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제대집행 저지하고 논갈이 나선 대추리**
용산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대한 경찰의 행정대집행이 지난 6일에 이어 15일에도 강행됐다.
격렬한 저항 끝에 이날 행정대집행은 가까스로 저지됐다. 이 와중에 팽성읍이 고향인 가수 정태춘 씨가 수갑과 포승줄로 포박돼 연행됐고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등 4명의 사회단체 활동가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리고 대집행을 저지한 농민들은 16일과 17일에는 트랙터를 몰고 논갈이에 나섰다. 민주노동당 의원 신분을 갖고 있는 '강기갑 농민'도 직접 트랙터를 몰고 논갈이 대열에 합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행정대집행은 중단됐고 농사 준비도 시작됐지만 국방부 측은 '행정력을 총동원해 파종기 이전까지 강제대집행 완료' 계획을 고수하고 있어 '저지'는 위태롭기만 하다.
***#2. 우리당 "논의한 적이 전혀 없어 할 말도 없다"**
국회의 여야 대변인단은 각종 현안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건 씩 논평을 쏟아낸다. 개별 의원들도 시시콜콜한 일에까지 보도자료를 내놓고 기자회견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부터 환경오염 문제, 대추리 주민의 영농권까지 걸려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여의도는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오직 민노당에서 관련 성명을 가끔 발표하지만 그조차 메아리가 없다. 마치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냐'는 식이다.
열린우리당의 노웅래 공보부대표에게 "평택 건에 대해 당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느냐?" "입장은 뭐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노 부대표는 "평택?"하고 반문한 이후에 "논의한 적이 전혀 없어서 발표할 입장도 없다"는 허탈한 대답을 덧붙였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부나 당에서는 이 문제를 방폐장 등의 사안과 비슷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문제제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 '혼자 튀는거냐'는 눈총을 받을까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상황이니 "사고라도 벌어져야 그저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안된다' 운운하며 조금 관심을 기울이는 척이라도 하지 않겠느냐"는 대추리 거주 사회단체 활동가의 토로에 기자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방폐장 예정지에는 돈 보따리라도 안겼고 '여론화 작업'이라도 끈질겼지만 평택 주민들에게는 그런 것도 없다. 이 정부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갈등관리를 위한 설득작업'도 없고 '협의매수-강제수용'이 전부다.
***#3. "국군부대 이전 문제 같았으면 어림도 없다"**
국방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장교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사람들이 하도 극성스럽고 땅값도 비싸서 군 부대 이전은 물론이고 어디 증축도 하기 힘들다. 송파신도시 건설한다고 대책 없이 쫓겨나는 특전사 사례나 정보사 이전 반대에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는 과천 사람들 봐라" "그런 점에서 볼 때 평택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다. 미군기지니까 정부에서 밀어붙이기로 나서는 것이지 국군 부대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추리에 행정대집행이 강행된 지난 15일, 한국 야구대표팀의 승리 소식에 고무된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을 격파한 우리 야구에 대해 온 국민이 자부심을 느낀다. 미국에게 맞서서는 힘들다고 생각한 많은 분들에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많은 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같은 날, 그 미국 군대를 위해 포크레인으로 논 한가운데 구멍을 뚫는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70대 할머니 한 분은 덩치가 유독 큰 용역직원 한 사람을 붙들고 울부짖었다. "이 놈아, 니가 쌀 먹고 이렇게 컸지 뭐 먹고 컸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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