단일화 실패 사례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기회 있을 때마다 반MB 민주대연합을 주장하지만 민주대연합은 사실상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며 "반MB 대연합 살해의 주범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또한 "반한나라당 민주대연합을 만들어내기 위한 선행조건은 민주당의 좌경화와 탈패권주의화"라며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 민주대연합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민주당의 나갈 길과 관련해 △발본적 자기반성과 혁신 △정동영 의원 복당 문제 등 내부 문제 해결 △기득권 포기 및 탈패권주의화 △진보정당과의 선거연합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와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주문했다.

아울러 "투지와 전략부재를 드러낸 현재의 정책 결정과 집행 시스템을 개혁하고 지방단체장에서 경쟁력 있는 전국적인 새세대 지도자를 양성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호철 교수의 발제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1. 들어가며

대학시절 운동권 후배였던 민주당의 한 의원이 전화를 했다. 민주당의 발전을 위해 '국민모임'이라는 민주당의원들의 모임에 와서 쓴 소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승낙을 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연락이 왔다. 비판을 하되 '반(反)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에 애정을 가진 입장'에서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부탁을 말든가, 부탁을 해놓고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압력을 넣는 것'이 화가 나, 청을 거절할까 생각해 봤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민주당이 얼마 전에도 발제를 부탁해놓고 뒤로 똑같은 부탁을 한 '전과'가 이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발전을 위해,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개인적인 화를 풀고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반민주당'인가, 아니면 '애정 있는 비판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둘 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해, 민주당이 현재의 민주당이라면 나는 반민주당에 가깝다. 그러나 그 역사성과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애정 있는 비판자이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민주당보다 좌 쪽에 서 있으며 진보적(progressive)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정당과 같은 진보(progressive) 정당이 아니라 미국의 민주당과 비슷한 자유주의적 개혁정당, 즉 리버럴(liberal)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 차이와 상관없이 민주당은 냉전적 보수세력이 지배해온 한국정치에서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해 왔고, 특히 현 국면에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정부에 대항하는 반MB진영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발전이 한국정치의 발전에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며, 이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 민주당의 모습에 대해서는 민주당에 적극 반대하는 '반민주당'에 가깝다.

사실 오늘 발제를 맡은 것도 민주당에 대한 애정에서 나의 쓴 소리가 민주당의 혁신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 민주당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새로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 모임'이 나에게 쓴 소리를 부탁한 것을 보고 민주당이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도 있다. 그것은 '국민 모임'과 달리, 쓴 소리에 대한 현 지도부의 편협하고 자폐적인 태도이다. 지난해 말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의 반MB연합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에 대한 쓴 소리가 쏟아졌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의 대표로 참석한 핵심당직자는 "외부적으로 쓴 소리를 하는 것은 한나라당에 맞서는 주축 세력(민주당)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수혜자는 한나라당 정권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도 반박을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민주당 비판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이적행위'라는 것이다.

이 소리를 듣고 정말 민주당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자폐적 사고를 가지고 어떻게 민주당 혁신이 이루어지겠는가? 나는 위의 당직자와 정반대로 생각한다. 이 당직자가 보여준 자폐적 사고야 말로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이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외부적이건 내부적이건 쓴 소리를 가로막는 것은 한나라당에 맞서는 주축 세력의 혁신을 가로막아 그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그 수혜자는 한나라당 정권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부적 비판은 괜찮지만 외부적 비판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번 비판을 필요하다면 비공개로 하는 것을 양해해줄 수 있다고 제의한 바 있다).

2. 정세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뉴시스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 이탈리아의 위대한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위기'를 이처럼 정의한 바 있다. 그렇다. 현재는 위기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세계 금융위기가 잘 보여주듯이 낡은 신자유주의는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고 있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70-80년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반독재 민주화정치는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 민주화운동진영의 새로운 정치는 아직 태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의 정세는 엄중하다. 첫째, MB정권의 공세이다. 다양한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공세, 감세로 상징되는 '우파신자유주의' 정책(김대중, 노무현정부의 '좌파신자유주의' 정책과 연속성과 단절성을 동시에 갖는), 군사독재시절의 냉전적 대북관계로의 후퇴, '4대강 죽이기'의 반생태주의가 그러하다.

둘째,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의 죽음이다. 민주화운동진영의 상징이었던 두 대통령의 죽음, 특히 노전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은 민주화운동에 많은 상실감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이 대표하던 민주당, 친노세력 등 자유주의세력은 구심점을 상실했다.

셋째, MB정권의 친서민행보와 정운찬 총리임명, 그리고 이에 따라 한 때 50%를 넘어선 MB의 지지율 상승이다. 촛불시위로 지지율이 바닥을 기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정에 대한 장악력을 회복했다. 물론 세종시문제 등으로 이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진보개혁세력이 잘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과대평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MB가 너무 국정에 자신을 갖고 세종시 수정 등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와 관련, 경계해야 할 것은 MB의 친서민행보를 단순히 '사기'로 치부하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안일한 대응이다. 물론 이명박정부의 중도실용이라는 것이 표피적인 것이 불과하다. 그러나 서거정국이후 분명히 MB정권 내에서 이상득과 TK를 중심으로 한 공안세력으로부터 박형준과 수도권의 중도개혁세력으로의 권력이동이 일어났고(정운찬의 총리지명도 이 같은 변화의 결과이다) 지배전략에도 일정한 변화가 생겼다. 다시 말해, 이명박정부는 다음과 같은 3기로 나누어 분석해야 한다.

1) 제 1기(수세기, 2008년 2월-2008년 8월)
정권초기에 진로를 모색하던 중 촛불시위로 위기에 휘청거린 시기이다.

2) 제 2기(공세기, 2008년 8월-2009년 여름 서거정국)
촛불시위가 가라앉으면서 2008년 이명박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를 계기로 제 2기로 들어가 정권을 위협하는 촛불시위의 배후를 색출하려는 공안국가(신자유주의적 공안국가)로 나아갔다면. 그 결과가 촛불은 무슨 돈으로 샀는지 조사하라는 이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박연차게이트와 이로 인한 노무현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다.

3) 제 3기(안정기, 2009년 여름- 현재)
이 같은 공안공세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서거정국이후 제 3기인 친서민을 내세운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우파 신자유주의적 포퓰리즘')으로 전환한 것이다. 물론 김제동, 손석희 방송중단으로 상징되는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제 2기의 전면적 탄압과 달리 교묘한 '저강도전쟁'으로 진화했다.

넷째, 이 같은 MB정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김대중 전대통령에 기댄 유훈통치에 의존하면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반MB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낡은 대동단결론이나 펼치고 있는 민주당의 낡은 행태이다(아래 참조). 다시 말해, MB정권은 진화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오히려 '퇴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대연합에 나서라고 김전대통령의 충고와도 상충되는 것이다.

다섯째, 설상가상으로 노무현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계승하려는(좋게 이야기하면), 아니면 이용해 보려는(나쁘게 이야기하면) 친노신당(국민참여당)의 출현가능성이다. 한마디로, 가뜩이나 약체가 되어 버린 자유주의세력의 분열이다.

여섯째,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의 '죽 쑤기'다. 민주노동당은 분당사태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자기성찰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진보신당은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그리고 다른 정당들과 무엇이 다른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회당도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고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준비위(사노준)은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곱째, 정치권을 넘어서 시민사회 수준에서의 진보, 개혁세력의 침체와 뉴라이트와 같은 냉전적 보수세력의 약진이다. 민주노총은 혁신을 하지 못한 채 나락에 빠져있고 진보단체들, 시민단체들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뉴라이트 단체들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의 냉전적 보수세력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헝그리정신을 잃지 않고 진보단체, 시민단체보다 뛰어난 전투성과 기획력을 가지고 공격적 캠페인을 펴 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자유주의적인 개혁세력도, 진보세력도 위기이다. 게다가 이 같은 상황에서 2010년 지자체(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의 계절'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의 정세는 객관적 조건과 각 세력들의 전략적 선택의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자기혁신은 향후 한국사회의 발전, 한국정치의 발전에 핵심적인 변수이다. 이 같은 전제하에서 현재 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애정 있는, 그러나 성역 없는 비판을 가해보고자 한다.



3. 자기 성찰의 부족

내가 속한 모임 중에 71동지회라는 모임이 있다. 71년 위수령으로 제적당했던 학생운동 동지들의 모임으로 김근태 전 열린 우리당 대표, 원혜영 의원 등이 참가하고 있는데 2005년 송년모임에서 '한국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발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발제에서 나는 민주화운동세력이 연이은 집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되는 등 민주화운동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이유는 1) 김전대통령의 아들들이 줄줄이 연루된 '홍삼게이트'로 상징되는 민주화운동 세력의 도덕성의 몰락, 2) 다수 의석을 갖고도 국보법 폐지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집값 잡을 터니 집 사지 말라"고 큰 소리를 쳐놓고 집값을 두 배로 올린 '무능'(게다가 자기들은 강남에 집을 산 대국민 '사기행각'), 3)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에 대해 "대통령은 21세기인데 국민들이 19세기라 그렇다"고 대응하는 독선과 오만, 4) 자기가 속한 진보정당 간부의 성향을 분석해 북한에 보고하는가 하면 북한 핵이 자위권이니 운운함으로써 '반핵과 인권'을 민주진영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냉전적 보수세력의 담론으로 만들어준 일부 운동권의 오류, 5)마지막으로 '사상 최악'의 양극화를 가져온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자기성찰과 혁신이 없는 한 2007년 총선과 2008년 총선에서 민주화진영은 참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의 예언은 불행히도 그대로 적중했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의 민주당과 진보개혁진영의 패배는 처참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패배보다 처참한 것, 한심한 것은 그 같은 처참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왜 이 같은 패배를 당했으며 다시 민심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혁신의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있었는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패배 후 한나라당은 어떠했나? 모두들 기억하겠지만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이사를 가고 뼈를 깎는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차떼기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지지를 받고 07년 대선과 08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의 10분의 1이라도 자기반성을 하고 혁신하려는 노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01년 김대중정부는 홍삼게이트로 상징되는 각종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민주세력의 정권재창출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낡은 3김정치를 혁파한 국민경선제의 도입과 노무현 바람은 불가능할 것 같은 정권재창출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이처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의 알파이고 오메가이다. 국민경선제의 바람과 같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혁신이 없을 때 민주당의 부활과 정권재탈환은 요원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이 같은 태도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노무현전대통령의 진정성과 자기성찰이다. 노전대통령은 최근 출간된 『진보의 미래』에 실린 육성인터뷰에서 "우리가 진짜 무너진 건, 그 핵심은 노동의 유연성을,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이며 "나는 분배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정부라고 몰매만 맞은 불행한 대통령"이라는 뼈아픈 자기반성과 성찰을 보여줬다. 그러나 민주당의 자기성찰은 노전대통령의 성찰에 10분의 1도 못 미치는 것 같다.

이와 관련, 안타까운 것은 비극적인 노무현 죽음, 그리고 역사적인 지난 해 촛불시위가 사실은 민주당의 자기성찰의 실종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 봄, 대선과 총선 패배와 관련해, 민주당은 뼈를 깎는 혁명적인 자기혁신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때 터진 것이 촛불이다. 민주당은 신이 나 이에 편승했다. 2008년 여름, 촛불이 끝나고 MB의 공세가 시작됐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던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그 때 노전대통령이 몸을 던졌다. 이에 따라 추모정국이 이어졌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민주당이 앞지르는 사태가 생겨났다. 노전대통령이 몸을 던져 민주당을 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자기성찰 없이 지지율을 회복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민주당의 자기 성찰 기회를 다시 한 번 빼앗아 가고 만 셈이 됐다. 다시 말해,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에 보약이 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독이 되고 있다.

4. 엉뚱한 성찰: 양극화와 분배정당?

아니 민주당의 문제는 자기성찰이 없고 혁신 노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혁신 노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엉뚱한 '정반대의 혁신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 민주당 플랜'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물론 뉴 민주당 플랜이라는 것이 언론의 보도를 보면 애매모호하고 확정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 핵심내용은 참여정부와 민주화세력이 "공정한 분배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았다"며 과거보다 성장을 강조하는 '우경화'를 하는 것인 것 같다.

이는 문제를 정반대로 진단한 '엉뚱한 성찰'과 '엉뚱한 혁신'이다. 물론 07년 대선과 08년 총선에서 국민들은 "무능이 부패보다 낫다"며,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국보법 폐지며 민주주의냐"며 한나라당을 찍었다. 그러나 그 무능의 핵심, 경제실패의 핵심은 성장의 실패가 아니라 분배의 실패였다.

노전대통령이 임기 초기 경제가 엉망이고 위기라는 조중동의 비판, 여론에 대해 성장률을 내보이고 기업의 수익이 사상 최고라는 점을 예를 들어 경제는 좋으며 위기는 조중동의 흠집 내기일 뿐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맞다. 성장률, 기업 수익률은 좋았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양극화였는데 이를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이를 인식하고 노전대통령은 이 문제를 부각시키며 해법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아래 표가 보여주듯이 성장이라는 면에서 민주세력은 무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7% 성장(747)이라는 MB의 선거공약이 사기일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양극화이다. 김대중, 노무현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자임했지만 경제실정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김영삼, 노태우는 말할 것도 없고 전두환, 박정희보다도 양극화를 심화시킨 가장 '반서민적 정권'이다!(다행히, 그리고 고맙게도, 가장 반서민적 정권이라는 오명은 이명박정부가 김대중, 노무현정부보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 고마운 MB다).

표1. 경제성장의 역사적 추세(연 평균 경제성장율)

김영삼 정권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
4.8%(7.1%)4.4%(7.2%) 4.6% 2.5%(2008)

** 괄호안은 환란으로 경제 성장률이 -6.9%를 기록한 1998년을 포함내지 배제시

표 2. 분배의 역사적 추세(지니계수)

▲ ⓒ프레시안

민주당이 강조하는 중산층만 해도 그러하다. 중산층은 민주당의 집권기간인 1997년에서 2006년 사이에 61.1%에서 53.4%로 7.7% 줄어들었다. 그리고 53.4%는 OECD 평균에 비해 20% 정도 낮은 수치이다. 반면에 하류층은 34.6%에서 45.2%로 10.6%나 늘어났다.

다시 말해, 김대중, 노무현정부를 점수를 준다면 1) 남북관계: A, 2) 정치적 민주주의: C(국보법 폐지 실패 등 민주주의 전진은 의외로 그리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3) 경제1 (성장): B, 4) 경제2 (민생, 양극화): D나 F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분배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았다"니, 정말 엉뚱한 자기성찰이다(허긴 내로라하는 학자들조차 아직도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국민소득, 국내총생산, 수출액, 경상수지, 종합주가지수 등 중요한 경제지표에서 훌륭한 실적을 올렸는데도 '경제를 망쳤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을 이 정부 관계자들은 억울해 한다. 완벽성을 바라기 때문에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 의식이 이 오해의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며 비판의 핵심이 성장이나 경제일반이 아니라 분배라는 것을 모르고 국민들 원망이나 하고 있으니 민주당이 헛 다리를 집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이와 관련, 집고 넘어갈 문제가 두 개가 있다. 우선 2007년 대선전략이다. 대선에서 MB는 경제대통령을 들고 나왔다. 민생파탄에 대한 민심을 겨냥한 정확한 전략이었다. 이에 대한 올바른 대응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처럼 재벌을 위한 '가짜 경제대통령'에 대비되는 서민을 위한 '진짜 경제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정동영후보는 엉뚱하게도 '개성동영', '통일대통령'을 들고 나왔다. 그러다가 선거 막판에 가서야 경제적 양극화와 민생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했었다고 자기고백과 사과를 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2002년 대선이다. 02년 대선에서 '2030'과 '5060'의 세대갈등이 새롭게 부상했다. 2030은 이회창을 34% 찍은 반면 노무현전대통령을 무려 59%나 찍었다. 재미있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 이들이 사회경제문제 등에서 5060보다 진보적이지 않은데 북한과 미국문제에 있어서는 5060보다 진보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2030은 '탈냉전적'이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보고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의 최대의 적은 시간이며 앞으로 한나라당은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탈냉전적인 젊은이들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같은 전국적 선거에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2006년을 지나면서 대학생과 20대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대선에서 2030은 다수가 정동영이 아니라 이명박을 찍었다. 한국선거학회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30중 정동영을 찍었다는 사람은 19%에 불과하고 이명박을 찍었다는 사람은 48%에 달했다. 세대갈등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그 이유는 결국 민생, 특히 청년실업과 부동산값 폭등이었다. 청년실업과 부동산값 폭등에 2030이 복수를 한 것이다.

아래 표 3은 그간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97년 대선의 경우 저소득층일수록 김대중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답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의 경우 저소득층일수록 정동영후보가 아니라 이명박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답하고 있다. 서민들의 복수이다.

표 3. 계층별 투표 비교

▲한국선거학회,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자료

김헌태 한국여론조사연구소 전소장이 최근 출간한 󰡔분노한 대중의 사회󰡕에서 잘 지적했듯이 "민주화 엘리트들이 사회경제적 현안을 방치하면서 대중이 배신감을 느끼고 2006년부터 여론 흐름에 급격한 반동이 일어났"고 민주화세력에 대한 그 같은 '대중의 복수'가 2007년과 2008년 선거였다는 점을 민주당은 잊고 있다. 이제는 전설이 된 클린턴의 2002년 미국 대선 구호를 빌린다면, "멍청하긴, 문제는 (성장이 아니라) 분배야!"이다.

뉴민주당 플랜은 기본적으로 1980년대 신자유주의적인 레이건혁명에 의해 민주당이 연패를 한 뒤 복지위주의 뉴딜정당을 탈피하기 위한, 보수적인 남부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Democratic Leadership Council의 우경화노선, 즉 '신민주당 노선'이라는 '클린턴 노선'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현재 한국의 상황과 너무도 다르다. 과거 미국의 민주당이 복지정당이었다면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민주당은 '양극화정당', '반서민정당'이었다. 따라서 클린턴 노선은 현재의 민주당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클린턴노선에 의해 우경화했던 민주당을 다시 진보적 방향으로 끌고 가 승리한 '오바마 노선'이 더 유효하다면 유효할 것이다. (사실 부시가 승리한 2000년 대선에서도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엘리트적이고 딱딱한 스타일과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당내 진보적 선거전문가인 스텐리 그린버그를 영입해 신민주당노선을 버리고 진보적 노선을 채택, 부시와 차별화를 시도한 뒤 인기를 회복해 유권자투표에서는 부시를 누를 수 있었다).

5. 민주대연합? 민주당연합? 정세균 대권연합?

민주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MB 민주대연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결과 민주대연합은 사실상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진보진영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한미FTA 본부장을 국회의원후보로 공천한 부평을 선거가 그러하고 쌍용차 사태가 그러하다. 그리고 의원직사퇴서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는 배수진을 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를 시킨 뒤에야 의원직 사퇴라는 쇼를 한 미디어법 처리가 그러하다(아래 참조).

아니 진짜 결정적인 증거는 10.26 재보궐선거의 안산이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공동으로 임종인전의원을 반MB민주후보로 추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후보를, 특히 노무현 탄핵주동자를 공천했다. 나아가 민주노동당이 대승적 입장에서 민주당이 안산을 양보할 경우 민주당이 접전을 벌리고 있는 양산의 민주노동당 후보를 반MB 민주대연합차원에서 사퇴시키겠다는 대단한 양보 제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했다.

그 결과 박희태 한나라당전대표를 영남에서 패배시켜 MB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양산에서 박희태후보가 38.13%를 얻었고 민주당의 송인배후보가 34.05%, 민주노동당후보가 3.51%를 얻었다. 물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37.56%이지만 후보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민주당과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매우 우호적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조차도 민주당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양산에서도 이겼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져놓고도 "지난 10.28 재보선 결과 승리했다고 희희낙락하는 민주당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다시 말해, 반MB 대연합은 이미 죽었고 이 같은 살해의 주범은 바로 민주당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전병헌 의원은 지난 연말 민주대연합에 관한 한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10월 재보선에서 양산에서는 졌지만 선전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대단히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재보선에서 왜 통합에 실패 했는지 비판을 많이 하는데, 선거는 실질적이고 공학적인 문제다. 실패에 대한 진단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민주당이 큰형님이니까 통 크게 양보하라 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한 지적이다. 정치집단은 신앙심으로 뭉쳐진 희생과 헌신의 심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정확한 진단이 나와 해결책을 세울 수 있다".

물론 전의원의 지적대로 정치집단은 희생과 헌신으로 모인 봉사단체도, 신앙심으로 뭉친 종교단체도 아니다. 그러나 안산을 양보하라는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는 단순히 민주당이 맏형으로 희생하고 헌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당이 안산이라는 작은 전리품을 양보하고 양산과 박희태라는 큰 전리품을 챙기라는, 나아가 내년 지자체 선거 등에서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와 협력이라는 더 큰 전리품을 챙기라는 현실적인 제안이었다(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이 얻은 12% 대의 지지, 10.28 재보궐선거에서 임종인전의원이 안산에서 얻은 15% 대의 지지, 여러 조사에서 노회찬 진보신당대표와 심상정 전의원이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로 보여주고 있는 10-15% 대의 지지를 민주당이 이번의 신뢰상실과 민주대연합 파기로 내년 지자체(지방)선거 등 결정적인 국면에 자신들의 지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은 눈앞의 작은 성과에 눈이 멀어 더 큰 것들을 잃고 말았다. 쉽게 말해, 정치가 희생이나 헌신과 거리가 멀고 냉철한 이해득실의 계산에 기초한 '비지니스'라고 치더라도, 민주당은 당장 눈앞의 이익 밖에 볼 줄 모르는 '삼류 장돌뱅이 장사꾼'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아니 안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정동영의원은 또 어떠한가? 대통령후보까지 지낸 정동영의원이 고향인 전주에 내려가 출마한 것은 문제가 많다. 그러나 툭하면 전략공천이라며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낙하산식 밀실공천을 남발하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또 현실적으로 민주당 관련 정치인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고(물론 유시민전의원이 야권에서는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유전의원은 민주당 입당을 하지 않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MB민주대연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동영의원을 민주당에 복귀시키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는 정세균대표가 말로는 민주대연합을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자신이 DJ를 이어 호남의 영주가 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정의원의 민주당 복귀를 가로막고 있는 '소인배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다시 말해, 이는 자신들을 비판한다고 비판학자들의 강의마저 빼앗는 MB의 '밴댕이 정권'에 버금가는 속 좁은 '밴댕이 정치'로 "정동영의원이 들어와 당이 강해지고 내 입지가 약해지느니, 당이 약해도 내가 강해지는 것이 낫다"는 전형적인 정략적인 사고이다. 특히 김대중 전대통령의 죽음은 그간의 갈등을 넘어 정의원을 포용하고 복당시킬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였는가?

결국 현재의 패권주의적 민주당, 패권주의적 정세균체제를 전제로 한 민주대연합은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른 세력을 들러리 세우는 '민주당연합', 아니 정세균의 대권욕에 진보개혁세력을 들러리 세우는 '정세균 대권연합'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을 들어도 별 할 말이 없게 되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6. 한나라당 반만 해라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탄핵덕분에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게다가 같은 자유주의세력인 민주당이 있고 10석의 의석으로 원내 진출한 민주노동당이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의석에 기초해 노무현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혁 등 개혁입법을 추진했을 때, 손뼉을 치며 이제 노무현정부가 역사적인 성과를 이루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와 열린 우리당은 전략부재 등 무능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유능했고 투지가 넘쳤다. 그 결과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 건너갔고 어렵게 통과시킨 사립학교법 개혁안 역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에 비교할 때 민주당은 무능하고 투지도 없다. 물론 MB 악법의 강행처리를 저지한 지난 연말의 '찬란한 투쟁'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것이었고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못 했다. 일관된 목표와 전략이 없이 정세와 여론에 떠밀려 냉탕, 온탕을 오가는 널뛰기만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극적으로 폭발한 것이 지난 연말 있었던 '추미애 파동'이다. 추미애 파동은 우발적 돌출사건을 넘어서 일관된 목표와 전략이 없이 널뛰기해온 현 지도노선(그리고 어정쩡한 노동정책)의 필연적 귀결이다. 다시 말해, 그동안 민주당이 일관된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정국에 대응해 왔다면 이 같은 촌극은 최소한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미애 파동은 말하기도 낯 뜨거운 '자해소동'이고 민주당의 반MB투쟁과 관련해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사안은 미디어법이다. 진보개혁진영이 의석수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미디어법과 같은 MB악법을 저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진정으로 의원직을 버릴 각오를 하고 의원직 총사퇴를 무기로 배수진을 치고 싸우는 것이었다.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한 뒤 모든 의원이 당대표나 원내대표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고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이 같은 사퇴서를 들고 나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협상을 벌렸어야 했다. 그리고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발표가 났을 때 당대표가 이 같은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 압박했어야 했다.

사실 민주당은 의원직 총사퇴 결의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원총회에서 신중론이 상당히 강하게 제기되어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총사퇴도 불사한다"는 어정쩡한 결의에 머물고 말았다. 그 결과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한 뒤 모든 의원이 당대표나 원내대표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고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이 같은 사퇴서를 들고 나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협상을 벌리지 못 했다. 그리고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발표가 났을 때 당대표가 이 같은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 압박하지도 못했다. 대신 법안이 날치기 통과된 뒤에야 뒤늦게 항의의 뜻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정세균 대표에게 제출하는 대 국민용 쇼를 했다(생 쇼를 해라. 생 쇼를!). 그리고 그 같은 의원직 사퇴서 제출 쇼도 10.18 재보궐 선거 승리 후 의원직 사퇴를 철회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10. 28 재보궐 선거 승리와 미디어법 항의 의원직 사퇴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알다가도 모를 결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의 주요 결정과 집행을 보면 과연 이 당이 국가대계를 맡길만한 수권능력을 갖춘 제 1야당인가 의심스럽게 한다. 지난 10.28 재보궐 선거 전략이 그러하다. 정세균 대표체제의 재보궐선거 전략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손학규, 김근태 전 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연고도 없는 지역에 낙하산식으로 전략 공천해 '거물론'으로 이겨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손학규 전 의원의 수원 장안 공천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중에 가망이 없자 당을 옮겨 가뜩이나 철새정치인이라는 낙인을 평생 뒤집어쓰고 살아야 하는 손 전 의원이 또 다시 지역구를 옮겼다간 '철새전문'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 같아 "반성이 덜 끝났다"며 출마를 거부했다. 결국 당 지도부는 "닭 쫓던 개 하늘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김근태 전 의원 차출론도 힘을 잃고 말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정 대표가 사전에 손 전 의원에게 전화를 하거나 손 전의원을 찾아가 물어보고 설득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왜 언론에 흘리고 보도가 다 나간 뒤 뒤늦게 손 전 의원이 거부를 하도록 해 당의 스타일만 구기게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정 대표가 손 전 의원을 차기 대권후보로 키워주기 위해 손 전 의원이 "반성이 덜 끝났다"며 출마를 거부하는 대국민적 쇼를 할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고도의 배려를 한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자살골이다.

사실 민주당은 이 같은 자살골에도 불구하고 수원에서 승리하는 등 10.28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기고만장해 있다. 그러나 이 선거의 결과는 99년 이후 10년간 지속되어온, 견제심리에 의한 재보궐 선거에서의 야당 승리의 경향이 그대로 반복된 것에 다름 아니다. 아니 오히려 2002년 8.8 재보궐 선거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일부 선거구(2개 선거구)에서나마 승리해 당선자를 배출했다는 점을 주목하면, 오히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이라고 보아야 맞다.

물론 양산선거에서 간신히 승리한 박희태 한나라당 전대표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빛나는 승리"운운했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겸허하게 민심을 수용해야 할 한나라당이 그 같은 오만을 보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2002년 8.8 재보궐 선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두 개 선거구나 야당이 패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겸허해져야 한다.

그리고 정세균체제가 연이어 재보궐 선거 등에서 승리하면서 정대표가 운이 좋거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일부 있으나 이는 착각이다. 정동영, 천정배, 김근태 체제에서 이 같은 승리를 못 한 것은 여당시절 이었기 때문이다(물론 정동영 체제는 2004년 총선의 압승을 가져왔지만). 대신 정세균체제는 2007년 대선과 지난 해 총선으로 김대중, 노무현정부와 민주화세력에 대한 심판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여당 경제심리가 생겨난 시점에서 당대표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바로 위에서 지적했듯이 그 같은 견제심리에도 불구하고 7년 만에 처음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오히려 일부 선거구에서 패배했다.

7. 대안은 무엇인가?

앞에서 나는 민주당의 여러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살펴봤다. 그러면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민주당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박명림 교수의 좋은 발표가 있을 것이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나의 비판이 이미 대안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비판하고 있는 것의 반대로 하는 것이 내가 보기에는 대안이다.

우선 발본적인 자기반성과 혁신으로 국민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당의 노선을 진보 쪽으로 한 클릭 이동해 '좌경화'해야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발 경제위기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이미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문제는 분배이다.

통 큰 대승적 정치로 돌아가 빠른 시간 내에 정동영의원 문제 등 민주당 내부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김대중 전대통령이 지적했듯이 기득권을 버리고 탈패권주의화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대연합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10.28 재보궐선거 결과에 도취되어 '독식주의'로 나가는 것은 자멸의 길이다. 다시 말해, 오는 지자체 선거 나아가 대선과 총선에서 반한나라당 민주대연합을 만들어내기 위한 선행조건은 민주당의 '좌경화'와 '탈패권주의화'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 민주대연합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정세균대표가 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오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범야권자치연대와 '야권공동정부'를 제안한 것은 탈패권주의와 관련해 환영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주요 지자체단체장 등을 민주당이 반MB후보로 독식하고 승리할 경우 지방정부 운영에 군소야당들을 참여시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선거단계에서부터 후보배분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등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또 노선에 대해서는 뉴민주당 플랜을 반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권자들의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승자를 반복적으로 산출함으로써 대표성에 문제를 일으키는 현재의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의 선거연합, 민주대연합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사 그간의 민주당이 보여준 패권적 태도와 우경적 노선에 실망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오는 지자체(지방)선거 등에서 독자노선을 가더라도 결선투표에서는 연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도화해야 한다.

미디어 법 투쟁에서 보여준 투지 부족과 전략부재를 넘어서 투지를 갖추고 전략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지금과 같이 문제가 많은 정책결정과 집행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다른 지역이 배우고 따라가고 싶은 지방자치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내년 지방자치체 선거와 관련해, 한국의 '민주성지' 광주와 호남의 지방자치 15년이 '냉전 군사독재세력의 본거지'인 대구와 경북보다 과연 얼마나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 그리고 모범적인 지방자치를 통해 지방단체장에서 경쟁력 있는 전국적인 새 세대 지도자를 양성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부적으로 쓴 소리를 하는 것은 한나라당에 맞서는 주축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수혜자는 한나라당 정권이 될 것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충격적인 자폐증을 벗어나야 한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세균대표의 최근 저서(󰡔정치에너지󰡕)의 부제처럼 "더 진보적이고, 더 민주적이며, 더 서민적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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