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감독 및 배우, 평론가 등 영화인들이 주축이 되어 시네마테크를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래밍에 관여해 치러지는 영화제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홍상수, 배창호 등 국내 저명한 감독들은 물론, 배우 안성기, 평론가 정성일과 김영진 등이 올해 프로그래밍에 참여했다.
이번 친구들영화제는 특히 영화제 5주년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10주년을 맞이하며 열리는 만큼,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을 준비해두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특히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설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들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개막작으로 선정된 루이 푀이야드 감독의 시리즈 연작 <뱀파이어> 중 한 장면. |
개막작은 루이 푀이야드 감독의 <뱀파이어 에피소드 1, 2>. 1915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로서, 전체 10편의 에피소드로 제작된 시리즈물이다. 친구들영화제에서는 이중 첫 번째 및 두 번째 에피소드가 상영된다. 이 영화는 평론가 정성일이 선택한 세 편 중 한 편이기도 하다. '어어부밴드'의 멤버이자 최근에는 영화음악 감독으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장영규의 연주와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시네마테크 측이 선정한 '시네마테크의 선택' 작품은 찰스 로튼 감독의 <사냥꾼의 밤>으로 결정됐다. 이미 기획전 등을 통해 상영된 바 있는 이 작품은 고아가 된 두 명의 아이들이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악랄한 사냥꾼의 손에서 도망치는 과정을 담은 탈출기다. 배우 출신의 찰스 로튼 감독이 연출한 유일한 연출작이기도 하다.
시네마테크의 관객들이 투표를 통해 고른 작품을 상영하는 '관객들의 선택' 상영작으로는 장 엡스텡 감독의 1928년작 <어셔 가의 몰락>과 버스터키튼 감독의 <항해자>가 선정됐다.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어셔 가의 몰락>은 28년 만들어진 무성영화임에도 그간 만들어진 이 원작의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항해자>는 말이 필요없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거장 버스터 키튼 감독의 1924년작. 오해에 휘말린 두 남녀가 '항해자' 호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게 되면서 겪는 모험을 그린다.
▲ '친구들의 선택' 섹션 중 봉준호 감독의 선택작인 <서바이벌 게임>. 존 부어맨 감독의 1972년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및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존 보이트와 버트 레이놀즈가 주연을 맡아 빛나는 명연기를 펼친다. |
친구들 영화제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친구들의 선택' 상영작은 모두 13편.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류승완 감독 선택), 존 포드 감독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김영진 평론가 선택),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배우 안성기 선택),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마태복음>(김지운 감독 선택) 등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는 물론, 온전한 버전으로는 국내에서 관람하기 힘들었던 마이크 리 감독의 <네이키드>(박찬옥 감독 선택)도 필름으로 상영된다. 장 으스타슈 감독의 <엄마와 창녀>(김한민, 윤종빈 감독 선택), 니콜라스 뢰그 감독의 <쳐다보지 마라>(박찬욱 감독 선택), 조셉 로지 감독의 <트로츠키 암살>(오승욱 감독 선택) 등의 작품들은 열혈 시네필들에게 특히 어필할 만한 작품. 국내에선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존 부어맨 감독의 걸작 <서바이벌 게임>(봉준호 감독 선택)도 이번 영화제에서 정식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평론가 정성일과 크리스 후지와라가 각각 세 편씩 선택한 '카르트 블랑슈 : 시네필의 선택' 섹션의 상영작도 흥미진진하다. 개막작인 <뱀파이어 : 에피소드 1, 2>를 비롯, 프랑스의 유명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사샤 기트리 감독이 주연까지 맡은 1936년작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 이탈리아 출신의 카르멜로 베네 감독이 주연도 맡은 <카프리치> 등이 평론가 정성일이 선택한 작품들. 크리스 후지와라 평론가의 선택작은 좀더 대중적이다. 존 포드 감독의 <말 위의 두 사나이>를 비롯해 프리츠 랑 감독이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만든 영화 <이유없는 의심>과 테렌스 피셔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죽이기>가 상영된다.
▲ 존 포드 걸작선 상영작 중 한 편인 <황야의 결투>. 헨리 폰다와 린다 다넬이 주연을 맡았으며, 전설적인 '와이어트 어프'의 이야기를 담는다. 35mm 새 필름으로 상영된다. |
김영진 평론가가 고른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와 크리스 후지와라 평론가의 선택작인 <말 위의 두 사나이> 외에도, 존 포드 감독의 영화 6편이 '존 포드 걸작선'의 이름으로 상영된다. 1924년작인 <철마>부터 35년작인 <굽이도는 증기선>, 39년작 <모호크족의 북소리>, 40년작 <분노의 포도>, 46년작 <황야의 결투>, 그리고 62년작인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와 48년작 <아파치 요새> 등 총 8편이 상영작으로 확정됐다. 이 중 6편은 서울아트시네마 측이 '필름 라이브러리' 사업의 일환으로 직접 구입한 새 35mm 필름으로 상영될 예정이어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친구들영화제 기간 중 서울아트시네마의 정규 프로그램도 계속된다. 월례 기획 프로그램인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배창호 감독의 신작 <여행>과 영화평론가로 잘 알려진 김정 감독(김소영 교수)의 장편 데뷔작 <경> 및 단편 <거류> <질주환상>이 선을 보일 예정이며, 청소년 대상의 '영화관 속 작은 학교' 프로그램으로는 <훌라걸스>가 상영될 예정.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와 금요단편극장 역시 예정대로 진행된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영화가 상영된 뒤 영화를 선택한 '친구들'이 직접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시네토크'는 이미 친구들영화제의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한편 영화평론가 정성일과 크리스 후지와라가 진행하는 '영화평론 마스터클래스'가 준비돼 있는가 하면, 영화인 지망생들이 봉준호, 류승완, 오승욱 감독과 함께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도 올해 처음 마련됐다.
자세한 상영 스케줄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 서울아트시네마 측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공식 홈페이지(http://cinematheque.seoul.kr)에 자세한 상영작 소개와 상영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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