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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왜 이제야…" vs 서울시 "중재 노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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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왜 이제야…" vs 서울시 "중재 노력 계속"

범대위 "결코 해결된 것 아냐, 참사의 진실은 은폐돼 있다"

지난 1월 20일, 철거민들의 농성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 용산 참사를 두고 유가족과 재개발 조합(용산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정부 사이의 협상이 30일 새벽 타결됐다. 사건 발생 11개월을 넘겨서였다.

이날 정오, 서울시와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협상은 타결을 이뤘지만 양측의 입장은 뚜렷이 갈렸다.

용산범대위·유가족 "1년 다 되어서야 사과…기쁘지만은 않다"

용산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 가까이 유가족과 용산범대위는 공권력에 희생된 철거민 5명의 죽음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사인(私人) 간의 문제'라며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방치했다"고 강조했다.

용산범대위는 "2009년이 다 저물어가는 연말이 되어서야 정부가 비로소 용산 참사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1년이 다 되어서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용산범대위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당연한 전제와 상식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그동안 철저히 기만당했다"며 "유가족과 범대위가 이번 합의를 두고도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장횄다.

범대위는 "장례를 치른다고 해서 용산 참사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검찰은 아직도 수사기록 3000쪽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용산 참사의 진실은 은폐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대위는 "뉴타운·재개발 정책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3의 용산 참사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장례 이후에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뉴타운·재개발 정책의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성수 씨 부인 권영숙 씨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받아들이지 않아 마음이 너무 무겁고, 개운치 않다"며 "하지만 고인들을 냉동고에만 둘 수 없고, 좋은 곳에 보내드리려 한다.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양회성 씨 부인 김영덕 씨는 "국무총리가 사과를 한다지만 왜 이제야 사과를 하는지, 하루라도 빨리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연말을 하루 앞두고 이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지난 1월 20일, 철거민들의 농성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한 용산 참사를 두고 유가족과 재개발 조합(용사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정부 사이의 협상이 30일 새벽 타결됐다. ⓒ뉴시스

서울시 "수많은 오해와 비판 쏟아졌지만…시 노력으로 타결"

한편, 서울시는 서울시가 지난 1년간 유가족·조합 간 대화와 중재를 위해 끝없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시민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서울시는 사고 발생 당일부터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유가족의 권한을 위임받은 측과 조합 간의 중재자로서 지난 1년 동안 100여 차례에 가까운 대화를 시도하는 등,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오해와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협상 성사를 간절히 바라는 서울시로서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정쟁의 수단이 된 비난까지도 감내하며 지금까지 묵묵히, 그러나 굳은 의지를 갖고 달려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시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으로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등의 사업 과정이 원주민과 세입자 보호는 강화하면서도 사업은 신속하게 추진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협상 책임을 맡았던 김영걸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사고가 난 뒤 수십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범대위와 유가족이 응하지 않았고, 협상은 사실상 12월이 이르러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며 "그 이전에는 범대위와 정부의 시각 차이를 조정하고 설득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김영걸 본부장은 "국민적으로 이것은 법적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컸고, 종교계 인사들도 인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번 협상은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 내용] 정운찬 유감 표명…재개발 조합이 유가족 위로금·보상금 부담

이날 발표한 합의 내용에는 정부를 대표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용산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합의에 따라서 정 총리는 합의 사실이 언론에 공표되자마자 서면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장례에 소요되는 비용과 유가족 위로금, 세입자 보상금을 재개발 조합이 '인도적 차원'에서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또 유가족과 세입자, 조합은 상호 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장례식과 사업 진행에 협조하기로 했다. 합의 금액 등 세부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번 합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종교계 지도자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합의 사항 이행 추진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김용태 서울가톨릭 사회복지회장, 김종생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조계종 총무원장 혜경 스님,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남북강원도협력협회 이사장, 박연철 변호사, 김영걸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 이산철 용산구 부구청장이 참여한다.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용산범대위와 유가족은 즉시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2010년 1월 9일 철거민 희생자 5명의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다. 또 참사 발생 1주기를 맞는 같은 달 20일에 참사 현장에서 추모 행사를 가진 뒤, 현재 사고 건물 주변에서 운영하고 있는 추모 시설을 철거하기로 했다. 애초 범대위와 세입자대책위원회가 요구해온 임시 상가, 임대 상가 등의 문제는 합의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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