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기업 등에 토지를 전체 매각 대상 용지의 평균조성원가인 6분의 1 수준인 3.3㎡당 36만~40만 원 선에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땅값은 거의 공짜라고 보면 된다"고 고백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 거점 지구'라는 수정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가 대기업에 '공짜'로 땅과 개발권을 주고 3년간 법인세, 소득세 100% 면제 등 엄청난 세제 혜택까지 약속했다.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할까 등 뒷감당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부산 명지지구 분양가 평당 400만 원, 대구경북 신서혁신도시 평당 256만 원
▲ 정부는 5일 오전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의를 열고 세종시 수정안 초안을 결정했다. ⓒ뉴시스 |
문제는 이같은 땅값이 평균조성원가인 227만 원의 6분의 1 수준 밖에 안될 뿐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다른 지역의 땅값과 비교해도 월등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 6일 <국제신문>에 따르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명지국제비즈니스도시의 분양가는3.3㎡당 400만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종시의 10배나 된다.
대구테크노폴리스와 성서5차산업단지 분양가는 각각 3.3㎡당 72만 원과 133만 원이고,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설 대구경북의 신서혁신도시 조성원가도 3.3㎡당 256만 원이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원주 기업도시의 땅값도 3.3㎡당 60만∼7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저히 낮은 땅값 때문에 다른 지역의 개발사업을 빨아들이는 '세종시 블랙홀' 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지원 방안을 살펴보았는데 이런 방안이면 부산에 올 기업은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기업에 토지개발권 제공…막개발 우려
땅값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에 원형지를 공급해 아파트와 상가, 학교, 병원 등 '생활필수시설' 개발권을 주는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기업이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 효율성이 높다는 이유로 원형지 개발의 사업 주체를 국가, 지자체, 공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는 '행정도시특별법'을 개정해 기업에도 개발권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다른 혁신도시, 기업도시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대기업에 개발권을 줌에 따라 '막개발' 우려도 나온다. 애초의 '자연친화적 계획도시' 모델은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개발권을 넘길 경우 대기업 입장에서는 아파트 분양 등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땅투기'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5일 논평을 내고 "기업에 모든 개발권을 주고 아파트와 상가, 학교, 병원 등을 마음대로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런 조치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결코 대신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대기업이 행복한 도시를 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이전도 논란거리…"서울 패권 대학에 특혜 주겠다는 것"
기업 이전 뿐 아니라 고려대, 카이스트, 서울대 등 대학 입주도 문제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6일 "고려대 카이스트가 입주를 약속했고, 서울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대학 이전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경제력 집중 못지 않게 심각한 고등교육 불균형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김필동 충남대 교수는 6일 <대전일보>에 기고한 '세종시 수정논란과 국가의 임무'라는 글에서 "만약 정부 구상에 따라 예컨대 서울대 또는 다른 사립대학의 일부(분교)가 설치된다고 하자. 그러나 이들 대학의 전체 또는 핵심 부분이 이전하지 않는 한, 그것은 세종시의 자족기능은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한 채, 서울의 패권적 대학에게 특혜를 주면서 지방의 영지를 늘려주는 데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는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정치 및 경제의 집중 못지않게 심각한 고등교육의 불균형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을 국가의 정책 목표에 맞게 개혁하고 또한 적극 육성함으로써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높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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