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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전국화를 꿈꾸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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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전국화를 꿈꾸는 '그들'

[13년 묵은 노조법, 어디로 가나?⑤] '벼랑 끝' 조선업…복수노조 유예가 미칠 영향?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지난 4일 '3자 합의' 이후 국회에서 마지막 줄다리기 중이다. 13년 동안 묶여 있던 두 제도를 떨어트린 합의안은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민주노총 및 야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프레시안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 방향을 찾아보려고 한다. 6편의 글들은 3자의 합의안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관계법의 올바른 개정 방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편집자>


2010년이면 13년 동안 유예된 복수노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현대중공업처럼 자본의 현장 통제가 극심해서 어용 노조가 판을 치고 있는 사업장에서 작은 희망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경총, 한국노총, 노동부가 야합하면서 2년 6개월이 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생겼다. 그 이후 다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경제 위기가 조선 사업장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 시간에 "2010년 선박 생산 계획이 80척에서 40척으로 줄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규직과 하청 노동자 포함 4만 명이 있는 현대중공업이다.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노동자도 2만 명이 쫓겨나는 것일까? 우리 눈앞에 점점 다가오는 현실이 공포스럽다.

과연 이 위기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쫓겨날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까? 지난 시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활동을 해 오면서 경험했던 역사는 이 질문 앞에 암울한 전망을 내놓게 만든다. 그래서 새삼, 다시 복수노조 유예라는 '그들만의 야합'이 서럽다.

노조 만들어도 교섭 한 번 못해…아예 교섭 창구를 단일화한다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지회는 2003년 8월에 만들어졌다. 현대중공업은 하청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포함된 업체들은 줄줄이 폐업을 했다. 사내하청지회의 첫 투쟁은 노조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3년이다. 노조를 만든 지 3년 만인 2006년 7월에야 사 측과 하청 업체들을 상대로 임단협 투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 원청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주5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토요일 8시간 노동의 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 사 측의 계획이었다. 취업 규칙 개정을 통한 근로조건의 후퇴였다. 지회는 현대중공업 사측과 하청 업체들에게 임·단협을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은 "법률상 교섭대상이 아니다"라는 공문을 1차례 발송한 것이 전부였다. 그 외의 어떤 대응도 없었다.

결국 지회 조합원이 소속된 업체 가운데 한 곳이 폐업했다. 또 한 곳은 핵심 조합원을 해고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의 업체는 단체협약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임단협 요구는 실패로 끝났지만, 자발적인 투쟁은 이어졌다. 조선사업본부 2야드에 근무하는 하청 노동자들 가운데 취부사와 용접사들이 거의 2달 동안 토요일과 일요일 특근을 집단적으로 거부했다. 비록 또다시 업체 폐업이라는 아픔과 소중한 핵심 조합원이 공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반복됐지만, 2야드 하청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투쟁이 보태져 주5일근무제 도입을 빌미로 한 최악의 임금삭감 기도는 막아낼 수 있었다.

만일 우리의 싸움에서 사 측이 지회를 인정하고 교섭에 진작 나섰더라면, 하청 업체가 문을 닫고 조합원이 조선소 밖으로 쫓겨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현대중공업노조라는 거대한 '다수'에 밀린 '소수'였기에 더 서럽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국노총 등이 합의한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는 우리의 서러움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다. 다수 노조가 아닌 소수 노조의 교섭권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교섭권을 박탈당한 소수 노조는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도 보장받지 못해 틈만 나면 불법으로 내몰릴 것이다.

▲ 한국노총 등이 합의한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는 우리의 서러움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다. 다수 노조가 아닌 소수 노조의 교섭권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민주파'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

최근 <시사IN>에는 "복수노조에 대처하는 양대 노총"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정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15년째 무분규 임단협 타결, 민주노총 탈퇴, 교섭권 위임 등으로 '어용 노조'라는 비난을 받는 울산 현대중공업노조의 경우를 보자. 이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권리 보장 등을 주장하며 민주파 노조를 세우기 위해 애쓰는 현장조직인 '전진하는 노동자회'의 김형균 전 의장은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현장 분위기가 급반전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전체 비정규직 수가 정규직 조합원 수와 비슷한 2만여 명이다. 민주파가 이들 비정규직과 함께 노조를 만들어 교섭권과 파업권을 확보하면 우리가 다수파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114호, 2009년 11월 26일]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는 현대중공업의 '전략'을 살펴보면 답을 추론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무엇보다 현재의 '어용 정규직 노조'를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내하청 지회에 하청 노동자의 대다수가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어용노조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 선거에서 소위 '민주파 활동가'들의 선택을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나 선거에서 우리 사내하청지회는 5가지 요구를 민주파 활동가들에게 제출했다. 이는 △모든 형태의 해고 금지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원청 사용자성 인정 △원하청 단일 노조 건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총고용 보장과 생활임금 쟁취 △사내 유보금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였다.

그러나 정규직들은 비정규직과 관련된 내용의 공약을 포함시키는 것을 어려워했다. '공감'은 하되 5가지 요구 중 어느 것도 핵심 공약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노동하고 투쟁하는 것은 아직은 쉽지 않은 것 같은 이유다.

8개 도크 중 4개 폐쇄 예정…곧 닥쳐올 대량해고 폭풍 앞에 우리의 선택은?

게다가 선박 생산 계획이 절반으로 축소된 현대중공업에 '비정규직 3000명 해고 설'이 떠돌고 있다. 조선사업장엔 8개의 도크가 있는데 그 중 4도크가 폐쇄될 예정이다. 회사는 2010년 1월 1일부로 조선 사업부 일부 부서 통합, 부서 폐지 계획을 제출했다. 현장에서는 이 역시 4도크 폐쇄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도크에 일하는 비정규직만 고용이 불안한 것이 아니다. 물량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여유인력도 바로 해고 수순을 밟을 것이 분명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우선 임금 동결이나 삭감, 복지축소를 먼저 들이밀겠지만, 이것으로도 안 되면 해고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자본의 공격 앞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시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은 대규모 해고라는 거대한 폭풍에 어떤 막대한 영향을 미칠까? 멀리 남쪽 울산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서울의 '높으신 분들'을 바라보며 시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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