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노조 전임자 임금은 올해 7월부터 금지되고, 대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된다. 특정 업무에 한해서만 전임자의 활동이 '유급'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1년 후인 2011년 7월부터는 복수노조 시대가 열린다. 다만, 노동조합의 핵심 권리인 교섭권은 일부 제약된다. 교섭 창구 단일화를 법으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소수 노조 뿐 아니라 산별노조의 교섭권도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이 법의 시행으로 우리 노사관계가 "포스트 87년 체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인지, 법 시행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으로 노사관계가 또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지 운명의 갈림길에 놓였다.
노조 전임자, 일부 업무에 한해 '유급'…전임자 숫자 축소 불가피
▲ 노조 전임자들에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금지된다. 다만, 타임오프제도의 한도 내에서 노사 협의 및 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관리 업무는 '유급'이 인정된다. ⓒ프레시안 |
우선 노조 전임자들에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금지된다. 다만, 타임오프제도의 한도 내에서 노사 협의 및 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관리 업무는 '유급'이 인정된다. 기존 노사정 합의안보다 나아진 것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이라는 문구다.
타임오프제와 관련된 세부 사항은 노동부 아래에 구성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이 위원회에는 노·사·공익위원이 각 5명씩 참여해 노조 전임자 급여 시간의 상한선을 3년 마다 결정한다. 이는 당초 노동부가 시행령을 통해 정하기로 했던 것보다는 노사의 목소리가 들어갈 여지가 생긴 부분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공익위원이 사실상 정부 역할인 만큼 노조 활동에 대한 정부 개입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용자가 법을 어기고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다. 노동조합이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는 것도 금지된다.
당장 거의 모든 노조에서 전임자 숫자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전임자의 임금을 노조가 부담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총연맹에 파견되는 간부들의 복귀 행렬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대기업노조는 조합원이 많아 상대적으로 자금의 여유가 있는 데다, 일종의 '노사발전기금'과 같은 '편법'을 통해 임금을 받아낼 가능성도 있다.
복수노조는 2011년 7월부터 허용…교섭창구단일화는 강제
복수노조는 1년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한 사업장에서 같은 조직대상을 놓고 2개 이상의 노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와의 교섭 창구는 하나로 통일된다.
창구 단일화의 절차는 우선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이에 실패할 경우 과반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 과반수노조가 없을 경우 노조들끼리 연대도 가능하다. 이도 안 되면,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인 노조들이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고, 공동교섭대표단 구성조차 실패하면 노동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교섭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정했다. 다만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나 고용형태, 교섭관행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노동위원회가 분리할 수 있다. 전체 조합원의 10% 미만인 소수노조를 위해 "교섭에 참여하지 못한 노조나 조합원을 부당하게 차별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정대표의무'도 신설됐다.
그러나 창구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교섭 자체를 거부할 수 있어 여러 개의 노조가 난립하는 경우 노조의 교섭권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마디로, 앞으로는 교섭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교섭 그 자체가 전쟁이 되는 셈이다.
모든 노조 조합원의 50%가 찬성해야만 파업도 가능
파업도 까다로워진다.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조 조합원의 과반수가 쟁의행위를 찬성해야만 파업이 가능해진다.
여야 막판 협상의 최대 쟁점이자, 민주당의 거부 명분이 됐던 산별노조의 교섭권은 1년에 한해서만 일시적으로 보장된다. 현재 사업장에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와 같이 2개 이상의 노조가 이미 활동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창구단일화 시행을 1년 더 미룬 것.
법적으로는 산별노조의 교섭권이 2012년 7월까지 보장되는 셈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사용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초기업노조, 즉 산별노조의 교섭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부터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산별노조가 해당 사업장에서 과반수노조일 경우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는 있다.
▲ 창구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사용자가 교섭 자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 여러 개의 노조가 난립하는 경우 교섭권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마디로, 앞으로는 교섭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교섭 그 자체가 전쟁이 되는 셈이다.\ⓒ프레시안 |
경영계, 노동부, 한국노총은 내용상 다 얻었고…'재개정' 외치는 민주노총의 힘은 미지수
경영계는 비록 겉으로는 "다 얻지 못한"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잃은 것이 없다. 경총은 앞서 추미애안의 환노위 통과에 대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기존 단협의 유효기간까지 효력이 인정'되고, '복수노조 시행 유예기간이 단축'된 것은 무척이나 아쉽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복수노조의 경우 창구단일화의 절차와 방법이 복잡해져 노조가 난립할 경우 사용자가 이 조항을 근거로 교섭 자체를 회피할 명분을 얻은 데다, 전임자 임금을 놓고 노조의 파업도 금지돼 노조의 실력행사로 인한 피해도 막을 수 있게 됐다.
노동부도 거의 모든 내용에서 임태희 장관이 말해 온 '원칙'을 얻어냈다. 특히 막판 쟁점이 됐던 산별노조 교섭권과 관련해 "헌법상 기회의 균등 원칙의 위배로 절대 안 된다"며 못 박았던 임태희 장관의 체면도 살렸다. 또 임태희 장관은 오랫동안 노사의 이해관계 차이로 이행되지 못했던 두 법안이 현실이 되는 역사적 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문제는 노동계다. 3자 합의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은 개정안 통과로 한 시름 덜게 됐다. 지난 4일 이후 '사퇴' 등 산하 조직으로부터 받았던 장석춘 위원장도 임기를 채울 명분이 생겼다. 장 위원장은 임시대대 소집 등 현장의 요구에 대해 "책임은 지겠다"면서도 "법 개정이 마무리되고 시행령 투쟁이 끝날 때까지 힘을 실어 달라"고 요구했었다.
민주노총만 홀로, 1월 선출될 새 집행부와 함께 다시 '노동법 재개정' 투쟁에 들어갈 전망이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4월 15일까지 전체 사업장이 총파업 준비를 완료하고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노동법 재개정을 위한 파업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법은 개정됐지만 시행은 7월과 내년 7월 등 시간이 있는 만큼 '충분히 재개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힘이다. 통과된 새 노조법 개정에 깊이 개입했던 한국노총과의 연대도 불가능하다. 전임자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파업에 현장 조합원들이 얼마나 호의적일지도 미지수다. 민주노총은 "4개월이면 준비는 충분하다"고 장담했지만, 이미 이 문제가 핫 이슈가 된 것은 길게 잡아 13년 전, 짧게는 지난 10월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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