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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9! 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 2009년 연극계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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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9! 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 2009년 연극계의 오늘과 내일

2009 연극계결산

▲ ⓒ프레시안

경기 불황에서 신종 플루에 이르기까지 2009년 공연계는 그야말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만성적 불황에 시달리는 공연계에 이들이 끼친 여파는 매서운 겨울바람만큼이나 차디찼다. 하지만 중극장의 탄생은 만성 기근을 겪고 있는 무대와 객석 모두의 활력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루성 엄마 연극에서 알몸 연극, 과학 연극에 이르는 풍성한 레퍼토리는 관객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다. 이오네스코 페스티벌과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다채로움을 한층 더했다.

중극장의 탄생은 연극계의 활력을 더했다. 전정옥 연극평론가는 "오랫동안 우리 한국연극은 소극장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소극장을 통해 다양한 연극의 실험이 진행되면서 우리연극의 발전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중극장 대극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극장에 맞는 작품만 하다보니 공연목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중극장의 탄생은 무엇보다 실력 있는 연출가들을 키우고 골라낼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동라사', '죽도록죽도록', '찌질이신파극'의 김은성 극작가는 "신종 플루 여파로 공연 시장 전체가 위축된 가운데에도 수준 높은 창작공연들이 발표됐다"며 "극장도 많이 생겨나고 연극축제도 늘어나 양적으로 풍성하고 비대해졌다"고 전했다.

풍성한 레퍼토리는 관객들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유도해냈다. 네이버의 공연 · 연극 · 뮤지컬 분야 지식인으로 활동 중인 닉네임 소행성(sun2y)은 "'억울한 여자', '도쿄노트',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등 일상성이 강조된 일본 연극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고, 이오네스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이오네스코 페스티벌은 기간은 짧았으나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객석을 가득 메웠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실험성이 강한 해외작품과 작품성이 검증된 국내작품을 선정하는 방법으로 2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으로 선정한 극단 골목길의 '너무 놀라지 마라'(연출 박근형)와 서울시극단의 '다윈의 거북이'(사진·연출 김동현), 극단 백수광부의 '봄날'(연출 이성열)은 연극 본연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김은성 작가는 "모두 훌륭한 작품"이라며 "극단 골목길과 극단 백수광부는 실험과 창작에 몰두해온 대학로 대표 작가주의극단으로 좋은 극단에서 좋은 연극이 나온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닉네임 소행성은 "연극적 무대 미술과 연기는 연극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였다"며 "과연 관객으로 하여금 '왜 사는가?' 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의문을 제기했다"는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화려한 밥상차림 속에 숨겨진 실속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못한 미흡함을 엿보이기도 했다. 닉네임 소행성은 "일 년에 이벤트용으로 연극을 한두번쯤 관람하는 관객들을 위한 상업적인 연극과 소수의 마니아 관객의 구미에 맞았던 연극만이 살아남았을 뿐 그 변방에 있었던 연극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연극열전2의 후폭풍은 연장공연 혹은 앵콜 공연이라는 타이틀로 달고 수시로 올려 졌고, 벗는 연극이나 스타를 기용한 연극은 여전히 계속됐다"는 소견을 전했다.

전정옥 연극평론가는 "올 서울국제 공연예술제의 디지로그는 너무 단순한 방법으로 연극이라는 장르 속에 사용됐다. 더 큰 문제는 만든 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날로그의 세계로 들어온 디지털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부연'이거나 '참조'이어야 함을 혼동하여 스스로의 원칙을 어기고 슬쩍 '중심'에 자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나 '모스크바, 사이코' 같은 경우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화면을 통해 송고되는 디지털에 관객들의 눈을 빼앗겨 버렸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2010년 연극계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할까. 김은성 작가는 "유명연예인이 출연하는 가족드라마, 남녀 2인이 출연하는 멜로드라마,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뮤지컬, 마치 팬시점의 예쁜 선물상자를 연상시키는 그런 연극들이 내년에도 흥행에 선전하리라고 본다"며 "시대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색깔을 고집하며 연극 고유의 미학을 실험해가는 창작자들의 꾸준한 손길 역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닉네임 소행성은 "경제가 급속도로 나아지지 않는 한 이분화는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 벗는 연극, 스타를 기용한 연극, 가족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극, 데이트용 연극의 강세와 맞물려 연극은 원천인 셰익스피어, 체홉 등의 고전으로 그 고민을 해결하려 하거나, 늘 해왔듯이 앵콜 작품을 하거나, 작가주의적인 작품들로 방향을 선회하게 될 것이라 사려된다"고 전했다.

전정옥 연극평론가는 "중극장을 중심으로 규모가 커진 대작들이 많이 등장하리라 생각된다. 올해 중반기 이후부터 나온 중극장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실패했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젊은 연출가들에게 기회가 앞으로 많이 주어진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예상된다"며 "30대 후반, 40대의 젊은 연출가들에게 새로운 무대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을 마련해준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그들의 선전을 기원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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