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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주, 이건희 사면…MB 연말 행보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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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주, 이건희 사면…MB 연말 행보의 의미는?

'업적' 앞세워 4대강-세종시 등 독주 가속화 하려나

"1등만 기억하는 드러운 세상."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유행어다. 술이 잔뜩 취해 경찰서로 끌려온 취객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은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들의 가슴에 '확 꽂혔다'. 1등만 알아주고, 1등만 기억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이건희 전 삼성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는 일이다. 일찍이 체육계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이 전 회장의 사면을 촉구했고, '경제 살리기'라는 재계 인사들의 '단골 사면 메뉴'도 첨가해 재계와 정치권이 이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상당수 언론도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 대통령의 결심만 남은 상태였다.

지난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온 지 4개월이 조금 지나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라는 비판을 의식해 내년 '1월 사면'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불도저'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대통령은 해를 넘기지 않았다.

다만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 다른 경제인에 대한 사면과 서청원 전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하지 않았다. 이건희 전 회장 오직 한 사람, '원 포인트 사면'을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말 사면은 이건희 전 회장에 의한,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이건희 전 회장을 위한 사면이 됐다. "1등만 풀어주는 드러운 세상"이라는 풍자가 나올 만도 하다.

'이건희 원 포인트', 공통의 이해관계

이 대통령은 말한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에 대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과 강원도민, 그리고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왔다"고.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은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이 대통령의 또 하나의 '업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이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업적 쌓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다음 달 11일 있을 세종시 수정안 발표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시 수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삼성 등 대기업 이전이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명분으로 이 전 회장을 사면하면서 이 대통령이 크게 잃어버린 명분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법앞의 평등이라는 기본 가치와 형사사법제도를 훼손하고, 특히 법집행에 있어 사회적 특권층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용산참사 피해자, 노동운동, 누리꾼 등 상대적으로 약자들을 대할 때 강조해왔던 '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나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
▲ UAE 원전 수주 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을 마중 나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뉴시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이 대통령에게 무겁게 다가가지 않는 것 같다. 이 대통령 스스로 강조하듯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8일 저녁 중소기업인의 송년회를 찾아가 UAE 원전 수주에 대해 "내가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 실패할 경우의 이미지 손상을 걱정해서 안 갔겠지만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막판 담판을 지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도 프랑스와 수주전이 한창일 때 이 대통령은 "어려울 것 같다"는 외무장관 보고에 크게 역정을 내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주를 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UAE까지 직접 날아가 원전 수주를 따내는 극적인 연출을 했다.

그러나 프랑스에 비해 절반 정도 불과한 '반값 세일' 이외에도 공사를 따내기 위한 '플러스 알파'를 내줬고, 대통령이 찾아가 이에 대한 확답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한국은 UAE의 원자력발전 건설공사를 수주하기에 앞서 양국의 군사교류를 동맹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군사교류협력 협정'(MOU)을 체결했다.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었다면 원전 수주를 따내지 못했을 것"이란 이 대통령의 주장은 어쩌면 틀린 말이 아니다.

원전 수주에 이 대통령이 목을 맸던 이유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아진다. 원전 건설이라는 업종의 성격이다. 건설에 집중하는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한국의 발전 정도를 감안할 때 건설업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 효용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한 이 대통령식의 반격으로 읽힌다. 4대강 사업이 오버랩 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원전 수주에 동계올림픽 올림픽 유치까지 성사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특유의 자신감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겹치지만 전혀 다른 일로 구분될 수 있는 원전 수주와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이 만나는 지점이다.

여기에 28일 중소기업인 송년회 '깜짝 방문', 29일 생활공감 국민행복 실천대회 등 친서민 행보는 '케이크 위의 장식'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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