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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구육'의 문제를 직시하라!

[홍성태의 '세상 읽기'] 왜 나는 반대하는가

"비빔밥은 양두구육의 음식이다"는 망언으로 구로다 가스히로 <산케이신문> 한국 지국장이 큰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모욕을 했으니 그 정도 곤욕은 당연할 것이다. 그는 다시 글을 써서 자신이 치른 곤욕과 '양두구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보도를 보니 그는 '양두구육'이라는 말이 일본에서는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인데 비해 한국에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나쁜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식으로 글을 쓴 모양이다.

그래서 과연 그런가 하고 일본 구글을 통해서 '양두구육'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많은 글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NHK 게시판에 올라온 어떤 글이 있었다. 그 내용은 환경운동을 비난하는 것이었는데, 그 글을 쓴 자는 바로 '양두구육'이라는 말로 환경운동을 심하게 비난했다. 일본에서도 '양두구육'이라는 말은 아주 심한 비난이나 욕설에 사용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구로다 가스히로는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기는커녕 엉뚱한 말을 해서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 했던 것이다. 그의 언행이야말로 대단히 '양두구육'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는 일본의 보수 세력은 조선 병합은 침략이 아니라 해방이었으며, 자신은 전쟁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이고, 정신대는 없고 자발적 창녀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세계적인 '양두구육'의 무리가 아니던가? 이 점에서는 독일의 나치 세력보다 더 악랄하고 뻔뻔스러운 것이 일본의 보수 세력이 아니던가?

'양두구육'에 대해 조금만 더 얘기해 보자. 일본 구글을 통해 검색하다가 이 말이 원래 <무문관>이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무문 해계라는 중국 남송의 승려가 1228년에 선종의 화두를 정리해서 엮은 것이다. 마침 나는 몇 해 전에 한형조 교수가 '한글 세대'를 위해 <무문관>을 평역한 책을 사두었다가 지난 해 말부터 마음공부를 위해 조금씩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 책에서 '양두구육'을 본 기억이 없어서 다시 살펴보니 여섯 번째 화두로 소개된 '세존염화'에 나오는 말이었다.

한형조 교수는 무문의 본문을 번역한 부분에서는 '양두구육'을 어쩐 일인지 빼버렸고, 자신의 설명을 붙인 부분에서 '양두구육'에 대해 슬쩍 한마디하고 있다. 그래서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본래 '양두구육'은 세존이 꽃을 들어 뜻을 전했다는 선종의 전설을 비판하기 위해 무문이 사용한 말이다. 한마디로 쉽게 깨달음을 얻은 척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구로다 가스히로가 너무나 엉뚱하게 오용해서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양두구육'이라는 말은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종의 역사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양두구육'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찬찬히 돌아보면 이 세상에는 '양두구육'의 행태가 얼마나 많은가? 저마다 자신의 계획과 주장이 최고라고 열을 올리며 제시하지만 내용을 가만히 따져보면 '양두구육'에 해당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롯한 여러 사업은 모두 '양두구육'이라는 말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프레시안(사진·조형=손문상)
지금 정부가 열렬히 강행하고 있는 여러 정책들의 경우도 '양두구육'이라는 말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정부는 '4대강 살리기'가 정말로 강을 살리는 것이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4대강 살리기'의 실체는 '4대강 죽이기'이자 '경제 죽이기'라고 지적한다. 요컨대 정부는 '4대강 살리기'가 '양두양육'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양두구육'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세종시 개선안'의 경우를 둘러싼 대립도 그렇다. 정부는 '세종시 개선안'이 나라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세종시 개선안'이 수도권을 위한 '세종시 줄이기'이자 심지어 '세종시 죽이기'이며, 재벌과 특정 대학에 대해 막대한 혈세를 퍼주는 잘못된 정책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세종시 개선안'이 한사코 '양두양육'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은 '세종시 개선안'은 분명히 '양두구육'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예는 이밖에도 많다. 정부가 '양두양육'이라고 주장하며 강행했던 '미디어 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상 위헌의 판결을 받았다.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 개선안'의 경우도 많은 전문가들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서 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큰 논란을 빚고 있는 모든 정책들에서 '양두양육'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결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정말 '양두양육'의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면, 정부는 우선 텔레비전 공개 토론을 통해 의혹과 우려를 해소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책에 대한 비판들을 가리켜서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난하곤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어떻게 '반대를 위한 반대'일 수 있는가? 과학적 비판을 무시하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찬성을 위한 찬성'이 아닌가? 과학적 비판을 외면하고 '찬성을 위한 찬성'을 강행한 결과로 결국 극소수는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겠지만 나라는 사실상 파국과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어떤 변설과 수사로도 이렇듯 명백한 위험과 사실을 은폐할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양두구육'이라고 비판한다면, 정부는 그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투명한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렇게 해도 비판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에는 공개 토론을 통해 '양두양육'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소통이고, 소통이 잘 되어야 사회의 안정이 강화될 수 있다. 정말로 정략과 사익에 얽매이지 않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비판을 무시하고 호도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

2010년은 자칫 우리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될 판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생명줄인 강들을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죽일 '4대강 살리기'가 맹렬히 강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장로로 유명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의 대표 정책을 막기 위해 많은 기독교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큰 고생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기독교 교인들과 목회자들의 비판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가? 정말로 좋은 정책을 강행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교인들과는 자신 있고 떳떳하게 소통해야 하지 않는가?

지난 12월 29일에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보존을 위한 천구교 비상 행동 기도회 선포식'에서 발표된 최덕기 주교님의 절절한 말씀에서 한 부분을 전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최덕기 주교님은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실증적으로 반박하며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말이 곧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라는 것입니다. 링컨 대통령의 표현대로,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하고, 국민에 의한 대통령이 되어야 하며,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4대강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4대강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이 대통령 사진이 대한민국의 법도 지키지 않고 있고, 국민의 73.5%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 국민 위에서 국민을 지배하려는 대통령의 태도입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으로 일축하였습니다. 나는 오히려 이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운전자가 전후좌우를 보면서 운전해야 하듯이, 대통령으로서 국가 정책을 추진하려 할 때에 마땅히 국민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국민이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저나 여기 함께 하신 신부님들, 모두 사목자로서 할 일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수도자와 평신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정치인도 아니고 이 일이 재미있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본연의 일만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 시간 내고 우리 돈 들여가며 나서는 이유는, 환경 파괴로 우리 대와 후손들에게 불행이 닥칠 것을 뻔히 알면서, 앉아서 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 이렇게 외치며, 4대강 사업 반대하는 많은 분들의 힘을 모으고, 이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마지막 양심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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