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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워크아웃 결정…대우건설 다시 산은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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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워크아웃 결정…대우건설 다시 산은 품에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경영권은 여전히 '경영 실패자'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는다. 다만 경영권은 여전히 박삼구 명예회장 일가가 행사한다. 대우건설은 시장 매각을 중단하고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가 인수한다.

30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은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의 워크아웃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동반 부실 위기에 처했던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항공은 일단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호산업·타이어 최대주주 채권단이

이날 확정된 방안에 따르면 사실상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해 정상화를 꾀하게 된다. 자본금 규모가 불과 1조1000억 원대에 불과한 금호산업은 이미 2조 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었고, 풋백옵션 행사시 자본잠식에 빠질 상황이었다. 이는 금호타이어 역시 마찬가지다.

워크아웃을 실시하게 되면 전략적 투자자(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풋백옵션은 행사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풋백옵션 행사가격인 3만2513원과 시가(30일 종가기준 1만2700원)의 차액이 채권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FI들은 자연스럽게 주주에서 채권자로 지위가 변경된다.

현재 금융권의 금호그룹에 대한 여신 규모는 약 18조 원이다. 산업은행이 20%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도 약 10%대 여신을 제공했다. 이 상황에서 FI들도 채권자로 전환하게 되면 채권 재조정을 위한 협상도 실시된다. 자연히 FI들은 채권손실 분담의무를 지게 된다.

이번 워크아웃은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출자전환(채권단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도 포함하고 있다. 출자전환이 완료되면 금호산업 지배주주는 금호석유화학에서 채권단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9월말 현재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이 지분 15.09%를, 박삼구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1.92%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채권단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금호산업 경영권을 최대 5년간 보장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대규모 워크아웃은 외환위기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총수 일가의 경영실패가 대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일이 10여년 만의 경제위기를 맞아 재현된 셈이다. 앞으로 산업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 일단 채권 행사유예 후 장기간에 걸쳐 두 개 워크아웃 대상 기업 실사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경영정상화 계획이 마련되고 확정되면 두 계열사는 정상화를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금호석화는 워크아웃 제외

논란이 됐던 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을 진행키로 해, 당장은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호석화는 사실상 그룹 지주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출자 구조는 총수일가→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대우건설→대한통운으로 이어진다.

금호그룹이 금호석화의 워크아웃을 반대한 이유다. 금호석화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 그룹 지배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방안은 채권단이 사실상 경영에 실패한 경영진에게 계속해서 그룹 경영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당장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내년 초 재협의를 진행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탓인지 총수일가는 사재를 출연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와 LG카드 사태 때도 최태원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경영부실 책임을 사재 출연으로 대신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경영책임을 에둘러간다는 비판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데다,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출연할 사재 자체도 이번 부실을 메우는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가 가진 계열사 주식 자체가 이미 가치가 크게 떨어져, 관련 지분을 모두 합산해도 300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실질적으로 유동성 위기 책임을 져야 할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사재 출연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 여름 네 차례에 걸쳐 금호산업 지분을 정리해 석유화학 계열을 사실상 독립시키려는 모습바저 보였다.

▲30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이 확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력 계열사 본부가 포진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메인타워가 대우건설이 위치한 맞은편 퍼스트 타워에 일그러져 비치고 있다. ⓒ뉴시스

대우건설 매각 결국 실패

한편 이번 그룹 위기의 진앙이었던 대우건설 매각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산업은행은 PEF를 통해 금호생명과 함께 대우건설까지 인수키로 했다. 계열사 경영정상화 방안 확정 후 산은PEF가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대우건설은 3년 만에 다시 산업은행 품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결국 적절한 인수자가 없었던 게 확인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 중 한 곳에 대우건설을 매각하려 했으나 이들은 인수 능력이 없었다. 현금동원력이 풍부한 국내 대기업들마저 인수전에 철수한 상황에서 산은 인수는 예고된 결말이었다.

다만 산은이 대우건설을 되사더라도 인수 가격은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PEF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인수가격을 주당 1만3500원서부터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높여도 1만8000원선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싸게 사줄 경우 특혜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1만 원선 초반대를 형성한 마당이다. 다만 너무 싸게 살 경우도 문제가 된다. 애초 인수희망자로 나선 자베즈와 TR아메리카보다 싼 값에 산은이 매입할 경우 산은으로선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도 협상을 미뤄 손실만 키웠다'는 비난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초 자베즈와 TR아메리카 측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2만 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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