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맥 맥카시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더 로드> 역시 이번 주 개봉작 중 화제가 될 만한 영화다. 애초 공개된 예고편이 대규모 블록버스터의 분위기를 풍겨 원작 팬들을 우려에 빠뜨렸지만, 다행히 공개된 영화는 철저히 아버지와 아들에 집중하며 소설에서도 묘사된 바 있는 '온통 잿빛인 세상'을 충실히 화면에 옮겨놓는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은 다소 지루하고 힘들어할 수도 있겠지만, 원작의 팬들은 "너무나 충실히 옮긴" 까닭에 새로운 무엇이 없어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 혹은 원작을 아주 망쳐놓지는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할지도 모르겠다.
이밖에 최양일 감독의 <퀼>, 찰리 카우프만의 감독데뷔작 <시네도키, 뉴욕> 역시 일단 감독의 이름만으로 주목을 받을 영화들이다. 차갑고 세련된 외면의 틈새로 불안한 흔들림을 내비치는 크리스틴 스콧-토마스의 특별한 매력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오랜만에 그녀가 주연을 맡은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역시 반드시 체크해야 할 영화다.
▲ 용서는 없다 |
감독 김형준
주연 설경구, 류승범, 한혜진
금강 하구에서 20대 여성의 시체가 토막난 상태로 발견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검의 강민호(설경구)가 사체를 조사하는 가운데 열혈 여형사 민서영(한혜진)은 젊은 환경운동가 이성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검거된 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 이성호는 강민호와의 독대를 청하고, 그에게 자신을 3일만에 풀려나도록 해주지 않으면 강민호의 딸을 죽이겠다고 말한다. 뒤늦게야 딸이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된 강민호는 이성호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증거조작에 나선다. <용서는 없다>는 누가 범인인지보다, 처음부터 범인이 밝혀진 상태에서 범인이 왜 그런 사건을 벌였는가, 그의 도전을 받은 이는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더 중요한 영화다. 그 와중에 주인공이 새카맣게 잊고 있던 과거의 사건이 오버랩된다. 살인자와 부검의가 벌이는 대결을 중심축으로 삼고는 있지만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은 매우 산만하고, 이들의 사연을 현재의 범죄와 연결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이야기를 꼬아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야기의 아귀를 맞추려 집착하다가 정작 연출의 리듬은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인감독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법 집행기관의 일원인 주인공이 수사를 스스로 방해하면서 긴장감을 초래한다는 점은 최근 개봉한 <시크릿>과도 겹치는 부분. 다만 자신이 당한 피해를 핑계로 불특정 다수에게 가하는 폭력을 합리화했던 <백야행>과 달리 정확히 자신에게 피해를 끼친 이들에게만 복수를 감행한다는 점이 인상깊다.
▲ 더 로드 |
감독 존 힐코트
주연 비고 모텐슨, 코디 스미트-맥피
하루아침에 전세계가 멸망하고 잿빛의 세계만이 남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인육을 먹으며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벌이며 목숨을 부지하는 중이다. 아버지(비고 모텐슨)는 어린 아들(코디 스미트-맥피)과 함께 굶주림과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길을 떠나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착한 사람들"이라 중얼거리며 부자는 여행을 계속한다. 2007년 퓰리쳐상 수상작인 코맥 맥카시의 동명 소설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원작의 설정과 대사, 그리고 일부 문구까지도 내레이션에 충실히 반영했다. 샤를리즈 테론이 남자의 아내로 잠깐 출연하며, 가이 피어스, 몰리 파커, 로버트 듀발 등이 비중은 적지만 중요한 조연으로 출연한다.
▲ 시네도키, 뉴욕 |
감독 찰리 카우프만
주연 필립 시모어 호프먼, 캐서린 키너, 사만다 모튼
시골 작은 극장에서 연극연출가로 일하는 케이든(피립 시모어 호프먼)의 삶은 지리멸렬하고 황량하다. 인기 화가인 아내 아델(캐서린 키너)이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베를린으로 떠나버리자 온몸 구석구석에서 병을 앓으며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망상에 시달린다. 극장 매표소직원 헤이즐(사만다 모튼)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그녀를 놓친 케이든은 자신을 동경하던 젊은 여배우와 동거를 시작하지만 이마저도 파탄으로 끝나버린다. 예술지원금의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생일대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 케이든. 그러나 '삶의 진실성'을 담아야 한다는 그의 연극은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져가고, 15년이 지나도록 완성되지를 않는다.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이터널 선샤인> 등의 각본가로서 각광을 받아온 찰리 카우프먼의 연출 데뷔작. <어댑테이션>에서 다룬 바 있던 '현실과 허구간 교차와 혼란'이라는 주제를 한층 확장하고 깊이 파고들어가지만, <어댑테이션>의 스파이크 존스 감독이 견지했던 유머는 사라지고 우울한 정조는 더 강해졌다. 주연을 맡은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탁월한 연기를 펼치는 가운데, 캐서린 키너와 사만다 모튼 외에도 다이안 위스트, 에밀리 왓슨, 미셸 윌리엄즈, 제니퍼 제이슨 리 등 연기파 여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해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
감독 필립 클로델
주연 크리스틴 스콧-토마스, 엘자 질베르스탱, 로랑 그레빌
15년의 감옥생활을 마친 쥘리엣(크리스틴 스콧-토마스)이 동생 레아(엘자 질베르스탱)의 집에 머물며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레아는 쥘리엣을 극진히 보살피지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쥘리엣의 마음에 다가가지는 못한다. 레아의 남편 뤽이 처형인 쥘리엣을 영 못마땅해하면서 둘 사이의 마찰도 빈번히 일어난다. 그러나 쥘리엣은 가족들 및 교도관과 대화를 하고 레아의 동료 미셸(로랑 그레빌)과 교분을 쌓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15년 전, 과연 쥘리엣이 정말로 자신의 아들을 죽였는가에 대한 비밀만큼은 아무한테도 밝히지 않는다. 프랑스와 헐리웃을 오가며 영화에 출연하는 크리스틴 스콧-토마스가 주인공 쥘리엣 역을 맡았다. 프랑스의 인기 작가 필립 클로델의 감독데뷔작.
▲ 퀼 |
감독 최양일
주연 고바야시 카오루, 시이나 깃페이, 카가와 데루유키
도쿄의 한 주택에서 리트리버 다섯 마리가 태어난다. 그 중 옆구리에 새가 날개를 편 것 같은 얼룩을 지닌 녀석이 '새의 날개'라는 뜻을 지닌 '퀼'이라는 이름을 얻고 맹인 안내견으로 키워진다. 마침내 훈련을 마친 퀼은 중년의 시각장애인 와타나베 미츠루(고바야시 카오루)의 곁에 가게 되고, 와타나베와 퀼은 서로 우정과 사랑을 쌓아가게 된다. 국내에도 《내 마음의 눈 쿠이루》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된 맹인안내견 퀼의 실화를 <수>, <피와 뼈>의 '무시무시한' 감독 최양일이 스크린에 옮겼다. 웃음과 눈물을 연달아 터뜨리는, 애견인들의 필견작이다. 물론 최양일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매우 특별한 영화일 수밖에 없는 만큼, 최양일 감독의 팬들 역시 극장에서 필히 확인해야 할 영화이기도 하다.
▲ 쏘우 : 여섯 번의 기회 |
감독 케빈 그루터트
주연 토빈 벨, 코스타스 맨다일러, 벳시 러셀
보험회사 부사장인 윌리엄이 직쏘에게 납치된다. 직쏘는 윌리엄에게 트랩에 걸린 이들 중 살려둘 자와 죽을 자를 직접 결정해야 살아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윌리엄은 여섯 번의 기회를 통해 여섯 번의 선택을 하게 된다. 한편 FBI는 직쏘의 공범자를 밝히는 쪽으로 수사의 방향을 정하고, 직쏘의 후계자인 호프만 형사의 불안은 가중된다. 직쏘의 아내 질 역시 남편의 유품상자를 확인한 뒤 행동을 개시한다. <쏘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영화로, 이전 시리즈의 전 작품에서 편집을 맡았던 케빈 그루터트가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다. 회전목마 등 여전히 엽기적이고 새로운 고문 장치들이 잔뜩 등장한다.
▲ 극장판 파워레인저 : 엔진포스 VS 와일드 스피릿 |
감독 모로타 사토시
서로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엔진포스와 와일드 스피릿은 함께 적과 싸우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엔진포스의 친구이자 동료인 엔진소울들이 악당인 쌍절곤 반기에게 납치되고, 불사신 론이 봉인된 통곡환마저 계략에 빠져 빼앗긴다. 엔진포스와 와일드 스피릿은 친구들을 구하고 통곡환을 되찾기 위해 서로 무술과 비기를 전수해주며 협동작전에 나선다.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극장판으로, 각종 '탈 것'들의 엔진파워를 전수받은 엔진포스 팀과 맹수들의 힘을 이어받은 와일드 스피릿 팀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도 <파워레인저> 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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